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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협주곡 2-33]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연구
오피니언 안희경 (2019-03-11 10:10)

과학자들 중에는 일상 생활과 연구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사람들이 있다. 영국의 과학자 앤 에드워즈(Anne Edwards)가 그렇다. 2012년 9월 앤은 집 근처 애시웰소프 (Ashwellthorpe) 숲을 보호하는 자원활동에 참여했다. 그녀는 나무가 무성한 숲에서 말라 죽어가는 물푸레나무를 발견했다. 풀완두(grasspea)를 연구하던 그녀는 병든 물푸레나무 샘플을 실험실로 가져와 DNA를 분석해 유럽 물푸레나무 잎마름병 균인 Hymenoscyphus fraxineus를 동정했다.1 그렇게 처음으로 영국에서 유럽 물푸레나무 잎마름병이 발견됐다.

잎마름병은 심각한 생태계의 위협이다. 1990년대 초반 동유럽에서 처음 발견된 후, 유럽 물푸레나무 잎마름병은 빠르게 유럽 서쪽으로 이동해왔다. 유럽 물푸레나무 잎마름병에 걸린 나무는 잎이 시들고 물관 부분이 괴사하면서 말라 죽는다.2 현재까지 알려진 치료법이 없어서, 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벌목을 하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바람을 통해 포자가 이동하여 빠르게 퍼져 나갈 뿐만 아니라 감염률도 높다. 15년 이상 잎마름병에 노출된 지역의 물푸레나무 치사율은 60-80%로 예상된다.3 2012년 병이 발견된 이후 영국 정부에서는 2018년까지 영국 내 물푸레나무도 75% 이상이 감염될 것으로 예상했다.4

앤이 숲에서 잎마름병의 전조를 발견하고나서, 에드워즈가 소속된 연구소와 인근 연구소 과학자들은 긴급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 참여한 연구자들은 우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연구소 기금을 이용해, 불과 몇 달 후인 2013년 1월 H. fraxineus의 유전체 분석을 끝냈다.5 이후, 영국의 농진청에 해당하는 DEFRA로부터 추가 연구비를 지원받아, ‘노르넥스 (Nornex)’ 프로젝트가 시작된다.6

노르넥스 프로젝트는 다른 연구 프로젝트와 달리 처음부터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을 위해 모든 정보를 웹사이트(oadb.tsl.ac.uk)에 공개했다. 시민들의 능동적인 참여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크라우드소싱 연구지원 방식은 새로운 개념의 시민과학의 플랫폼으로 훌륭하게 작동할 수 있다. 노르넥스 프로젝트는 H. fraxineus 유전체 정보 등을 언제 어디서나 내려 받을 수 있게 만들어, 모든 사람이 유전체 분석을 함께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대중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프락시누스 (Fraxinus)라는 페이스북용 게임도 개발했다.

여러 종의 DNA 염기서열을 한꺼번에 분석할 때는 유사한 패턴을 찾아야 한다. 컴퓨터 알고리즘만으로는 이 패턴을 모두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프락시누스는 유사함을 찾아내는 인간의 능력으로 그 패턴을 찾으려는 게임이었다. 시민과학 프로젝트를 게임화하면, 시민의 참여가 증가한다. 이런 방식으로 게임을 통해 시민과학 프로젝트로 단백질 구조를 풀고, 신경회로를 지도화하려는 노력도 있다.7

실제로 프락시누스 게임이 63,000회 이상 진행되는 동안, 기존 컴퓨터 알고리즘으로는 예측할 수 없었던 염기서열 배열 방식이 4,700회 넘게 발견되었다.8 게임 외에도 시민이 과학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Living Ash Project는 주변에 잎마름병 저항성을 띠는 듯한 물푸레나무에 애시태그(Ashtag)를 달아 보고하는 시민과학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에서, 잎마름병에 걸리고도 건강한 물푸레나무가 1,500그루 이상 발견되었고, 이들에 대한 후속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9

2013년부터 2016년까지 3년 동안 연구비를 지원받은 노르넥스 프로젝트 팀은 잎마름병 균을 검출할 수 있는 실험 기법을 개발했을 뿐 아니라, 잎마름병에 걸리지 않는 5~10%의 나무들이 갖는 독특한 유전적 특성도 밝혀냈다. 2015년 여름, 에드워즈 박사는 이 결과들을 가지고 다시 애시웰소프 숲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숲의 물푸레나무들 중 유난히 건강한 ‘149번’ 나무를 찾아내 ‘베티(Betty)’라는 이름을 붙였다. 베티는 잎마름병에 걸려 죽어버린 나무 ‘클래런스(Clarence)’와 불과 몇 걸음 떨어져 있는데도 잎마름병 증상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10 노르넥스 프로젝트에서 발견한 유전자 변이 (SNP) 세 개로 예측한 베티의 물푸레나무병 피해 값은 0이었다.11

과학자는 논문으로 이야기하도록 훈련받는다. 하지만 노르넥스 프로젝트의 과학자들은 논문으로 이야기하기 전에 모든 내용을 공개했다. 연구를 진행하던 도중에 bioRxiv와 같은 온라인 아카이브에 내용을 게재하기도 했지만12, 본격적으로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논문으로 내기 시작한 건 2015년 이후였다.13 하지만,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는 전염병을 연구하는 경우에는 노르넥스 프로젝트와 같은 실시간 정보 공개와 크라우드소싱이, 논문 출판이라는 더딘 진행에 갇혀 있는 것보다 훨씬 낫다. 노르넥스 프로젝트는 논문 출판 전에 모든 유전체 정보를 공개한 덕분에 몇 년 안 되는 기간 동안 ‘베티’를 발견했고14, 시민의 참여를 유도해 또 다른 건강한 나무들을 쉽게 찾아냈다.15 나무 연구엔 시간이 많이 걸린다. 노르넥스 프로젝트가 빨리 진행될 수 있었던 이유는, 정보를 공개하고 시민의 참여를 유도했던 과학자들의 결정 때문이었다.

물푸레나무 잎마름병을 발견하고 해결법을 찾아가는 과정은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하다. 실험실 밖에서 일어난 사건이 실험실 안으로 들어왔고, 실험실 안에서 발견된 내용이 실험실 밖으로 공개되었다. 누구나 연구에 직접 참여할 수 있었다. 과학은 어느 곳에나 있고, 누구나 함께 참여할 수 있다. 과학을 시민 곁에 두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주석
1 John Innes Centre scientist awarded British Empire Medal for her work on ash dieback disease. Eastern Daily Press. 2015-01-03 작성. (2019-02-23 방문)
https://www.edp24.co.uk/news/environment/john-innes-centre-scientist-awarded-british-empire-medal-for-her-work-on-ash-dieback-disease-1-3904046
Dr Anne Edwards biography – John Innes Centre
https://www.jic.ac.uk/people/dr-anne-edwards/
2 McKinney et al. The ash dieback crisis: genetic variation in resistance can prove a long-term solution. Plant Pathology (2014) 63:485-499
3 Coker et al. Estimating mortality rates of European ash (Fraxinus excelsior) under the ash dieback (Hymenoscyphus fraxineus) epidemic. Plants People Planet (2019) 1:48-58
4 Ash dieback 'could affect 75% of trees in worst-hit areas'. The Guardian. 2014-04-30 작성. (2019-02-24 방문)
https://www.theguardian.com/environment/2014/apr/30/ash-dieback-trees-2018
5 Saunders et al. Crowdsourced analysis of ash and ash dieback through the Open Ash Dieback project: A year 1 report on datasets and analyses contributed by a self-organising community. bioRxiv (2014) http://dx.doi.org/10.1101/004564
6 Nornex Report. http://oadb.tsl.ac.uk/ (2019-02-20 방문)
7 단백질 구조를 푸는 게임은 "Fold it(https://fold.it/portal/)"이고 신경회로를 지도화하는 게임은 "Eyewire project(https://eyewire.org/explore)"이다.
 http://scienceon.hani.co.kr/453133
8 Nornex Report. http://oadb.tsl.ac.uk/ (2019-02-20 방문)
9 Living Ash Project. https://livingashproject.org.uk/intro (2019-02-20 방문)
10 'Betty' the ash tree offers hope against deadly dieback disease. The Guardian 2016-04-22 작성. (2019-02-20 방문)
https://www.theguardian.com/environment/2016/apr/22/betty-the-ash-tree-offers-hope-against-deadly-dieback-disease-resistance
11 Nornex Report. http://oadb.tsl.ac.uk/ (2019-02-20 방문)
12 Saunders et al. Crowdsourced analysis of ash and ash dieback through the Open Ash Dieback project: A year 1 report on datasets and analyses contributed by a self-organising community. bioRxiv (2014) http://dx.doi.org/10.1101/004564
13 Sollars et al. Genome sequence and genetic diversity of European ash trees. Nature (2017) 541, 212-216
Harper et al. Molecular markers for tolerance of European ash (Fraxinus excelsior) to dieback disease identified using Associative Transcriptomics. Scientific Reports (2016) 6: Article number 19335
14 'Betty' the ash tree offers hope against deadly dieback disease. The Guardian 2016-04-22 작성. (2019-02-20 방문)
15 Living Ash Project. https://livingashproject.org.uk/intro (2019-02-20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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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경
국내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후, 영국에서 박사후연구원 생활을 시작했다. 식물학을 연구하고 있으며, 과학사에도 관심이 많다. 식물에 관한 연구를 소개하는 <초록으로 본 세상>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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