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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침팬지의 문화를 파괴하는 인간
생명과학 양병찬 (2019-03-11 09:25)

침팬지의 문화를 파괴하는 인간
Older group members demonstrate important behaviors for younger chimpanzees. / @ PBS

침팬지에게, 인간과 조우(遭遇)하는 것은 통상적으로 나쁜 소식이다. 벌목, 사냥, 전염병은 서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침팬지 개체군을 벼랑 끝으로 내몰아 왔기 때문이다. 이제 한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활동이 침팬지 개체군의 문화마저도 앗아갈 수 있다고 한다.

침팬지들은 독특한 행동을 한다. 예컨대 도구를 이용하여 견과류를 깨거나 흰개미를 수집하는 행동은, 인간의 문화와 마찬가지로 대대손손이 계승된다(참고 1). 이런 행동들에는 (침팬지의 생존에 필수적인) 적응(adaptation)도 포함되지만, 이번 연구에 따르면 인간 주변에 사는 침팬지 개체군은 그런 행동이 부쩍 줄어든다고 한다. 저자들에 의하면, 그런 핵심적 행동을 보호하려면 "침팬지 문화유산(chimpanzee cultural heritage site)"을 지정하는 것이 필요할 거라고 한다. "지금껏 수행된 수많은 보존노력은 종다양성(species diversity)과 유전적 다양성(genetic diversity)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우리는 문화적 다양성(cultural diversity)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이번 연구를 지휘한 독일 막스클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햘마르 퀼(영장류학)은 말했다.

거의 20년 전, 스위스 취리히 대학교의 명예교수 카렐 판 샤이크(영장류학)는 "서식지 파괴나 밀렵과 같은 인간의 영향이 유인원(침팬지·고릴라·오랑우탄)의 핵심행동을 파괴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판 샤이크는 오랑우탄의 문화행동을 연구했다. 참고 2) 예를 들어, 콜라열매와 같은 핵심자원이 부족해지거나, 행동을 후대에 물려줄 수 있는 '노련한 구성원'이 줄어들 경우 개체군은 중요한 전통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샤이크의 가설을 검증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모으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이제 144개의 침팬지 공동체의 행동 목록을 작성하려는 지난한 노력의 결과, 판 샤이크의 가설이 옳은 것으로 나타났다. 퀼과 또 다른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영장류학자인 아미에 칼란은 70여 명의 공동저자들과 함께 침팬지의 문화행동을 연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의 일환으로(참고 3), 지금껏 연구되지 않았던 46개 개체군에서 침팬지의 행동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들은 그 데이터를 이미 출판된 106개 침팬지 그룹들에 대한 관찰결과와 결합했다. "그들은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몇 년 전만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크기의 표본을 확보했다"라고 이번 연구에 관여하지 않은 판 샤이크는 말했다.

전체적으로, 연구자들은 '문화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31개 행동의 목록을 작성했다. "한 국립공원의 경우, 침팬지들은 조류(algae)를 채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국립공원의 경우, 침팬지들은 견과류를 깨거나, 특정한 사냥방법 또는 흰개미 수집방법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고 퀼은 말했다.

그러나 인간의 영향권에서 가까운 곳에 서식하는 침팬지일수록 행동의 다양성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의 영향력이 높은 지역에 사는 침팬지 그룹의 경우, 모든 행동의 가능성은 평균 88% 감소했다. 즉, 인간의 영향력이 매우 낮은 지역에 사는 그룹의 경우 15가지에서 20가지 행동을 하는 데 반해, 인간의 영향력이 매우 높은 지역에 사는 그룹의 경우 겨우 두세 가지 행동을 했다"라고 칼란은 말했다. 연구팀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3월 7일 《Science》 온라인판에 발표했다(참고 4).

"인간은 - 개체수를 줄이는 것(개체수가 줄어들면 사회적 접촉이 제한되어, 기술을 공유할 기회가 줄어든다)에서부터 시작하여, 개체군을 고립시키는 것에 이르기까지 - 무수한 방법으로 침팬지의 행동을 없앤다. 그러나 인간의 영향력이 매우 낮은 곳에 사는 침팬지 개체군에 관한 장기적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번 연구의 결론은 잠정적이다"라고 판 샤이크는 지적했다.

라이프치히 소재 독일 생명다양성 융합연구센터에서 일하기도 하는 퀼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침팬지의 전통 중 일부는 나무의 열매 생산량과 같은 자연적인 주기에 따라 흥망성쇠한다. 그런 행동들은 특히 취약할 수 있다. 예컨대 열매 생산량이 감소한 해에, 어린 침팬지들은 견과류를 깨어 먹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다. 그런 다음 한 개체군에서 노련한 구성원이 사라진다면, 그 행동은 개체군 전체에서 사라지게 된다."

"이번 연구는 '유인원이든, 고래와 돌고래든, 코끼리든, 철새든(참고 5) 멸종위기동물의 보존을 돕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 문화적 속성과 그룹이라는 변수를 감안해야 한다'는 최근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준다"라고 칼란은 말했다. "우리는 멸종위기종(種)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때, 그들이 생존하기 위해 사용하는 사회적·문화적 지식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라고 그녀는 덧붙였다. "많은 종들의 경우, 문화는 일종의 사치품이 아니라 지역 환경에 적응하는 데 있어서 고유하고 필수적인 부분이다. 특히 문화적 종(cultural species)의 경우, 멸종의 소용돌이는 빠르게 맴돌 수 있다"라고 판 샤이크는 말했다.

【에드 용에게 듣는다】 동물에게도 문화가 있다

동물의 문화는 인간의 문화만큼 풍부하고 다양하다. 에 실린 “애니멀리즘”이라는 에피소드에서,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의 저자 에드 용은 동물계의 문화 중에서 가장 매혹적인 사례들을 소개한다. 코스타리카 카푸친원숭이의 특이한 전통에서부터 혹등고래의 뮤직 차드 "Top 20"까지, 동물의 다양한 문화를 감상하라.


※ 참고문헌
1.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284/5423/2070
2.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299/5603/102
3. http://panafrican.eva.mpg.de/index.php
4. http://science.sciencemag.org/lookup/doi/10.1126/science.aau4532
5.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early/2019/02/25/science.aaw3557.abstract

※ 출처: Science https://www.sciencemag.org/news/2019/03/humans-are-wiping-out-chimpanzee-cultures

 

오늘도 우리 몸은 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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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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