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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인공지능, 의사도 능가
의학약학 양병찬 (2017-04-17 09:16)


© The Economist

의사들은 많은 도구들을 이용하여 환자의 건강을 예측한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인체의 복잡성을 당해낼 재간이 없으며, 특히 심장마비의 경우에는 예측하기가 더욱 어렵다. 이제 과학자들은 컴퓨터가 독학을 통해 표준의료지침(standard medical guidelines)을 훨씬 능가하는 실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심장마비의 예측율을 상당히 높일 수 있음을 입증했다. 만약 임상에 투입된다면, 인공지능의사는 매년 수천 명 또는 수백만 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의사들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환자를 돌보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라고 스탠퍼드 대학교의 엘시 로스 박사(혈관외과전문의)는 말했다.

매년 약 2,000만 명의 사람들이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하는데, 그중에는 심장마비, 뇌졸중, 동맥폐색, 그밖에 혈관계 기능이상이 포함된다. 많은 의사들은 이러한 사례들을 예측하기 위해, ACC/AHA(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American Heart Association)의 지침과 유사한 지침들을 사용한다. 이러한 지침들은 8가지 위험인자(예: 연령, 콜레스테롤 수치, 혈압)에 기초하여 의사들의 판단을 효과적으로 돕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지침들은 너무 간단하여, 환자들이 복용하고 있는 약물, 현재 앓고 있는 다른 질병, 생활방식 등을 설명하기 어렵다. "생물시스템 내에서는 많은 요인들이 상호작용을 하는데, 그중에는 직관에 반(反)하는 것들도 있다"라고 이번 연구를 지휘한 영국 노팅엄 대학교의 스티븐 웡 박사(역학)는 말했다. "인체의 현실은 이렇다. 예컨대 일부 사례에서는 체지방이 심장병을 예방해 주기도 한다. 컴퓨터가 우리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체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상호작용들에 관한 '경우의 수'를 분석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에서, 웡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ACC/AHA 지침과 네 가지 머신러닝 알고리즘, 즉 랜덤포리스트(random forest), 로지스틱회귀분석(logistic regression), 그래디언트부스팅(gradient boosting), 신경망(neural networks)을 비교했다. 이 네 가지 기법들의 공통점은, 수많은 데이터들을 분석함으로써 인간의 지시를 전혀 받지 않고 예측방법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데이터는 영국인 환자 378,256명의 전자의료기록에서 가져왔으며, 연구진의 목표는 심혈관발작과 관련된 기록에서 '어떤 패턴'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먼저, 인공지능 알고리즘들은 스스로 훈련을 해야 했다. 그들은 약 78%의 데이터(약 295,267개)를 이용하여 패턴을 분석함으로써, 자신만의 독특한 내부지침(internal guideline)을 수립했다. 다음으로, 남아있는 22%의 데이터를 대상으로 하여 자신들이 수립한 지침의 유용성을 테스트했다. 즉, 데이터에서 입수할 수 있는 2005년의 기록을 이용하여 "향후 10년간 심혈관발작을 최초로 경험할 환자가 누구인지"를 예측한 다음, 2015년의 기록을 들춰 대조해 봄으로써 예측의 정확성을 평가했다. 단, ACC/AHA 지침과 달리, 머신러닝방법은 22가지 요인들(예: 인종, 관절염, 신장질환)을 추가로 감안했다.

인공지능들이 받아 쥔 성적표는 어땠을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네 가지 방법 모두, ACC/AHA 지침을 유의하게 앞서는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AUC(1.0은 100%의 정확성을 의미한다)라는 통계량을 사용하여 이야기해 보면, ACC/AHA 지침은 0.728인 데 반해, 네 가지 인공지능들은 모두 0.745~0.764의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 최고성적을 거둔 것은 신경망으로, ACC/AHA 지침보다 예측률이 7.6% 포인트 높은 데 반해, 오경고(false alarm)율은 1.6% 포인트 낮았다. "약 83,000개의 샘플 중에서, 신경망은 355명의 환자들을 더 살릴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왜냐하면 심장마비가 예상되는 환자들은 콜레스테롤강하제나 식이요법 등을 통해 심장마비 발작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웡 박사는 말했다. 연구진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정리하여 이번 달 《PLOS ONE》에 발표했다(참고 1).

"이번 연구는 퀄리티가 높다. 컴퓨터 알고리즘의 성능을 향상시키거나 좀 더 많은 데이터를 이용하여 훈련시켰다면, 보다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의 에반젤로스 콘토판텔리스 박사(데이터과학)는 말했다. 그는 1차의료 데이터베이스 활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사항은, 머신러닝이 '강력한 예측도구'로 판단한 위험인자 중 상당수(예: 이를테면 심각한 정신질환, 경구 부신피질호르몬제)가 ACC/AHA 지침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ACC/AHA 지침에서 Top 10 지표 중 하나로 간주하고 있는 당뇨병을 위험인자로 간주한 알고리즘은 하나도 없다. 웡 박사의 향후 계획은, 생활방식이나 유전인자와 같은 항목들을 컴퓨터 알고리즘에 포함시킴으로써 정확성을 더욱 향상시키는 것이다.

콘토판텔리스 박사가 지적하는 이번 연구의 한계점은,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블랙박스를 연상시킨다는 것이다(참고 2). 왜냐하면 데이터가 들어간 다음 결과가 나온다는 것만 알 뿐, 그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도통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이 알고리즘을 조작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며, 새로운 시나리오에서 머신러닝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에 관한 예측을 불허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의문이 있다. 의사들은 조만간 머신러닝 학습법과 유사한 방법을 임상에 도입하게 될까? 로스 박사의 생각은 이렇다. "의사들은 자신의 전문성에 큰 프라이드를 갖고 있어요. 그러나 신세대에 속하는 나로서는, 컴퓨터의 도움을 받는다는 게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 참고문헌
1. http://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174944
2. http://www.sciencemag.org/news/2017/03/brainlike-computers-are-black-box-scientists-are-finally-peering-inside

※ 출처: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17/04/self-taught-artificial-intelligence-beats-doctors-predicting-heart-atta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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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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