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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인간 제대혈 중의 단백질, 늙은 생쥐의 기억력을 향상시켜
생명과학 양병찬 (2017-04-2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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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인간의 혈장에서 발견된 단백질이 늙은 마우스의 뇌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4월 19일 《Nature》에 실린 이번 연구결과는, 인간의 단백질이 이런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밝혀진 첫 번째 사례이며(참고 1), '젊은 피 수혈'이 노화의 징후(예: 기억력 상실, 근육기능 및 대사의 감소, 뼈 구조 상실)를 역전시키는 것으로 밝혀진 최신 차례이기도 하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연구자들은 개체결합(parabiosis: 참고 2)을 통해 젊은 피가 마우스의 노화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왔다. 개체결합이란 늙은 마우스와 젊은 마우스의 신체 일부를 바늘로 꿰매, 순환계를 공유하도록 만드는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 젊은 피의 회춘효과는 마우스 간의 이식(mouse-to-mouse transfers)을 통해서만 증명되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2개 회사들이 이런 연구결과에서 영감을 얻어, 청년의 혈액을 수혈받은 노인의 신체기능 향상을 테스트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업체 중 하나는, 스탠퍼드 대학교의 토니 위스-코레이 박사(신경과학)를 과학자문이사회장으로 영입했다.

한편, 위스-코레이 박사는 동료 조지프 카스텔라노 박사(신경과학)와 함께 수행하는 연구의 일환으로, 신생아의 제대혈(cord blood)에서 수집한 혈장의 효과를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목표는 매우 젊은 인간의 혈액이 노화의 징후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내는 것이다.

불가사의한 영향

두 사람이 이끄는 연구진은 신생아의 제대혈에서 수집한 혈장을 늙은 마우스의 정맥에 주입함으로써, 미로 찾기 능력과 학습능력(케이지 속에서, 전기충격이 가해지는 부분을 회피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확인했다. 그 후 연구진이 마우스의 뇌를 해부해본 결과, 해마(학습 및 기억을 관장하는 영역)에서 시냅스 형성을 증가시키는 유전자가 발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나이든 인간의 혈액으로 처치한 마우스에서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다음으로, 연구진은 제대혈의 혈장에서 발견된 66개의 단백질을 두 가지 단백질(노인의 혈장단백질, 마우스의 개체결합실험에서 확인된 단백질)과 비교했다. 그리하여 여러 개의 후보단백질을 선정한 연구진은, 그것들을 늙은 마우스의 정맥에 하나씩 하나씩 주입해가며 기억력 테스트 실험을 병행했다.

수많은 단백질 중에서 마우스의 테스트 점수를 향상시킨 것은 TIMP2 하나뿐이었다. 이에 반해, 인간의 제대혈 혈장에서 TIMP2를 제거한 후 늙은 마우스에게 주입해 보니, 기억력 테스트 점수를 향상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쉽게도, TIMP2는 통상적인 노화과정에서 상실되는 뇌세포를 재생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TIMP2는 어떤 경로를 통해 늙은 마우스의 기억력을 향상시켰을까? TIMP2는 세포와 조직 구조를 유지하는 데 관여하는 단백질로 알려져 있지만, 연구진은 이것이 마우스의 기억력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하지 못했다. 또한 TIMP2가 젊은 마우스의 뇌에 발현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껏 학습이나 기억과 관련되어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적은 없었다. 위스-코레이의 생각은 이렇다. "TIMP2는 세포와 혈관의 성장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마스터 조절자(master regulator)로 기능하며, TIMP2의 혈중농도를 증가시키면 여러 가지 경로들에 한꺼번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블랙박스

"이번 논문은 아름답다. 혈장을 뇌에 주입하지 않고서도, 마우스의 뇌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흥미롭다. 내 생각으로는, TIMP2가 면역계나 대사를 변화시킴으로써, 뇌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라고 이스라엘 바이츠만 과학연구소의 미칼 슈왈츠 박사(신경면역학)는 말했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리 루빈 박사도 슈왈츠 박사의 의견에 동의한다. 루빈 박사는 위스-코레이 박사와 같은 회사의 과학자문이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그의 연구실에서는 "젊은 마우스의 혈액 속에 고농도의 GDF11 단백질이 존재하며(참고 3), GDF11을 마우스에게 주입했더니 뇌혈관 증식을 자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한 바 있다(참고 4). 그 이후, 루빈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GDF11이 뇌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따라서 그는 TIMP2가 GDF11과 마찬가지로, 전신의 시스템에 작용함으로써 뇌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음 번 연구에서 일순위로 확인할 것은 TIMP2가 뇌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이다"라고 위스-코레이와 카스텔라노 박사는 말했다. 위스-코레이 박사가 특히 알고 싶어하는 것은 'TIMP2가 노화나 세포의 전반적인 건강상태에 특이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이다.

"이번 연구는 어쩐지 블랙박스 실험 같다. 연구진조차 마우스의 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니 말이다. 가장 유망한 측면이 하나 있다면, 이번 연구결과가 치료법으로 전환될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켄터키 대학교의 릴립 랜필드 박사는 말했다.

수천 명의 기증자들에게서 모은 '젊은 혈장'을 수혈한다는 것은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노인성 질환의 잠재력 치료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 노인 환자들에게 언젠가 GDF-11이나 TIMP2 등의 단백질 칵테일, 또는 그 흉내를 내는 약물을 제공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약물을 개발하려면 혈장을 주입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위스-코레이 박사의 생각이다. "큰 그림의 수준에서 볼 때, 이번 연구는 '젊은 피 속에 들어있는 긍정적 요소는 단 하나다'는 개념을  강화한다. 이번 연구결과가 흥미로운 건 바로 그 때문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Castellano, J. M. et al. Nature 544, 488–492 (2017); http://www.nature.com/nature/journal/vaop/ncurrent/full/nature22067.html
2. https://www.nature.com/news/ageing-research-blood-to-blood-1.16762 (한글번역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55555)
3. https://www.nature.com/news/young-blood-anti-ageing-mechanism-called-into-question-1.17583
4. Katsimpardi, L. et al. Science 344, 630–634 (2014);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344/6184/630

※  출처: Nature http://www.nature.com/news/young-human-blood-makes-old-mice-smarter-1.2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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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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