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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RIP) 시모무라 오사무 (1928-2018)
생명과학 양병찬 (2018-11-19 09:17)

생물발광(bioluminescence)의 원리를 밝힌 화학자.

시모무라 오사무(下村脩)는 역사상 가장 어두웠던 시기에 성장하여, 평생 동안 '생물이 빛을 발(發)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헌신하여 값진 결과를 얻었다. 그가 발견한 녹색형광단백질(GFP: green fluorescent protein) 덕분에, 수십 년 후 생의학 연구자들은 살아있는 조직 내에서 단백질의 작용을 모니터링하고 유전자의 삽입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그 발견의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 마틴 챌피(신경생물학), 지금은 고인이 된 로저 첸(화학; 참고 1)과 함께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지난 10월 19일 일본 나가사키(長崎)에서 사망한 시모무라는, 하나의 단백질이 - 별도의 발광화합물과 상호작용하는 대신 - 펩타이드 사슬 안에 발광기구를 포함할 수 있음을 사상 최초로 밝혔다. 그 발견의 의의는 - 이론적으로 - 'GFP를 코딩하는 단백질이 복제(클로닝)되어 다른 생물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조치를 취한 과학자들은 따로 있었지만, 시모무라의 (타의 귀감이 되는) 인내가 없었다면 애초에 시도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는 수십 년간에 걸쳐 묵묵히 GFP를 추출·정제한 끝에, 그 화학구조를 결정했다.

시모무라는 (일본의 팽창주의가 최고조에 달했던) 1928년 8월 27일 후쿠치야마(福知山)에서 한 육군 장교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의 잦은 해외 배치는 아들의 교육을 망쳤고, 그의 할머니는 손자에게 '명예와 불굴의 용기'라는 사무라이 정신을 불어넣었다. 태평양전쟁의 전세(戰勢)가 기울던 1944년, 시모무라는 동료 학생들과 함께 (나가사키에서 25km 떨어진) 이사하야(諫早)의 군수공장으로 동원되었다. 1945년 8월 9일, 인근에 투하된 원자폭탄이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섬광에 이어 어마어마한 기압파(pressure wave)를 초래했을 때, 그는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가, 까만 비(black rain) 세례를 받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는 나중에 쓴 글에서, 할머니가 자신을 곧바로 욕조에 담그는 신속한 조치를 취한 덕분에, 방사선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술회했다.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어서 대학진학의 꿈을 상실했지만, 1948년 나가사키 약대(長崎大学 薬学部)가 마침내 그의 특례입학을 허가했다. 학업을 마친 후에는 4년 동안 실습실에서 조교로 일했다. 그가 시간을 쪼개어 연구 프로젝트를 고안해 내자, 지도교수가 그를 위해 1년간의 고급학문 연구 허가를 받아냈다. 그래서 그는 나고야 대학교 히라타 요시마사(平田義正; 유기화학)의 연구실에 들어갔고, 평생 동안 그를 매료시킨 생물발광 연구가 시작되었다.

히라타는 시모무라에게 루시페린(luciferin)이라는 화합물을 추출·정제하라고 지시했는데, 그것은 미세한 해양갑각류인 바다반디류(Cypridina)로 하여금 어둠 속에서 반짝이게 하는 단백질이었다. 히라타는 '결과가 너무 불확실해 박사과정 학생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시모무라는 학위 취득을 목적으로 입학한 게 아니었으므로 시도해 보도록 허용했다. 그로부터 불과 10개월 만에, 시모무라는 루시페린의 순수결정을 얻어냈다(참고 2). 그는 노벨상 전기(傳記)에 이렇게 썼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열심히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루시페린에 관한 논문을 계기로, 시모무라는 프린스턴 대학교 프랭크 존슨(생물학)의 생물발광 연구실에 공동연구자로 초빙되었다. 1960년 오쿠보 아케미(大久保 明美)와 결혼한 지 3주 후, 시모무라는 아내와 함께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넜고, 그의 여행비는 풀부라이트 장학금으로 충당되었다. 존슨은 그에게 발광평면해파리(Aequorea victoria) 연구를 요청했는데, 이 해파리는 '파랗게 빛나는 갓(umbrella)' 주변에 고리 모양의 기관을 갖고 있었다. 1961년 7월, 존슨과 시모무라 부부는 많은 연구원, 학생들과 함께 미합중국 대장정에 나서 수백 마리의 해파리를 수집한 후 워싱턴 주 프라이데이 하버에 집결하여, '깃 주변의 고리'를 채취하여 프린스턴으로 보냈다.

존슨과 다른 연구자들의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시모무라는 해파리의 발광물질이 단백질임을 증명하고 에쿼린(aequorin)이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에쿼린이 칼슘에 의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에쿼린은 칼슘 분비를 알리는 '반짝이는 표지자'로서, 나중에 필수적인 시약으로 자리매김했다). 시모무라는 에쿼린의 구조를 완벽하게 분석하기 위해, 가족·연구원들과 함께 프라이데이 하버에서 열아홉 번의 여름을 보내며, 수십만 마리의 해파리를 수집하여 '찾기 힘든 물질'을 충분히 확보했다. 1990년대에 유전자 조작으로 에쿼린을 만드는 기술이 실용화될 때까지, 시모무라는 자신이 공을 들여 수확한 물질 재고를 전세계 연구소들과 공유했다.

시모무라는 에쿼린을 정제하는 과정에서 소량의 GFP를 발견했는데, 그것은 에쿼린이 파랗게 빛날 때 녹색형광을 발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연구원들과 함께 1979년까지, 작용 메커니즘을 밝히기에 충분한 양의 GFP를 축적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GFP가 단백질 사슬 내에 발광기능을 통합하고 있다"는 유례없는 사실을 기술했다(참고 3). 그런 다음 GFP를 따로 분리하여, 다른 생물의 생물발광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에 매진했다.

1994년 챌피가 이끄는 연구팀은 GFP를 발현할 수 있는 세균과 회충을 성공적으로 창조했다고 보고했다(참고 4). 뒤이에 첸과 동료들도 다양한 빛깔의 GFP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참고 5). 다른 연구자들은 그 기법의 적용을 척추동물에까지 확장하여, '까만 원숭이 속에서 빛나다'라는 제목으로 대서특필되었다(참고 6). 이는 '다른 생물의 유전자가 성공적으로 통합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해 준다'는 GFP의 가치를 무색하게 했다.

1982년부터 2001년 은퇴하기까지, 시모무라는 매사추세츠 주 우즈홀 해양생물학연구소(Woods Hole Marine Biological Laboratory)에서 머물렀고, 아케미는 그의 곁에서 묵묵히 연구를 도왔다. 은퇴 후에는 연구소를 집으로 옮겨, 연구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은퇴란 그들이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개념이었다). 2006년에는 시모무라가 쓴 『생물발광: 화학적 원리와 방법』이라는 교과서가 발간되었고, 2017년에는 『빛나는 추구: 해파리, GFP, 어쩌다 노벨상까지』라는 자서전이 발간되었다.

※ 참고문헌
1.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75604&SOURCE=6
2. O. Shimomura et al. Bull. Chem. Soc. Japan 30, 929–933 (1957); http://naosite.lb.nagasaki-u.ac.jp/dspace/bitstream/10069/20882/1/BullCSJ30_929.pdf
3. O. Shimomura FEBS Lett. 104, 220–222 (1979); https://doi.org/10.1016/0014-5793(79)80818-2
4. M. Chalfie et al. Science 263, 802–805 (1994); https://doi.org/10.1126/science.8303295
5. R. Heim et al. Nature 373, 663–664 (1995); https://doi.org/10.1038/373663b0
6.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090529016014

※  출저: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8-074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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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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