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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CRISPR, 식물육종의 고질적 문제 해결
생명과학 양병찬 (2017-05-19 09:23)
유전학자들은 토마토에서 두 개의 변이를 찾아냈는데, 그것들은 각각 육종가들이 소중이 여기는 변이지만, 결합할 경우 수확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제 CRISPR를 이용한 유전자편집을 통해 유전자 활성을 억제하거나 다양한 품종을 만들어 봄으로써, 1만 년에 걸친 토마토 육종가들의 숙원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before and after
before and after / © Science

거대한 열매에서부터 아담한 식물크기에 이르기까지, 오늘날의 토마토는 수천 년에 걸친 육종을 통해 빚어진 작품이다. 그러나 소중한 형질(예: 수확이 용이함)과 관련된 변이들을 여럿 결합할 경우, 예기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참고 1).

"육종 과정에서 이용된 유전자가 나중에 작물개량(crop improvement)을 방해한 것은 매우 드문 사례다"라고 콜드스프링 하버연구소의 재커리 리프먼 박사(유전학)는 말했다. 리프먼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다양한 변이들을 확인한 후, CRISPR를 이용한 유전자편집을 통해 다수확 토마토 품종을 만들었는데, 이는 식물육종가들이 바라마지 않는 전략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매우 흥미롭다. 연구진이 사용한 접근방법은 토마토뿐만 아니라 모든 농작물의 개량에 응용될 수 있다"라고 애리조나 대학교의 로드 윙 박사(식물유전학)는 말했다.

썩은 토마토

리프먼이 이번 연구방법에 대한 힌트를 얻게 된 것은 토마토 농장에서였다. 십대 시절, 그는 토마토를 손으로 따면서 여름을 보냈는데, 그 작업은 그가 제일 싫어하는 허드렛일이었다. "내 몸에서는 하루 종일 썩은 토마토 냄새가 났어요. 그래서 나는 토마토를 수확하는 날만 되면 비를 내려 달라고 하늘에 기도하곤 했죠"라고 그는 회상했다.

그러나 몇 년 후, 식물의 형태를 통제하려는 유전학적 관심이 그를 다시 토마토 농장으로 이끌었다. 육종가들이 모르는 사이에 생겨난 유전적 변화를 알아내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1950년대에, 연구자들은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자생하는 야생토마토에서 새로운 형질을 하나 발견했는데, 그것은 줄기에 연결부위(joint)라는 팽대부(swollen part)가 없는 토마토였다.

연결부위란 줄기의 약한 부분으로서, 열매가 식물에서 떨어지는 것을 가능케 한다. 야생식물들은 열매를 떨어뜨림으로써 종자를 퍼뜨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계식 토마토 수확기술이 등장하면서, 농부들은 토마토가 나무에 달라붙어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육종가들은 앞다투어 '연결부 없는 형질'을 토마토에 도입했다.

그러나 새로운 형질에는 단점이 하나 있었다. 야생토마토와 기존의 품종을 교배하여 탄생시킨 잡종에는 꽃가지(flowering branch)가 불필요하게 많아, 처음에는 마치 빗자루처럼 보이더니 나중에는 함박꽃을 잔뜩 피우는 게 아닌가! 낙화(落花)는 식물자원의 낭비를 초래함으로써, 열매의 수를 줄일 수 있다. 그래서 육종가들은 다양한 교잡을 통해 이러한 결점이 없는 변이체를 선별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로부터 수십년 후, 리프먼이 이끄는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의 뒤에 숨어있는 유전자를 찾아내는 작업에 착수했다.

1 + 1 = 0

연구진은 선행연구에서 4,193개의 토마토 품종을 분석하여, 가지치기 패턴이 특이한 품종을 골라낸 바 있다(참고 2). 그들은 이번 연구에서 두 개의 유전자를 가진 변이체들을 찾아냈는데, 그 유전자들이 결합되면 (식물 육종가들이 종전에 봤던 것처럼) 꽃가지가 극단적으로 많은 토마토가 탄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두 유전자 중 하나는 바로 '연결부위 없는 토마토'를 만드는 유전자였다. 다른 하나의 유전자는 ‘커다란 녹색 모자’를 만드는 유전자인데, 그것은 토마토 꼭대기에 있는 이파리 같은 구조로서, 수천 년 전 토마토 육종 초기에서부터 선택되어 온 형질이었다. "녹색 모자의 이점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무거운 열매를 지탱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리프먼 박사는 말했다.

핵심적인 유전자들이 밝혀지자, 연구진은 다양한 조합(combination)을 통해 꽃의 수(flower number)에 영향을 미치는 제3의 유전자를 찾아내는 것은 물론, CRISPR를 이용하여 해당 유전자의 활성을 제거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 결과 ('길고 가느다란 꽃가지'에서부터 '무성하고 콜리플라워 같은 꽃가지'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식물구조들이 탄생했는데, 그중에는 수확량이 많은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참고 1】 CRISPR를 이용한 식물육종 연구

이번 연구결과는 식물육종가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문제, 즉 '바람직한 유전형질 간의 부정적 상호작용(negative interaction)을 통제할 수 있는지'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문제점은 해결하기가 힘들었다. 왜냐하면 그 영향을 통계적으로 분석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라고 조지아 대학교의 앤드루 패터슨 박사(식물육종학)는 말했다.

리프먼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식물육종가들과 함께, CRISPR를 이용하여 다양한 품종을 만든 후 '특정한 크기의 열매에 대해, 가장 적당한 가지와 꽃의 조합'을 찾아내는 작업에 착수했다. 예컨대 열매가 큰 식물은 열매가 작은 식물에 비해, 꽃가지 수를 줄임으로써 수확량을 늘릴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한다.

"우리는 CRISPR 덕분에 기본지식을 습득한 후, 그것을 농업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농장에서 제일 싫어했던 식물품종에 그 해답이 있었다"라고 리프먼 박사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Soyk, S. et al., "Bypassing Negative Epistasis on Yield in Tomato Imposed by a Domestication Gene", Cell(2017); http://dx.doi.org/10.1016/j.cell.2017.04.032
2. Lippman, Z. B. et al., “The Making of a Compound Inflorescence in Tomato and Related Nightshades”, PLoS Biol. 6, e288 (2008); http://dx.doi.org/10.1371/journal.pbio.0060288

※ 출처: Nature http://www.nature.com/news/fixing-the-tomato-crispr-edits-correct-plant-breeding-snafu-1.2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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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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