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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생명과학 이야기] 이제는 도킨스와 헤어져야 할 시간 - 과학 대중화의 현실과 이상
오피니언 곽민준 (2018-11-22 10:00)

이기적 유전자
[그림 1] 20세기 최고의 인기 과학 도서 <이기적 유전자>

 “책을 사기 위해 접속한 온라인 서점 사이트에서 올해의 책을 뽑는 투표가 한창 진행 중인 것을 봤다. 한 해 동안 출판된 여러 훌륭한 책들이 후보에 올라있었다. 투표를 마친 후, 이전에는 어떤 책들이 한 해를 빛낸 도서로 선정되었는지 궁금해져 찾아보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과학책은 거의 없었다. 그나마 인기를 얻은 과학 도서들 역시 대부분 오래전 지어진 책들이었다.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만날 수 있는 책들이 더 인기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국내 도서 시장에서 과학 서적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작다. 심지어 인기 있는 책들은 대부분 출판된 지 오래된 장기집권자들이다. 오늘은 그중에서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논쟁적인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 대해 살펴볼까 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지난 연재에서 기린의 목이 길어진 이유에 관한 다윈의 잘못된 설명을 소개한 데 이어1), 대중이 당연하게 여기는 진화 지식이 항상 참인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이어가고자 한다.

 리처드 도킨스는 2005년 영국의 <프로스펙트>지와 미국의 <포린 폴리시>가 공동으로 설문한 세계 100대 지식인 투표에서 3위에 선정될 정도로 유명하고 뛰어난 국제적 석학이다2). 그리고 그가 지금의 명성과 사회적 지위를 얻는데 <이기적 유전자>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은 너무나도 명백하다. 1941년생인 그는 만 나이 35세에 불과하던 1976년, 세상을 충격에 빠트린 자신의 첫 저서를 발표했다. 책에서 도킨스는 유전자가 진화의 주요 단위라는 설명과 함께 사람을 비롯한 모든 개체는 유전자의 생존 기계에 불과하다는 너무나도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주장을 내놓았다3).

 사실 이 주장이 도킨스가 처음 한 생각은 아니었다. 1957년에 이미 조지 윌리엄스가 유전자 중심주의의 탄생을 알렸고4), 얼마 지나지 않아 윌리엄 해밀턴이 친족 선택 이론과 포괄 적합도 개념을 통해 이기적인 유전자의 이타적인 행동을 수학적으로 설명했다5). 이뿐만 아니라 1973년 조지 프라이스와 존 스미스의 논문에 처음 소개된 ESS (Evolutionary Stable Strategy) 개념은 이후의 진화생물학 연구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고, 도킨스에게도 마찬가지였다6). 여기에 더해 퓰리처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에드워드 윌슨의 사회생물학 역시 도킨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30대의 젊은 진화학자가 지금까지 언급한 모든 대가의 핵심적인 주장과 이론을 집대성하여 작성한 책이 바로 <이기적 유전자>다. 따라서 이 책이 도킨스의 고유한 생각을 정리한 책이라고 여겨왔다면 완전히 잘못 생각했다. <이기적 유전자>는 20세기 중반 집단 유전학을 바탕으로 이뤄진 ‘근대적 종합(Modern Synthesis)’ 이후 이에 반발하며 나타난 패러다임의 변화를 완전히 굳힌 일종의 연구 동향 보고서다. 물론 사회과학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밈(Meme)’의 개념을 포함해 도킨스만의 주장과 연구도 담겨있다. 그러나 이 책의 핵심은 명백히 20세기 중반 급격하게 성장한 유전자 중심주의 개념이며, 이는 도킨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현존하는 최고의 대중과학자 리처드 도킨스
[그림 2] 현존하는 최고의 대중과학자 리처드 도킨스

 그러나 대중은 <이기적 유전자>의 내용이 당연히 도킨스의 생각이라고 받아들였고, 그를 최고의 생물학자로 여기기 시작했다. 이후 도킨스가 자신의 고유한 생각과 연구를 담아 출판한 <확장된 표현형>은 당연히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그는 생물학계를 대표하는 거장이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무신론자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과학 전문 저널에 발표된 연구논문을 읽지 않는 대다수가 유전자를 이기적이라고 표현한 강렬한 인상의 책을 내놓은 과학자 도킨스에게 매료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지난 10년간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의 이름을 하나도 모르는 이들이 도킨스의 이름은 너무나도 익숙하게 생각하는 것도 안타까우나 이해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지난 40년간 도킨스는 그렇게 범접할 수 없는 최고의 대중과학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세상에 독점이 아름다운 결과로 이어지는 일은 절대 없다. 시장에서 한 기업이 상품을 독점하면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19세기 유토피아를 꿈꾸던 이들에게 희망을 선물한 공산주의 경제체제가 망한 이유 역시 부의 분배를 담당한 중앙세력의 권력 독점에 있다. 학문도 마찬가지다. 권위 있는 학자 혹은 학파의 주장은 주어진 상황에 대한 새로운 설명, 때로는 더 나은 설명이 등장하는 것을 가로막기도 한다.

한 세력이 모든 걸 손에 넣는 독점의 끝은 항상 좋지 못한다
[그림 3] 한 세력이 모든 걸 손에 넣는 독점의 끝은 항상 좋지 못한다.

 필자는 도킨스와 <이기적 유전자>가 진화에 대한 대중의 지식을 독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기적 유전자> 이후 유전자 중심주의에 대항하는 이론들이 많이 등장했고 지금도 치열한 논쟁이 펼쳐지고 있기는 하다. 반적응주의자의 대표 격인 스티븐 제이 굴드는 도킨스와 동일 선상에서 비교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중에게 알려진 진화적 지식에만 제한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특히 한국의 경우, 도킨스와 다른 생각을 하는 학자들의 의견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심지어 굴드의 의견은 찰스 다윈과 리처드 도킨스의 이론에 반한다는 이유로 창조과학을 지지하는 증거로 오해받기까지 한다. 다시 말해 대부분은 도킨스의 모든 생각을 곧 증명된 과학적 지식으로 받아들인다는 이야기다.

 사실 도킨스의 학문적 업적이 앞서 소개한 윌리엄스나 해밀턴, 그리고 그의 맞수 굴드보다 뛰어나다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도킨스는 인기 있는 저서와 유명세 때문에 마치 모든 것을 아는 신처럼 묘사되고 있다. 사실은 그저 여러 뛰어난 학자 중 한 명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기적 유전자> 역시 마찬가지다. 매우 많은 인기를 얻을 정도로 훌륭하고 큰 의미가 있는 책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본질은 40여 년 전 진화생물학계에 유행처럼 퍼지던 이론들을 정리해놓은 것에 불과하다. 이후에도 진화이론은 발전했고, 많은 것이 바뀌었다. 그러나 우리의 지식은 그 시점에 멈춰있고 아직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

 <이기적 유전자>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동물의 이타적인 행동에 대한 설명이다. 도킨스는 윌리엄 해밀턴의 친족 선택 이론과 포괄 적합도 공식을 이용해 이타적으로 보이는 개체의 행동이 사실은 유전자의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설명한다. 서로 혈연관계에 있는 개체들은 같은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고, 따라서 유전자의 관점에서는 개체가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여러 친족을 구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설명을 통해 말이다3). 예를 들어 형제는 나와 1/2만큼의 유전자를 공유한다. 따라서 내 목숨을 바쳐 형제 세 명을 살리는 행위는 유전자의 입장에서 이득이 되는 이기적인 행동인 셈이다.

자식에게 먹이를 가져다주는 이타적 행동을 하는 부모 새
[그림 4] 자식에게 먹이를 가져다주는 이타적 행동을 하는 부모 새

 그러나 이 주장에는 문제점이 많다. 해밀턴은 개체 간의 근연도 (r, 형제의 경우에는 1/2)에 이타적 행동으로 얻을 수 있는 친족의 이익(B)을 곱한 값이 행동에 의한 행위자의 손해(C)보다 클 때 개체가 이타적으로 행동한다고 생각했다5). 그러나 이 공식의 변수에 해당하는 근연도(r), 이익(B), 비용(C)을 수치상으로 계산할 수 있는 기준은 없다. 실험을 통해 이 값들을 어떻게 정의할지 연구한 사례도 전혀 없고 말이다. 예를 들어 곤경에 빠진 사람을 돕는 행위나 자원봉사, 기부 등의 유전적 이익과 손해를 계산할 방법은 없다. 해밀턴은 그럴싸한 공식을 제시했지만, 사실 이 공식이 참인지 확인해 본 적은 없는 것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친족 선택 이론을 반증하는 관찰 결과가 발견되기도 했다. 일부 곤충은 수정란은 암컷, 미수정란은 수컷이 되는 반수배수성 생식을 한다. 이 경우에 자매들은 서로 3/4의 유전자를 공유한다. 따라서 해밀턴의 이론이 사실이라면, 자매간의 근연도가 매우 큰 이런 종에서 공동육아나 다세대 공동체 생활 등의 사회적인 행동이 더 흔하게 관찰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 관찰 결과, 예측과 달리 반수배수성 생식을 하는 동물에서 특이적인 사회성이 나타나지 않으며, 오히려 사회적 행동이 관찰되는 흰개미 등의 곤충은 다른 생식 방식을 보인다고 한다7)

 사실 이 주장 역시 통제된 환경에서 진행된 실험이 아닌 관찰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확실히 참이라 단정 지을 수 없다. 그러나 윌리엄 해밀턴이 반세기 전 발표한 포괄 적합도 공식이 불확실하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리고 참이 아닌 가설을 인용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소개한 <이기적 유전자> 역시 문제가 있다.

 물론 <이기적 유전자>에는 이타적 행동을 설명하는 다른 이론들도 소개되어 있다. 개체 간의 오랜 신뢰가 쌓였을 때 경제적 원리에 의해 서로에게 모두 이익이 되는 행동을 한다는 트리버즈의 상호 이타주의 개념이나, 비교적 최근 등장한 패널티 이론과 성 선택을 통한 설명 역시 포함되어 있긴 하다. 그러나 <이기적 유전자>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도킨스가 해밀턴의 이론을 얼마나 공들여 소개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을 거다. 아니면 지금 인터넷에 ‘이기적 유전자’를 검색해 책을 읽은 전문가와 독자들이 도킨스가 설명한 이타적 행동의 이유를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살펴보라. 대부분이 친족 선택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거다. <이기적 유전자>는 사실 도킨스가 그다지 과학적이지 않은 이론에 취해 만들어낸, 오류를 담은 책이었던 셈이다.

가타카
[그림 5] 유전자의 힘을 매우 강력하게 표현한 영화 <가타카>의 포스터 

 이뿐만 아니라 <이기적 유전자>의 독점은 현대 사회의 발전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책이 출판된 이후 전 세계는 ‘유전자’에 열광하기 시작했고 유전자를 통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미래가 올 거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영화 <가타카>에서처럼 말이다. 그러나 급진적 과학자로 유명한 스티븐 로즈와 힐러리 로즈 부부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매우 강력히 비판한다8). 부부는 사람의 모든 특성을 유전자로 설명할 수 있다는 생각이 지난 2002년 진행된 인간 게놈 프로젝트까지 이어졌지만, 그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는 점을 강조한다. DNA 염기 서열 중 직접 단백질로 발현되는 유전자는 2%에 불과했다는 결과를 통해 말이다. 이 결과는 생물의 형질과 행동이 유전자뿐만 아니라 나머지 98%의 환경에 의해서도 조절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후 생명과학자들은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일명 스위치 서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환경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일부 시스템 생물학자들은 생명의 창발적 특성과 각 생명 단위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을 무시하는 유전자 중심주의가 설득력 없는 환원주의라 비판하기도 한다. 실제로 유전자 하나가 생물의 고유한 특성을 결정지을 수 있는 사례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주장을 지지하는 대표적인 예시는 언어 유전자로 유명한 FOXP2의 사례다. 이 유전자는 지난 2002년, 인류의 비밀을 풀 수 있을 거라는 주위의 기대감과 함께 위풍당당하게 학계에 등장했다9). 인간의 발전된 언어능력을 진화시킨 주인공일 것이라는 게 기대의 이유였다. 그러나 여러 반론에 흔들리며 그 위상을 조금씩 잃었고, 발견으로부터 15여 년이 지난 올여름, 결국 쓸쓸히 퇴장하고 말았다. FOXP2가 현생 인류의 고유한 유전자가 아님이 밝혀졌기 때문이다10).

 21세기를 흔들었던 세기의 연구를 완전히 반박한 논문의 저자 엘리자베스는 “언어의 진화과정은 매우 복잡하나, 지금까지는 너무 간단명료하게 설명됐다”라고 말한다10). 인간의 언어기능은 하나의 유전자가 아닌 수많은 요인의 축적으로 얻어진 형질이라는 얘기다. 이 설명은 <이기적 유전자>에 대한 비판과 비슷한 맥락을 보인다. ‘유전자’라는 매우 작은 하나의 요소만으로 방대하고 복잡한 생명현상을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 밝혀진 결과에 따르면, 도킨스의 유전자 찬양은 문제가 많은 가설로 보인다.

 이제 <이기적 유전자> 속 도킨스의 주장이 정답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거다. 물론 그가 완전 엉터리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 리처드 도킨스는 현대 생물학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준 위대한 학자다. 유전자 중심주의는 인류에 생명 시스템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선물했다는 데서 매우 의미 있는 이론이다. 그러나 그는 신이 아니다. 그의 주장이 항상 옳을 수는 없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학계에서는 도킨스에 대한 도전이 한창 진행 중이다. 그리고 도킨스가 이런 반발과 도전에도 정상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건 <이기적 유전자>와 대중의 인기 덕분이다.

 화려한 언변으로 인간의 본성을 설명하는 생물학자이자 자극적이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종교를 비판하는 무신론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매체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다. 그리고 대중의 이목을 끌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그러나 과학 커뮤니케이션이 그저 대중의 관심과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에만 집중하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국가적 망신을 겪었던 황우석 사태나 최근 송유근의 경우를 통해 말이다. 도킨스는 이미 정년퇴직한 과학계의 원로다. 학계 발전에 지대한 이바지를 했지만, 최근 급속도로 바뀌고 있는 생물학계의 패러다임을 여전히 ‘유전자’에 집착하는 그가 따라오는 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따라서 이제는 노병의 명예로운 퇴장을 응원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한국 과학계의 부끄러운 과거, 황우석 사태
[그림 6] 한국 과학계의 부끄러운 과거, 황우석 사태 (출처: ASIANSCIENTIST)

 며칠 전 열린 한국 축구 국가대표 명단에는 지난 월드컵에서 주장으로 활약한 기성용 선수가 포함되지 않았다. 그는 20세에 불과하던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주전으로 맹활약하며 한국의 원정 월드컵 첫 16강 진출을 도왔고, 런던 올림픽 동메달이라는 역사적인 업적에 이바지했다. 이후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2014, 2018 월드컵에서도 대표팀의 핵심 선수로 활약하며 한국 축구의 흥망성쇠를 함께했다.

 그러나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는 이제 기성용 선수를 놓아줘야 할 때라는 말이 많이 떠돌고 있다. 어린 나이 때부터 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체력과 몸이 많이 상해 예전 같은 몸놀림을 보여주지 못하는 그의 국가대표 은퇴를 받아들이자는 거다. 물론 기성용 선수는 아직 한국의 대표 선수로서 충분히 활약할 수 있는 기량을 가지고 있다. 네티즌 역시 기성용 선수의 실력이 떨어져서 내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선수 개인의 남은 경력이나 대표팀의 미래를 위해서는 정상의 자리에 있을 때 물러나는 것이 아름답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뿐이다. 선수 본인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것으로 보이고 말이다.

 한국 축구의 전설 박지성 선수 역시 이와 비슷한 고민을 하다 매우 이른 시기에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그래서 우리는 박지성 선수의 전성기 시절 활약을 그의 마지막으로 기억한다. 이런 경우를 보면 불명예스럽게 정상의 자리에서 쫓겨나는 것보다 후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며 아름답게 퇴장하는 것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을 보내주는 더 품위 있는 자세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는 과학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 전 주장 기성용 선수
[그림 7]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 전 주장 기성용 선수

 이제는 우리가 도킨스를 놓아줘야 할 때다. 그가 과학계에서 손 떼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박지성 선수는 은퇴 후에도 축구협회의 본부장으로 한국 축구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지식인으로 뽑히는 도킨스가 학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직 많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불명확한 지식을 일부 포함하는 <이기적 유전자>에 열광하고 현역 스타 과학자 리처드 도킨스를 기대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고, 과학이 너무 많이 발전했다. 현대 생물학의 발전과 과학의 대중화에 크게 이바지한 그를 아름답게 떠나보내야 할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리처드 도킨스와 <이기적 유전자>에게 작별인사를 고하면서, 이제는 조금 더 발전된, 대중의 인기로 성공한 도킨스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진정한 과학 대중화의 발판이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한두 권의 흥미로운 책에서 지식을 배우고 과학을 오해하는 습관을 버릴 수 있었으면 한다.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한 배움이 흥미로운 건 너무나도 당연하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심지어 이런 글을 쓰고 있는 필자의 연재 중에도 <이기적 유전자>처럼 선별된 지식을 통해 의도를 전달한 경우가 있을 거다. 아니, 지금까지 과학을 쉽게 접할 수 있었던 거의 모든 대중매체 속 수단들이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쉽게 사회의 관심을 얻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는 <이기적 유전자>와 쉽고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가 무조건 나쁘다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이 글을 읽고, 최고의 과학 도서라 생각했던 <이기적 유전자>에 대해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해보면서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것이 꼭 좋은 배움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으면 한다. 쉽고 재미있는 과학만 소비되는 현실은 인정하되, 제대로 된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할 수 있는 이상적인 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현실에 안주하는 자들은 발전이 없다. 이상만 좇는 이들은 현실에 적응한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 그러니 현실을 받아들이되 이상을 좇자. <이기적 유전자>를 읽되 그 너머의 생물학도 공부하자. 그것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과학 대중화의 성공을 위해 꼭 필요한 자세일지도 모른다.


[참조]

1) BRIC Bio 통신원, “[일상 속 생명과학 이야기] 과학을 왜 몰라주는 거예요? - 기린의 목이 길어진 이유”(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99523&Page=1)

2) Infoplease, “The Prospect/FP Top 100 Public Intellectuals” 

(https://www.infoplease.com/prospectfp-top-100-public-intellectuals)

3) 리처드 도킨스(홍영남 역), “이기적 유전자”, 을유 문화사(2006)

4) G. C. Williams. "Pleiotropy, Natural Selection, and the Evolution of Senescence", Evolution(1957)

5) W. D. Hamilton. "The Genetical Evolution of Social Behaviour I", Journal of Theoretical Biology(1964)

6) J. M. Smith, G. R. PRICE. “The logic of animal conflict", Nature(1973)

7) Wilson, Wilson. “Rethinking the Theoretical Foundation of Sociobiology”, The Quarterly review of biology(2007) 

8) 힐러리 로즈, 스티븐 로즈(김명진, 김동광 역), “급진과학으로 본 유전자 세포 뇌”, 바다출판사(2015)

9) W. enard, S. Paabo et al. “Molecular evolution of FOXP2, a gene involved in speech and language”, Nature(2002) 

10) BRIC Bio 통신원, “[바이오토픽] 언어의 진화과정, FOXP2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 없어”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96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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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민준 (POSTECH 생명과학과)
글을 통해 나의 지식과 생각을 표현하는 게 즐거운 평범한 생명과학도입니다. "일상 속 생명과학 이야기" 를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는 말과 행동에서 비롯된 생물학적 물음에 대한 답과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생활의 지혜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고자 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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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4
회원작성글 딥시  (2018-11-22 10:59)
책이 꼭 저자의 의도대로 읽히는 것은 아니지만, 이기적 유전자를 유전자로 모든 형질을 환원시킨 책이라 읽음은 오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도킨스는 형질의 결정자로서 '유전자' 보단 진화의 최소 단위로서 '유전자'를 제시하는데에 분명 방점을 두었다 생각합니다. 물론 그 과정에 유전자가 마치 형질을 결정짓는다는 식의 논지로 읽힐 부분들이 많이 있으나 기본적으로 결정(Determination)보다는 조건짓는다(Condition)는 논지가 책에 거듭 제시되었습니다(유전자를 조정 선수에 빗댄 부분 등). 그리고 이러한 입장은 그에게 큰 영향을 준 윌슨의 맥락과도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다 생각하구요. 마치 마르크스가 경제적 토대가 계급의식을 조건짓는다 이야기 했지만 그 논지의 강력함 때문에 결정짓는다고 읽히는 것과 비슷한 이유로 대중들에게 형질 결정자로서의 유전자로 읽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가타카와 같은 생각은 사실 도킨스 보다는 왓슨 크릭이 유전을 물질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예견한 그 시점부터 사람들이 생각해온게 아닐까요?
또 도킨스의 책을 오류 혹은 바로잡을 대상으로 읽기 보단 현상의 단면을 드러낸 책으로 접근해야 한다 봅니다. 자본주의가 무너질 것이란 마르크스의 이론이 틀렸지만 베버의 사회적 요소, 라캉이 욕망등 여러 환원요소가 더해질지라도 경제적 위치는 분명 인간을 조건짓는 하나의 큰 덩어리즘 되니까요. 유전자가 형질, 진화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 일면을 드러낸 책으로 읽는다면 아직도 이기적 유전자의 가치는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회원작성글 엘제이에이치  (2018-11-22 18:38)
다윈의 식탁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면하는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회원작성글 CZT  (2018-11-23 05:03)
브릭 찾아오시는 분들을 위한 글은 아닐 듯 합니다.
도킨스를 최고의 생물학자라 여기는 사람이 독자들 중 몇이나 있을까 싶네요.
회원작성글 소년구이  (2018-11-23 17:28)
한국생물학계의 분위기를 살펴 쓴 글 같은데, 글의 말미엔 자기 생각이 계속 왔다갔다 하네요.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갑자기 기성용 나오고 뭐야? 아무튼 도킨스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참 많은 듯해요. 많은 과학자들에겐 복잡성에 대한 통찰을 전달하는 책은 필요 없을듯해요. 그러니 기계 수치를 보는 게 관찰이고 그런 실험으로 객관적 논문쓰는게 다지? 이렇게 비판할 수 없듯이 서로의 역할이 다르고 함께 뭔가를 만들어가는데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생물학계는 그다지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시대가 융합으로 가니까 포스텍에서 송호근사회학원로교수님 초빙해서 우리나라도 재러드 다이아몬드 같은 융합작가 한번 만들어보겠다고 노력하는데 실패를 걱정하고 돕지는 못할망정, 이런 정치판 같은 밥그릇 싸움이나하는 한국생물학 사람들 참~한심.

이기적유전자 말이라도 꺼내면 한국생물학계에서 박사도 못할 상황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질적 연구랑 정량연구랑 결합시켜 노벨상 탈 생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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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전체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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