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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윤리를 배우다] 1회 - 봄날은 가지만 (생명의료기술과 연명의료에 관한 소고)
오피니언 박수경 (2019-03-20 13:12)
봄날
봄날,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미국화가, 1953년 작품


봄이다
   
   3월 중순이 되니 확실히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아침 저녁으로 춥기는 하지만 그래도 봄입니다. 봄이 되니 생각나는 그림이 있는데, Moses 할머니의 봄날이라는 그림입니다. 이분의 그림은 우연히 서점에 갔다가 한 책1)을 통해 접하게 되었는데, 그 분의 인생 때문인지 그림이 참 따뜻하고 위로를 준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책이나 인터넷 설명마다 조금씩 다른데 이 분은 우리 나라로 치면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고 무임승차가 가능한 나이, 6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서 101세가 되기까지 그림을 그려 전시회를 하고 타임지에까지 실린 분이라니 참 대단합니다. 보통 그 나이 즈음 대한민국의 노년의 대다수는 죽음을 생각하고, 어떻게 자녀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남은 생을 덜 아프게 살다 죽을지를 고민2)하고는 하는데 말입니다. 어느 정도 재산이 있는 분들이라면 유산을 어떻게 할지도 고민거리일 것입니다.


봄날은 간다

   죽음의 문제는 대다수 고령자에게 고민거리이지만, 젊은 사람들에게도 예외는 아니기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필연적으로 맞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과거에 비하면 여러 생명의료기술이 발전하고 건강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면서 사고사나 특별한 개인적인 죽음의 사례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노화로 인해 질병을 앓는다고 가정할 때 대다수의 사람들의 수명이 연장되었습니다. 기술들이 개발되었을 때에는 추측하기로는 이 기술들이 사람들의 질병 치료를 돕고 예방하기도 하며, 사망이 임박한 순간이라도 다시 되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연구되고 개발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인간의 사망이 가까운 시점에서는 어떠한 의학적 시술은 도리어 이미 시작된 죽음의 과정을 인위적으로 연장시키는 것으로 무의미하게 여겨지는 사건3)도 있게 되었습니다.

   곧 3월 28일 시행예정인 <연명의료결정법4)>에서는 특히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은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연명의료“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대상자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라는 점이 조금 주목할 만하다고 여겨집니다. 법률에서는 ”임종과정5)”이라는 것이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아니하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로 정의합니다. 또한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6)"라는 판단을 받을 때에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인, 즉 2명의 의사에게 그러한 결정을 받아야 합니다. 결정을 받은 환자만이 환자 본인의 의사나 가족들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 후에 연명의료장치를 제거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봄날은 가지만

   몇 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죽음의 시점을 모르는 상황에서 죽음의 과정이 시작되었음을 정의내릴 수 있는가에 관한 생각이 가장 먼저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조부모님께서 집에서 생활하시다 잠자며 조용히 돌아가셔서 그런지, 어제 웃고 식사하시다가 기력이 다해 그렇게 영원히 잠드시는 경우도 있구나 하고 죽음을 언제 올지 모르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는 암이나 여러 질병의 아픔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을 뿐더러, 의학적 시술조차 단순히 그러한 고통의 연장이라고 생각할 때, 죽음의 시점에 대한 정의가 또 필요해 보입니다. 게다가 전문가들이 충분한 합의를 거쳐 내린 결론이기에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습니다. 

   또 하나는 꽤 흥행했던 한 영화7)에서 보았던 장애 상황에서 약물을 주입하여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나 얼마 전 신문기사에서 본 스위스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8)에 관한 이야기를 보았을 때 그들이 원하는 죽음 과정에서의 삶의 질을 좋게 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의 갈망이 존재한다는 것을 체감하게 됩니다. 죽음으로 가는 과정이 눈부시게 빛나는 과정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살아감의 영역에 있는 삶의 질을 따지는 영역인데 어떻게든 죽음을 추구한다는 것에 조금 신기한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역시 사람은 죽을 때까지는 죽은게 아닌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스위스까지 가서 죽음을 선택하려면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나 생활을 접고 항공료와 소개료, 체류비를 지불할 만한 경제적 능력이 있는 사회적 계층에게 해당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함께 들었습니다.   

   미래 의료 기술의 개발은 어떨까요? 인공장기의 개발로 인해 사람에게 이식했을 때 생명을 유지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강화된 사람으로 살아가는 시대9)가 온다면, 특히 생명에 필수적이라고 여겨지는 인공 심장이나 인공 뇌, 몸체 전체를 이식하는 일들이 가능하고 상용화될 수 있다면 연명의료라는 개념에 인공 심장이나, 인공 뇌를 이식하는 것도 포함시켜야 할까요? 그 생명의료기술을 사용하기만 한다면 계속해서 살 수 있으니 말입니다. 


다시 또 눈부신 봄

   다시 지금, 봄날로 돌아와 생각해봅니다. 임종과정에서의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치료가 무의미할 수 있다는 가치판단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의미함을 판단하는 주관성, 누군가는 타인이 보기에 전혀 눈부시지 않은 하루하루도 살아있는 자체로 의미를 느끼기도 하고, 누군가는 타인이 보기에 눈부시다고 여겨지는 삶임에도 죽음을 당기기를 원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타인이 보는 것으로 전제된 삶에는 어떠한 훌륭한 의료기술로도 생명 연장의 의미에 답을 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삶이란 또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그러하기에 어떠한 생명의료기술을 적용하여 살아가기로 선택하든지 간에 지금의 하루를 자족하며 눈부시게 아름답게 살아갈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참고자료
1)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2017) 저, 류승경 역,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수오서재
2) 일반적인 통념이기도 하지만, 본인이 2013.9~2014.2 까지 연구자로 참여했었던, 한국연구재단 SSK연구사업(서울대학교주관)의 하나인 <노년의 죽음에 관한 연구>에서 문헌 및 노인 설문연구에서 알게 된 사실입니다.
3) 대법원판례, 2009다17417 “무의미한 연명치료장치 제거 등”
4) 본 법률은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로, 약칭하여 <연명의료결정법>을 사용하여 적었습니다. 
5) <연명의료결정법> 제1장 제2조 제4항의 정의
6) <연명의료결정법> 제1장 제2조 제1,2항의 정의
7) 미 비포 유(Me Before You, 2016, 미국)
8) 스위스서 죽음 기다리는 한국인 107명, 그들은 왜?(출처: 중앙일보), 2019. 3. 15, 백만기
9) 알리타 : 배틀엔젤, 2018, 미국 외

  추천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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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경 (이화여자대학교 생명윤리정책협동과정, 더뷰티풀허브(TVH),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의생명연구센터)
<생명윤리를 배우다>는 생명과학(Biology)을 전공하고 생명윤리학(Bioethics) 박사과정에 있는 학생으로서, 인간의 존엄과 생명 가치를 존중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써의 생명윤리학의 다양한 주제들을 다룹니다. 이 연재에서는 누구나 마주하기 쉬운 생명의료기술과 관련된 생명윤리 주제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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