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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커피 마실 때, 고양이에게 감사해야 하는 이유
농수식품 양병찬 (2017-07-07 09:36)
한때 예쁜 단추를 만드는 데 사용되었고 이제는 커피 프림으로 사용되는 카제인의 활용방안을 제시한 장본인은 사람이 아니라 반려동물이다. 사건의 발단은, 한 고양이가 주인의 실험실에서 대형사고를 친 것이었다.


© pixabay.com

때때로 어떤 과학적 발견의 공(功)을 누구에게 돌려야할지 난감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 공이 연구자의 반려동물에게 돌아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제 그런 사례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당신이 우유를 갖고서 할 수 있는 일들은 많다. 차(茶)나 시리얼에 넣을 수도 있고, 휘저어서 밀크셰이크를 만들 수도 있고, 발효를 통해 요구르트나 치즈를 만들 수도 있고... 그 외에도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우유가 플라스틱의 원료가 될 수도 있음을 아는가? 그건 바로 카제인(casein) 때문이다. 카제인이란 우유에서 발견되는 주요 단백질(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일련의 단백질群)으로, 우유의 색깔을 결정하고 치즈(cheese)의 이름을 짓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왜냐하면 치즈의 어원은 라틴어 카세우스caseus이기 때문이다.

카제인이 비식용(non-edible use)으로 사용된 역사는 고대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카제인은 벽화를 그리는 물감의 정착액(fixative)으로 사용되었고, 접착제에도 첨가되었다. 그러나 카제인을 고형 플라스틱에 응용하는 방법은 19세기 말까지 등장하지 않았다. 당시 독일의 진취적 인쇄업자인 빌헬름 크리셰는 초등학생들이 사용하는 슬레이트판(slate tablet)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종이는 너무 비싸서 어린이들이 허투루 쓰기에 아까운 물건으로 치부되던 시기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와 동시에, 바이에른 출신의 화학자 아돌프 슈피텔러는 포름알데히드(formaldehyde)를 이용하여 우유를 고형물질로 만드는 방법을 실험하고 있었다. 일단 고형물질로 만들고 나면, 자르거나 깍아내어 다양한 모양을 내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그러나 카제인의 새로운 용도를 발견한 일등공신은 슈피텔러가 아니라 그의 반려동물 고양이인데, 자초지종을 말하면 이렇다. 어느 날 밤, 고양이는 실험실에 있던 포름알데히드 병 하나와 정면으로 충돌했고, 그 바람에 포름알데히드가 누출되어 불쌍한 고양이의 우유 접시에 혼입되었다. 다음날 아침 출근한 슈피텔러는 놀라운 현상을 발견했다. 포름알데히드가 우유를 액체와 고체로 분리하여, 단단한 뿔 모양의 고체를 형성한 게 아닌가! 여기서 힌트를 얻은 슈피텔러의 연구와 개발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카제인의 제조방법이 확립되자, 크리셰와 슈피텔러는 산업 규모의 카제인 생산업체(Vereinigte Gummiware Fabriken)를 최초로 설립하고, 1899년 새로운 우유 기반 재료(milk-based material)의 특허를 출원했다. 때마침 새로운 플라스틱의 활용방안을 궁리하던 업체들이 큰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카제인은 순식간에 유럽 전역에 확산되었다.

단단한 카제인은 때로 '가장 아름다운 플라스틱'으로 묘사되며, 단추, 버클, 뜨개질바늘, 장신구, 펜, 단지 등 온갖 제품들을 만드는 데 활용되었다. 패션을 의식하는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빛깔로 손쉽게 염색되어, 이국적인 거북딱지(tortoiseshell)나 뿔 효과를 내는 패턴(horn-effect pattern) 등 다채로운 팬시상품도 등장했다. 카제인 기반 플라스틱 중에는 많은 브랜드가 있지만, 필자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것은 락토이드(Lactoid), 알라디나이트(Aladdinite), 갈레이스(Galalith: 그리스어로 '乳石'을 뜻함)가 있다. 하지만 모든 브랜드 제품의 밑바탕에 깔린 화학원리는 대동소이하며, 어떤 중합체 기반 플라스틱이라도 '작은 단량체 서브유닛(이 경우에는 카제인 단백질)들을 연결하여 기다란 중합체 사슬을 만들었다'는 점은 다 똑같다.

카제인을 만드는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참고 1). 먼저, 우유 위에 뜬 기름기를 걷어내 제거한 다음, 산(酸)이나 레닛(rennet)이라는 효소로 처리한다. 그러면 카제인 단백질이 중합체를 형성하여 단단한 덩어리로 침전되는데, 이것을 분리하여 잘 씻은 다음 건조시킨다. 그 후 알칼리로 더 처리하면, 카제인 덩어리는 수용성 카제인염caseinate으로 변신한다. 이것은 밀가루 반죽과 비슷하므로, 열과 압력을 가하여 막대기나 종이장 모양으로 만들 수 있다. 플라스틱이 나중에 물과 접촉하여 다시 용해되는 것을 막으려면, 포름알데히드 용액 속에서 최대 1년까지 큐어링(curing)을 해야 한다. 이는 카세인 플라스틱이 석유 기반 중합체(oil-based polymer)와 다른 방식의 몰딩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일단 막대기와 종이장 모양으로 만들면 자르고 깎아내어 다양한 형태를 만들 수 있으므로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카제인 단백질은 1920년대와 1930년대에 전성기를 누렸다. 특히 단추를 만드는 데 널리 사용되었는데, 그 이유는 당시 다리미의 고열을 견뎌내는 데 그보다 더 좋은 재료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만들기 쉬운 재료들(예: 폴리에스터 수지)이 새로 등장하면서, 카제인으로 만든 단추는 시장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오늘날 카제인은 (특히 종이나 카드용) 접착제나 코팅재로 여전히 사용되며, 그림과 사진에 예술적 효과를 내는 에멀젼으로 사용된다. 예컨대 (카제인의 영적 고향인) 독일 하노버에서 활동하는 생물학자이자 패션 디자이너 안케 도마스케(Anke Domaske)는 우유 분말에서 비단결 같은 카제인 기반 직물(casein-based fabric), 이름하여 큐밀히(QMilch = Quality + Milch)를 만드는 기법을 개발했다(참고 2).

게다가 카제인에는 독성이 없으므로 식품산업이나 제약산업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며, 커피 프림이나 알약의 충전재(filler)가 그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카제인은 액체의 점성을 높이거나 특별한 질감을 제공하는 데 사용되며, 식품의 단백질 함량을 높이는 데도 사용된다. 혹시 가공된 치즈 슬라이스에서 약간 플라스틱한 필이 난다면, 그것도 역시 카제인 때문이다. 참고로, 필자는 숙성된 체더 치즈 덩어리를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편이다.

※ 참고문헌
1.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409931&cid=58413&categoryId=58413
2. http://news.mt.co.kr/mtview.php?no=2011111617374555235

※ 출처: Scientific American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a-cat-turned-milk-into-popular-plas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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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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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작성글 야후다  (2017-07-0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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