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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식물의 혈연인식: 식물도 팔이 안으로 굽는다.
생명과학 양병찬 (2019-01-04 09:34)

매혹하는 식물의 뇌
스테파노 만쿠소 『매혹하는 식물의 뇌』의 영어판 표지(참고 1)

사람과 많은 동물에게 가족은 중요하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을 생각해 보라. 또는 한 마리의 개미가 침입자 개미를 사정없이 공격하는 반면, 상처받은 동료를 구조하는 것을 생각해 보라. 어쨌든, 친척끼리 서로 도와주는 데는 타당한 진화적 이유가 있다. 이제 식물계에도 가족의식이 존재한다는 설(說)이 힘을 얻고 있다.

캐나다의 한 식물학자가 10여 년 전 아이디어의 씨앗을 심었지만, 많은 식물학자들은 "혈연을 의식하려면 신경계가 필요한데, 신경계 없는 식물이 어떻게 친척을 알아본단 말인가?"라고 펄쩍 뛰며 그것을 이설(異說)로 간주했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증거들이 제시됨에 따라, 식물이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동료'를 정말로 - 조용하고 식물스러운 방법으로 - 돌본다는 관념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예컨대, 어떤 식물종은 뿌리 뻗는 범위를 제한하고, 어떤 종은 꽃송이 수를 변화시키고, 몇몇 종들은 잎을 기울이거나 이동시켜 이웃에게 드리우는 그늘을 최소화함으로서 근친에게 호의를 베푼다는 것이다.

"우리는 식물들이 명암(明暗)이나 접촉만 감지하는 게 아니라, '누구와 상호작용하는지'도 인지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교의 수전 더들리(식물진화생태학)는 말했다. 그녀가 행한 「식물의 혈연인식(plant kin recognition)」에 대한 초기연구는 많은 과학자들의 관심에 불을 댕긴 바 있다.

이 분야의 새로운 연구는 식물행동(plant behavior)에 대한 견해를 확산시키는 것을 넘어 실용척인 측면도 있다. 2018년 중국의 한 연구팀은 "친척과 함께 심어진 벼가 더 잘 자란다"고 보고했는데, 이는 식물의 가족 연대감(family tie)을 이용하여 작황을 향상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만약 혈연효과(kin effect)가 존재한다면, 누가나 하시(何時)라도 그것을 찾으려 할 것이다"라고 코넬 대학교의 안드레 케슬러(화학생태학)는 말했다.

동물의 혈연특이적 행동(kin-specific behavior)은 흰개미(termite)에서부터 사람에 이르기까지 계속적으로 진화해 왔는데, 이는 '친척으로 하여금 공유된 유전자를 후세에 물려주도록 돕는 것이 나에게도 얼마나 이로운지'를 잘 보여준다. 더들리는 이와 똑같은 진화력(evolutionary force)이 식물에게도 적용될 거라고 추론했다. 즉, "식물은 자기(self)와 비자기(nonself)의 뿌리를 구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식물들이 혈연을 골라내고 선호할 수 있는가'라는 가설을 검증했다. 그녀는 북아메리카 해안에 서식하는 다육식물 서양갯냉이(Cakile edentula)를 - 친척 또는 낯선 서양갯냉이와 함께 - 화분에 심었다. 그랬더니 이방인과 인접한 서양갯냉이는 지하근계(root system)를 엄청나게 확장하는 데 반해, 친척과 인접한 서양갯냉이는 경쟁적 충동을 자제하는 게 아닌가! 이는 아마도 친척의 뿌리가 영양분과 수분을 잘 흡수하도록 공간을 남겨놓는 것으로 보인다. 2007년에 발표된 이 결과는 동료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일부는 통계의 결함과 실험설계의 엉성함을 지적하며 그 연구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그 이후, 다른 연구자들이 그녀의 발견을 확인했다. 최근에는 스위스 로잔 대학교의 루벤 토리세스와 스페인 국립연구위원회의 연구자들이 스페인의 허브(Moricandia moricandioides)를 이용한 연구에서, 협동적 꽃피우기(cooperative flowering)를 증명했다. 그들은 770개의 씨앗을 - 따로따로 또는 (다양한 촌수의) 3~6개 이웃과 함께 - 화분에 심었는데, 친척과 함께 자라는 식물일수록 더 많은 꽃을 피움으로써 더 많은 꽃가루매개자(pollinator)들을 유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2018년 5월 22일 《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되었다.

현재 스페인 후안 카를로스 대학교에 재직 중인 토리세스는 '혈연효과'를 이타적(altruistic)이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개체가 꽃을 피우려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그 과정에서 궁극적인 씨앗생성잠재력(seedmaking potentia) 중 일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국에는 친척들이 모여 있는 화분의 수분(受粉)이 전반적으로 향상되므로, 친척 전체에는 이득이 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식물이 유전적 혈연(genetic kin)을 확인하는 것일까, 아니면 자기와 비슷하게 생긴 이웃을 인식하는 것 뿐일까? 나는 혈연인식(kin recognition)에 대한 납득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프랑스 국립 농업연구소 몽펠리에 전진기지에서 농작물을 연구하는 헬레네 프레빌(개체군 생물학)은 말했다.

그러나 세이지브러시(Artemisia tridentata)는 강력한 단서를 몇 가지 제시해 왔다. 그들은 초식동물에게 상처를 입었을 때 휘발성화합물(volatile chemical)을 방출하여, 이웃으로 하여금 '공동의 적'을 물리칠 수 있는 독성화합물을 만들도록 자극한다. UC 데이비스의 생태학자 리처드 카반은 "세이지브러시가 친척에게 우선적으로 경고신호를 보낼까?"라는 의문을 품었다. 그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미 "세이지브러시가 대충 두 가지 화학형(chemotype)으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즉, 세이지브러시는 잎이 손상되었을 때 장뇌(camphor)나 투욘(thujone)을 방출하는데, 화학형이 유전됨으로서 잠재적인 혈연인식신호(kin recognition signal)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2014년 연구팀은 "한 화학형에 속하는 식물의 휘발성화합물을 동종의 식물에 발랐더니, 강력한 항초식동물방어(antiherbivore defense)를 시작하여, 휘발성화합물이 도포되지 않은 식물보다 곤충해(insect damage)를 훨씬 덜 입었다"고 보고했다. 이는 혈연효과의 단서라고 볼 수 있다.

애기장대(Arabidopsis thaliana)도 또 하나의 단서를 제공해 왔다. 약 8년 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교의 호르헤 카살(식물생물학)은 "친척 옆에서 자라는 애기장대가 잎의 배열을 바꿈으로써 '이웃에게 드리우는 그늘'을 감소시키지만, 낯선 이웃에게는 그러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러나 애기장대가 친척의 존재를 감지하는 메커니즘은 미스터리였다.

그러나 애기장대는 광센서(light sensor)를 보유하고 있으며, 2015년 카살이 이끄는 연구팀은 "인접한 잎에서 나온 반사광(reflected light)의 강도가 근친도(relatedness)의 신호로 작용하여, 잎의 재배열(rearrangement)을 촉발한다"고 보고했다. 즉, 친척들은 동일한 높이에서 잎이 돋아나는 경향이 있으므로, 서로의 잎에 더욱 많은 빛을 반사한다는 것이다. "잎의 위치를 옮겨 서로에게 드리우는 그늘을 줄이면, 친적들은 더욱 빨리 자라 더 많은 씨앗을 만들 수 있다"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신호', '수용체', '적합성의 결과'라는 측면에서 볼 때, 애기장대만큼 확실한 혈연인식의 사례는 없다"라고 카살은 말했다.

그 이후, 카살은 "가까운 곳에서 자라는 해바라기 친척들의 경우, 배열을 바꿔 서로의 진로방해를 하지 않는다"라고 보고했다. 그와 동료들은 2017년 《PNAS》에 기고한 논문에서, "한줄로 선 해바라기들은 새싹의 기울어진 방향이 교대로 바뀐다"라고 보고했다. 그들은 이런 효과를 이용하여 1제곱미터당 10-14그루의 친척 해바라기들을 심어(이는 상업적 재배자들이 처음 들어보는 밀도였다), 마구잡이로 자라는 해바라기들보다 47% 많은 해바라기유(油)를 얻었다.

중국 베이징 농업대학의 콩 추이화(화학생태학)는 비슷한 효과를 이용하여 벼의 수확량을 늘리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가 이끄는 연구팀은, 뿌리에서 잡초를 죽이는 화합물을 분비하는 벼품종을 연구하고 있는데, 지금 당장은 통상적인 품종(제초제가 필요한 품종)을 대체할 정도로 많은 수확량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3년간에 걸친 현장실험에서, 이 자가방어품종(self-protective rice variety)을 친척들끼리 재배할 경우, 무연고 품종과 함께 재배할 때보다 수확량이 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는 2018년 9월 말 《New Phytologist》에  보고되었다. 대규모 연구를 통해 자신들의 접근방법을 테스트하기 위해, 그들은 남중국의 논에 제초제 생성품종의 혈연 모심기(planting kin seedling)를 실시할 예정이다.

영국 리딩 대학교의 브라이언 피클스(생태학)는 "혈연인식이 숲의 재생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제안한다. 그는 지하의 균류(underground fungi)로 연결된 나무들 간의 영양소 및 화학신호 흐름을 추적하여, "전나무는 친척을 선호하며, 그들에게 곤충의 공격을 경고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는 전나무 친척들이 무연고 전나무보다 더 빨리 성장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일부 생물학자들은, 최근 부상하고 있는 '의사소통하고 협동하는 식물'이라는 아이디어에 대한 근거가 아직 빈약하다고 생각한다. 스위스 로잔 대학교의 로랑 켈러(진화생물학)는 "애기장대의 외견상 혈연인식 중 일부는 식물들의 타고난 차이(innate difference)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하며 좀 더 엄밀한 연구를 촉구한 바 있다. "다른 잠재적 설명을 배제하기 위해, 실험의 설계를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켈러는 마음을 열어놓고 혈연인식의 강력한 증거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카반의 생각은 이미 확고부동하다. "식물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정교한 행동을 할 수 있다. 그건 엄연한 사실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4628132

※ 출처: Science https://www.sciencemag.org/news/2019/01/once-considered-outlandish-idea-plants-help-their-relatives-taking-r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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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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