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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너무 서두르는 암 면역요법,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의학약학 양병찬 (2018-11-20 09:15)


@ immuno-oncology news (참고 1)

한때 유망해 보였던 항암제의 임상시험이 실패함에 따라(참고 2), 이에 충격을 받은 일부 연구자들이 "면역계를 자극하여 암을 공격하게 하는 치료법의 도입이 너무 성급했던 것 같다"는 자성(自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제의 중심에 있는 항암제는 인사이트(Incyte; 델라웨어 주 윌밍턴 소재)가 만든 「IDO 억제제(IDO inhibitor)」 에파카도스타트(epacadostat)로, 당초 예상됐던 작용 메커니즘은 "IDO[indoleamine (2,3)-dioxygenase]라는 효소를 차단하여 면역계의 족쇄를 풀어줌으로써, 암세포를 궁지에 몰아넣는 것"이었다(참고 3). 초기 임상시험에서는 "기존의 면역요법제와 병용 투여할 경우, 일부 진행성 암에 대항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지난 4월 에파카도스타트의 효능을 입증하는 데 실패함에 따라, 대규모 임상시험이 중단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급기야 첫 번째 임상시험에 가담했던 연구자 중 한 명이 나서, "대규모 임상시험을 강행한 것은 너무 성급했으며, 현재 개발되고 있는 다른 면역요법제들의 경우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주 워싱턴 DC에서 열린 암면역요법학회(Society for Immunotherapy of Cancer) 모임에서(참고 4), 시카고 대학교 일리노이 캠퍼스의 제이슨 루크(종양학)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내게 '요즘 주요 관심사가 뭔가요?'라고 묻는다. 그러면 나는 '유감스럽지만, 내세울 게 없습니다'라고 대답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적절한 절차를 밟아 진행되고 있는 게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에파카도스타트를 이용한 소규모 임상시험에서 나온 초기결과는 연구자들을 흥분시켰다. 루크는 한 임상시험 참가자의 사례를 회상한다. 그 환자는 진행성 암 환자로, 기력이 너무 쇠하여 임상시험장소를 방문하기도 어려웠지만, 첫 번째 용량을 투여 받은 후 증상이 호전되었다. 그러나 이제 루크는 그 환자의 증상이 호전된 이유를, 에파카도스타트와 병용 투여된 약물 때문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약물은 머크(Merck; 뉴저지 주 케닐워스 소재)가 만든 면역요법제 펨브롤리주밥(pembrolizumab)이었다.

지난 4월 인사이트와 머크가 "에파카도스타트와 펨브롤리주맙을 이용한 대규모 임상시험이 실패했다"고 발표하고 나자, 다른 제약사들도 덩달아 "IDO 단백질을 차단하는 항암제 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IDO 억제제 분야는 완전히 증발했다"고 루크는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다양한 'IDO 억제제 연구'에 참가한 사람들의 수가 한때 1,000명을 훌쩍 넘었었기 때문이다.

"이번 실패는 다른 암연구자들에게 경종을 울렸다"라고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의 펠리페 캄페사토(암면역학)는 말했다. "우리는 그 도전을 '개선의 기회'로 삼을 수 있으며, 어쩌면 그로 인해 해당 분야의 전기(轉幾)가 마련될 수도 있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실패에서 배워라

"돌이켜보면, 과학자들은 에파카도스타트의 작용 메커니즘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다"라고 루크는 말했다. "더욱이, 그들은 '치료법에 가장 잘 반응하는 환자'를 선별하는 검사법을 개발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에파카도스타트 자체의 효능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한 데다, 대조군 없는 임상시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규모 임상시험에 진입했다."

"요컨대, 우리는 신약개발의 기본원칙을 무시했다. 쉽게 말해서, 우리는 스키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슬로프에 오른 셈이었다"라고 루크는 말했다. 루크는 현재 대규모 임상시험을 추진하고 있는 다른 '항암제 + 면역요법' 조합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번 워싱턴 DC 모임에서, 넥타(Nektar;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스시코 소재)의 연구팀은 NKTR-214라는 실험약의 데이터를 공개했다. 그들의 발표에 따르면, "NKTR-214는 한 소규모 임상시험에서, 다른 면역요법제와 결합하여 63%의 반응률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규모가 약간 큰 임상시험에서는 반응률이 53%로 떨어졌다고 한다.

넥타는 대규모 무작위 임상시험에 착수했는데, 그 임상시험은 FDA의 승인을 위한 절차의 일환이라고 한다. 루크에 따르면 "NKTR-214가 성공하기를 바라지만, IDO의 실패사례에서 나부꼈던 경고깃발(warning flag)이 언뜻언뜻 보인다"고 한다.

넥타의 최고과학책임자(CSO: chief scientific officer) 조너선 잘레프스키에 따르면, "NKTR-214의 임상시험 데이터는 '이미 승인된 면역요법제 병용요법'의 테스트 결과에 비견되며, 부작용은 그보다 적다"고 한다. "NKTR-214 병용요법의 임상시험에서, 24% 환자들은 암의 증상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그는 덧붙였다.

"제약사들이 대규모 임상시험을 강행하는 것은, 부분적으로 '면역요법제의 두 번째 히트상품'을 개발하려는 열띤 경쟁 때문이다"라고 투자은행인 코웬(Cowen;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소재)에서 제약사의 R&D 투자를 연구하는 크리스 시부타니(애널리스트)는 말했다. "단언컨대, 면역-종양학(Immuno-oncology)은 생물제약(biopharma) 분야에서 가장 핫한 분야다. 이러한 열기를 부추기는 것은 경쟁이며, 그로 인해 산업 전반에서 지나친 공격성향이 만연하고 있다"라고 그는 말했다.

"에파카도스타트와 마찬가지로, NKTR-214는 지금까지 (대조군이 없는) 소규모 임상시험에서 테스트를 받아 왔다"라고 시부타니는 말했다. 과거에는 '소규모 대조군연구'를 수행한 후 대규모 임상시험에 진입하는 것이 상례였다. 그러나 요즘에는 소규모 비대조군 연구(uncontrolled trial)를 속성으로 수행하는 사례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연구자·제약사·보건당국 모두, 의학적 발견을 한시라도 빨리 임상에 도입하기 위해 속도전(速度戰)에 몰두하고 있다."

"속도는 엄밀성과 균형을 이루어야 하지만, 우리는 무턱대고 가속페달을 밟고 싶어한다"라고 루크는 말했다. "우리가 믿는 것이 과학적으로 정당하다고 여기며..."

※ 참고문헌
1. https://immuno-oncologynews.com/2018/04/11/keytruda-epacadostat-fails-primary-goal-phase-3-trial-melanoma/
2.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93953&SOURCE=6
3. https://www.nature.com/news/next-generation-cancer-drugs-boost-immunotherapy-responses-1.22092 (한글번역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83714&SOURCE=6)
4. https://www.sitcancer.org/2018/schedule

※ 출처: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8-074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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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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