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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항암제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One Drug Fits All!
의학약학 양병찬 (2017-06-19 09:42)
바야흐로 유전체학이 종양학의 대세인 듯싶다. FDA의 승인에 고무된 제약사들은, 원발병소(原發病巢)를 불문하고 모든 고형암에 효능이 있는 항암제를 설계하는 작업에 뛰어들었다.


© www.today.com

첫 번째 환자를 등록한지 겨우 2년 만에, 조그만 바이오업체가 '특정 변이를 갖는 고형암이라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겨냥하도록 설계된 약물'의 가치를 최초로 증명했다. 그 약물의 이름은 소위 '조직 불문 약물(tissue-agnostic drug)'로 알려진 라로트렉티닙(larotrectinib)이다.

문제의 변이는 흔한 암의 1% 미만에서 발견되는 TRK-융합 단백질(TRK-fusion protein)이며, 약물을 개발한 업체는 코네티컷 주 스탬퍼드에 있는 록소 온콜로지(Loxo Oncology)이다. 그 회사의 연구진은 3개 대륙의 도시들을 샅샅이 뒤져 55명의 성인 및 소아 암환자들을 찾아냈다. 환자들은 뼈에서부터 유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신체부위에 17가지 진행성 암을 앓고 있었는데 공통점이 하나 있었으니, 특정 변이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연구진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다양한 신체부위에 종양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55명 중 43명은 종양 크기가 30% 이상 줄어들었고, 일곱 명은 종양이 완전히 사라졌다. 연구진은 이번 달 초 열린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 회의에서 이 사실을 보고했다. "지금껏 많은 연구를 수행했지만, 이처럼 효능이 우수하고 부작용이 별로 없는 사례는 처음이다. 이건 기적의 약물(miracle drug)임에 틀림없다"라고 임상시험에 참여한 텍사스 대학교 MD 앤더슨 암센터의 데이비드 홍 박사(종양학)는 말했다.

항암제의 패러다임 전환

1940년대에 암 화학요법(cancer chemotherapy)이 시작된 이후, 종양학자들은 원발병소(原發病巢), 즉 '종양이 처음 시작된 장기나 조직'을 근거로 하여 환자를 치료해 왔다. 예컨대 결장암은 폐암, 유방암, 피부암 등과 다른 약물요법을 필요로 했다. 그러나 지난 5월 미 식품의약국(FDA)이, 항암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결정을 내렸다. 사상 최초로, 기존에 몇 가지 암의 치료제로 승인받은 키트루다(Keytruda)라는 항암제의 적응증을 '특정한 유전적 표지를 가진 고형암 전체(any solid tumor bearing a specific genetic marker)'로 확대한 것이다.

이제 라로트렉티닙은 1년 내에 제2의 '조직을 불문하는 약물'로 승인받을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다른 바이오업체와 제약사들도 제3, 제4의 '조직 불문 약물'을 노리며 발 빠르게 임상시험을 추진하고 있다. "이건 세상이 바뀌고 있음을 알리는 징후다. 종양의 분자생물학은 '종양이 시작된 조직'을 넘어, 새로운 치료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라고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흉부종양학과장 앨리스 쇼 박사는 말했다.

"지난 5월 FDA가 내린 결정은 종양학계에 분명한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그것은 'FDA가 「종양의 종류를 불문하고, 오직 암의 유전체만을 이용하여 항암제를 선택한다」는 아이디어를 호의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라고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의 버트 보겔스타인 박사(암생물학)는 말했다. 그러나 보겔스타인 박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한 아이디어가 (현재 승인된 약물들이 겨냥하고 있는) 희귀변이를 넘어 일반원칙으로 인정받을 때까지, '조직 불문 약물'은 예외적인 사례로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MSD의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거대제약사 MSD(Merck & Co.)가 개발한 키트루다는 2014년 흑색종 전문 치료제로 처음 승인받았다. 단클론항체(monoclonal antibody)인 키트루다는 종양을 직접 공격하지 않는다. 그 대신, 면역계의 전사(戰士)로 알려진 T 세포 표면의 부정적 신호(negative signal), 즉 체크포인트를 차단함으로써 항종양 면역성(antitumor immunity)의 족쇄를 푼다.

보겔스타인 박사와 짐 앨리슨 박사(면역학)는 거의 10년 전 메모리얼슬론케터링 암센터에 근무하던 시절, "암 유전자변이가 표면 펩타이드로 번역되어 T 세포에게 발각된다"고 보고했다. 그 후 보겔스타인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과돌연변이(hypermutation)를 보유한 종양은 두드러지게 마련이며, 세포분열 시에 발생한 DNA의 실수를 수정하는 데 필요한 네 개의 불일치복구 유전자(mismatch repair gene) 중 하나에 변이가 일어난 종양은 특히 그렇다"라는 가설을 제시했다. 그런 희귀한 종양은 전형적인 종양보다 100~1000배 많은 변이를 보유하므로, 표면에 많은 변이 펩타이드를 제시할 수밖에 더 있겠는가! 변이 펩타이드를 인식하는 T 세포에 걸린 브레이크를 제거해본 결과, 보겔스타인 박사가 이끄는 존스 홉킨스의 연구진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키트루다를 이용하면, 종류를 불문하고 모든 종양을 면역계의 공격에 노출시킬 수 있겠구나!"

존스 홉킨스의 연구진은 12가지 종류의 종양을 가진 진행성 암환자 86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환자들은 불일치복구 유전자가 결핍되어 있으며, 표준요법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두 달에 한 번씩 키트루다를 주입받은 결과, 대부분의 환자들은 (대장암이든 유방암이든 전립선암이든 췌장암이든) 암의 종류를 불문하고 종양이 위축되거나 사라졌다. 그중 18명(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게 상례인 진행성 췌장암 환자 2명 포함)은 종양이 완전히 사라졌으며, 환자 전원이 최대 3년간 완화(remission) 상태를 유지했다.

지지난주 《Science》에 실린 데이터는(http://scim.ag/2rjzVmh FDA에는 한 달 먼저 제출됨), 키트루다에게 "모든 고형암에(심지어 키트루다를 시도해보지 않은 암이라도) 사용해도 좋다"는 승인을 안겨줬다. ASCO 회의에서, FDA의 종양학자 스티븐 레머리는 "나는 임상시험 결과를 보고 어안이 벙벙해졌다"라고 말했다. "모든 고형암 중 겨우 4%만이 불일치복구 유전자 결함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한 나라만 해도 매년 60만 명의 환자들이 키트루다를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불일치복구 유전자 결핍 테스트 비용은 저렴한 편이어서, 모든 진행성 암환자들에게 신속히 보급될 수 있다"라고 보겔스타인 박사는 말했다.

록소 온콜로지의 라로트렉티닙

MSD의 키트루다와 달리, 록소의 라로트렉티닙은 면역세포보다 종양에 직접 작용한다. 그것은 TRK라는 효소를 저해하는데, 이 효소는 또 하나의 유전자와 융합함으로써 활성화되어, 다양한 암에서 무분별한 세포증식을 초래한다. TRK 유전자가 융합되는 원인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방사선이 종종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체르노빌 핵재난으로 인해 초래된 갑상선암 중 일부에서 TRK 융합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키트루다가 다른 면역요법제와 마찬가지로 지속적 완화를 유도한다면, 라로트렉티닙을 투여받는 환자들은 궁극적으로 재발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왜냐하면 암세포가 변이를 통해 그 약물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홍 박사는 말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의식하고, 록소는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르는 저항성 변이를 예상하여 최근 제2의 약물을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그 약물은 저항성 변이를 겨냥하는 약물인데, 지금까지의 임상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라로트렉티닙은 조만간 두 번째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은 그 약물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환자를 가려내는 것이다. 그 문제에 대해 쇼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진행성 암환자들은 검사를 통해 발암요인(oncogenic driver)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설사 본인의 암에서 희귀한 경우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러나 FDA의 승인이 예상되더라도 TRK 검사 채택은 지연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홍 박사의 견해는 이렇다. "모든 문제의 원인은 비용, 그리고 의사와 환자의 개인적 결단으로 귀결된다."

그 밖의 업체들

그 밖에도 여러 업체들이 '조직 불문 약물'의 개발에 나서고 있는데, 그중에는 이그니타(Ignyta)도 포함되어 있다. 이그니타가 개발하고있는 약물은 TRK와 두 개의 관련 유전자(융합 경향이 있는 유전자)를 저해하는데, 록소보다 6개월 정도 뒤처져 있다. "록소는 최초의 사례를 제시하는 탁월한 과업을 수행했다"라고 TP 세라퓨틱스(TP Therapeutics;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의 공동창업자 장 퀴는 말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너무 낙관해서는 안 된다'는 경계론도 대두되고 있는데, 그에 대한 홍박사의 견해는 이렇다. "발암유전자를 겨냥하는 약물 중 일부는 보편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런 사례가 더 많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일부 사례에서, 다양한 조직학(histology) 소견에서 놀라운 효과가 나타나는 경향을 여전히 목도하게 될 것이다."

'일률적 원칙(agnostic principle)을 대다수의 암에 확대 적용한다'는 것은 KRSA와 같은 변이유전자를 겨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KRAS는 폐암의 20%, 대장암의 40%, 그리고 대부분의 췌장암을 유발한다. 그리고 PIK3CA의 경우, 30%의 유방암을 유발한다. 두 가지 유전자 모두 현재까지 (최소한 고형암에 대해서는) 효과적인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지만, 많은 연구실에서 치료제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키트루다의 승인은 축하를 받을 만큼 멋진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할 일이 많다"라고 보겔스타인 박사는 말했다.

【참고】 One drug fits all!

항암제는 일반적으로 특정 종양(예: 유방암, 전립선암 등)의 치료제로 승인받는다. 그러나 조직을 불문하는 약물(tissue-agnostic drug)의 경우, 특정 분자변이(molecular alteration)가 있는 한 어느 암이든 치료할 수 있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조직 불문 약물’의 현황은 아래와 같다.



* 초기 임상시험 결과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음


※ 출처: Ken Garber,"In a major shift, cancer drugs
go ‘tissue-agnostic’", Science 16 JUNE 2017 • VOL 356 ISSUE 6343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356/6343/1111.f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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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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