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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밖 과학읽기] 플라이룸 (김우재 저/ 김영사)
오피니언 LabSooniMom (2019-02-12 11:38)

‘초파리 유전학자’라고 늘 스스로를 정의하는 오타와대 김우재 교수의 첫 번째 단독 저서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낼 때는 언제나 자신이 사랑하는 ‘초파리’를 앞세우는 그는 초파리로 세계 정복을 꿈꾼다는 초파리에 미친 사람이다. 또한, 자신의 글에 ‘급진적 생물학자’라는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그는 과학계의 독설가로 유명하다. 초파리로 ‘사회, 과학 그리고 역사’를 담은 이 책은 초파리에 미치지 않고서는, 과학계과 사회에 쓴소리를 뱉어내지 않고서는 쓸 수 없는 ‘초파리 정신’을 담은, 그런 책이다.

플라이룸

이 책은 1장에서는 초파리를 통한 기초과학의 지표와 과학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다루고, 2장에서는 저자의 초파리 행동 유전학 연구, 3장에서는 생물학의 두 날개인 진화생물학과 실험생물학의 역사 이야기를 다루었다. 이미 많은 서평들이 다룬 부분은 생략하고, 세 개의 상이한 주제들을 관통하는 [플라이룸]의 메시지를 찾아보고자 했다.

초파리 정신이란 무엇인가?[1]

초파리 정신은 가장 창의적이고 가장 생산적인 생명과학 연구소인 ‘자넬리아’에서 찾을 수 있다. 자넬리아의 설립의 한 축을 담당했던 초파리 학자 게리 루빈은 도구 장인의 정신을 가지고 초파리 학계를 이끌어 나가는 인물이다. 실제 자넬리아 홈페이지의 “Open Science” 탭에는 초파리 계통, 신경유전학 데이터와 같은 연구자료뿐만 아니라, 시약, 소프트웨어, Laboratory tool과 imaging instrumentation까지 무료로 공유하고 있다.[2] 이 공유의 정신은 모건의 파리 방에서 시작되었다. 매일 아침마다 파리 방에서 숱 처녀를 고르는 일과 함께 대화와 토론이 오갔고, 실험 결과들이 공유되었다. 그 이면에는 ‘과학은 공유와 개방할수록 더 건강해지며, 과학의 결과물은 모두에게 공유되어야만 한다.’는 초파리 학자들의 공유 정신이 담겨있다.

‘초파리 공동체’는 초파리 분야의 연구 전체가 초파리 분야 밖의 연구자들에게 보이는 이미지를 고려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지향한다. 그것은, 사회를 향한 초파리 연구자들의 외침에서 엿볼 수 있다. 살아있는 세포에 방사선을 쬐어 돌연변이는 만들 수 있으며, 방사선으로 염색체의 유전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을 발견한 허먼 조지프 멀러가 가장 대표적이다.

“유전학자는 자연선택과 진화를 부정하는 사람일 수 없고, 인간의 생식과 관련된 공공정책에 관한 한, 반드시 공공의 논쟁에 참여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발견이 사회정책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멀러는 인본주의에 봉사했고, 산업화 과정에서 초래될 방사선 남용을 경고하고 이를 막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이런 멀러와 함께 [유전학자 선언]에 동참한 이들은 당대 영국 사회의 일류 과학자들로서 과학자로서의 자신의 직업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회 속으로 들어가, 교류하고, 변화시키고, 또 사회로부터 영향을 받는 이들이었다. 초파리 학계만의 공동체를 넘어 과학 공동체가 사회를 향해 과학자의 목소리를 내는 것, 그것이 ‘과학자 다움’ 이라고 그들은 이야기한다.

인간과 60%의 유전자가 일치하는 초파리는 1900년대 초반 토머스 헌트 모건의 파리 방 (fly room)에서부터 동물모델로서의 역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2017년 제프리 C 홀, 마이클 로스 배시, 마이클 영이 생체시계에 대한 초파리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함으로 초파리는 6번이나 노벨상의 주인공이 되었다. 방사선이 유전자에 미치는 영향, 배아 발생과 후각 기능, 면역반응과 생체시계까지 생명의 비밀을 밝힌 수많은 연구들이 초파리에서 이루어졌다. 또한, 초파리를 통해 그들은 진화생물학과 실험생물학 사이에서 때로는 상호작용하고 때로는 반목하며 오랜 시간에 걸쳐 유전의 비밀을 밝혀왔다. 저자는 두 생물학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생물학은 두 날개로 난다. ‘다양성 속의 조화’, 즉 화이부동이라는 말처럼, 생물학은 여러 상충하는 이론들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조화를 이루어 과학의 면모를 지켜나가는, 그런 학문인지 모른다.’

초파리 연구자들이 지켜오는 학풍이 이것일 것이고, 그들은 초파리 학풍에 대한 자부심을 초파리 정신에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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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과학, 미래의 과학

저자는 여전히 현재의 과학계를 비판한다. 모든 과학이 그렇듯 현재의 우리가 미래를 위해서 연구할 수 있는 이유는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누군가가 이루어 놓고, 발견하고, 만들어 놓은 “기초과학” 이 ‘거인’이 되어 우리가 그 어깨 위에 올라설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의 과학계는 어떤가? 아마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이라면 누구나 연구비에 허덕일 것이다. 인간의 건강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거나, 현재의 핫한 이슈나 기술에 편승하지 못하는 기초과학은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기초과학을 배제하는 정부의 과학 정책과 지원을 비판하는 것이, 과학자들에게 사회를 향해서 과학자의 정치적 목소리를 좀 내라고 호소하는 것이, 자넬리아와 같은 한국 과학계의 제3섹터의 연구소/연구비를 제안하고, 기초과학이 절멸해가는 학계를 떠나 ‘타운랩[3]’을 만들어 사회로 들어가는 것이 어쩌면 미래 과학계를 위한 그만의 절규일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역사 속의 수많은 초파리 과학자들의 삶을 들어다 보면, 저자가 꿈꾸는 과학자의 모습이 조금은 보이는 것 같다. 실험 연구자로서 초파리 유전의 역사와 철학적 의미를 이 책에 담아냄으로 로버트 콜러와 같은 작가의 삶을, 개혁가가 되어 사회 속에서 영향력 있는 기능을 했던 멀러와 같은 급진적인 삶을, 그리고, 생체시계 연구를 처음으로 하고 노벨상에 이르는 발견을 했으나, 두 번의 종신직의 실패 후 고등학교에 교편을 잡았던 코노프카와 같은, 세상은 알아주지 않지만 과학 공동체는 기억하는 삶을 초파리 유전학자로서 그는 걷고자 하는 건 아닌지… 어쩌면, 그가 들여다보고 싶은 곤충의 ‘진사회성’ 연구는 초파리를 통해 이 사회의 초유기적인 내부를 투영해 보고 싶은 그의 의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초파리 유전학자 한 명의 피로 쓴 책 한 권이 이 사회를 쉽게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적어도 과학을 업으로 사는 과학자라면 한 번쯤 이 땅의 미래의 과학의 역사가 될, 현재를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외쳐야 하며,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이 책을 통해 한번쯤 되돌아보기를 바란다.

Am not I
A fly like thee?
Or art not thou
A man like me?

(The Fly, William Blake)



[1] ‘초파리 정신’이란 표현은 저자는 사용하지 않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다.
[2] https://www.janelia.org/open-science
[3] https://www.hellodd.com/?md=news&mt=view&pid=67120&fbclid=IwAR2VwNh11v6Ele2fnj_djYtgQvgHnA6cJn7F22CHxQvCHI_b8ooGgefIf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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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Sooni Mom (필명)
바이러스 연구와 백신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논문 보느라, 실험하느라 책장 한번 넘기지 못했던 시절을 지나고 이제서야 논문 밖 과학책을 읽고 소소한 소감을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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