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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파킨슨병의 씨앗, 충수에 잠복해 있다?
의학약학 양병찬 (2018-11-0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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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수(appendix)는 '기껏해야 쓸모없는 기관'으로 유명하다. 대장(大腸)에 매달린 그 '새끼손가락만 한 주머니'는 염증이 생겨 잘라낼 필요가 있을 때까지 무시 받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새로 발표된 논문에서, "심지어 건강한 사람일지라도, 소화관 속에 있는 그 불가사의한 기관에 파킨슨병에 관여하는 '뇌를 손상시키는 단백질‘의 공급원이 잠복하고 있다"고 제안했다. 이것은 '생애 초기에 충수를 절제하면 파킨슨병 위험을 줄이거나 발병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단서를 발견한, 사상 최대의 연구다.

"이번 연구는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파킨슨병 소화관 기원설'에 힘을 실어준다"라고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교의 페르 보르그하메르(신경과학)는 논평했다. "그리고 파킨슨병에 대한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보인다."

파킨슨병 환자의 뇌 속을 들여다보면, 알파시누클레인(αS: α-synuclein)이라는 단백질의 '잘못 접힌 형태(misfolded form)'가 덩어리를 형성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αS의 정상적인 기능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덩어리 진 상태가 되면 뉴런을 손상시켜 종국에는 파괴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뉴런 중에는 뇌의 기저부에서 운동을 제어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어, 파킨슨병의 전형적 증상인 떨림(tremor)과 신체경직(body rigidity)의 원인이 된다.

그런데 파킨슨병 환자들 중에는 소화관 증상(특히 변비)이 흔하며, 다른 증상보다 수십 년 먼저 나타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하여 과학자들은 "미주신경절단술(vagotomy)을 받은 사람은 파킨슨병에 걸릴 위험이 낮다"고 보고한 적이 있다. 미주신경절단술은 미주신경을 절단하는 위궤양 치료법이며, 미주신경은 뇌에서 시작하여 소화관의 다양한 조직에 가지를 뻗고 있다(참고 1).

이에 따라 한 이론이 주목을 받고 있다. 아직 논란 많은 이론이지만, 헤이코 브랙이라는 신경과학자는 10여 년 전 "파킨슨병의 씨앗이 -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 소화관을 벗어난 후 기어올라 뇌에 도달한다"고 제안했다. "그 이론의 내용은 전화걸기 놀이(telephone game)와 비슷하다"라고 캐나다 오타와 병원 연구소의 존 울프(신경병리학)는 설명했다. "고장난 αS는 건강한 αS를 '잘못 접힌 엉성한 단백질'로 전환시키는데, 이 현상이 미주신경 섬유를 타고 올라가며 확산된다."

▶ 미국 미시간 주 그랜드 래피즈에 있는 밴 앤델 연구소(Van Andel Institute)의 비비안 라브리(신경과학)는 충수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기로 결정했다. 충수는 생존에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혀 쓸모없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충수에는 면역세포와 세균이 들어 있는데, 그 면역세포들은 병원균에 대한 소화관의 반응을 조정하는 데 기여할 수 있고, 세균들은 장내미생물의 건강한 균형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염증과 마이크로바이옴 교란은 모두 파킨슨병의 위험요인으로 간주되고 있다.)

최근 네 연구팀이 '충수절제술(appendectomy)을 받은 사람들은 파킨슨병에 걸릴 위험이 낮다'는 주장을 입증하는 데 도전했는데, 세 팀은 실패했고 라브리가 이끄는 연구팀은 성공했다. 세 팀 중에서 유독 한 팀만이 성공한 이유는 뭘까? 라브리가 이끄는 연구팀은 다른 연구팀이 하지 못한 일, 즉 '대규모 그룹을 충분히 오랫동안 추적하는 일'을 해냈기 때문이다. 그들은 스웨덴의 국립등록부(national registry)에 의존했는데, 거기에는 1964년 이후 170만 명에 달하는 스웨덴 국민들의 의료기록이 수록되어 있다. 65세 이후 파킨슨병에 걸린 사람의 비율은 약 1%인데, 충수절제술을 받은 스웨덴 국민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파킨슨병에 걸린 비율이 약 2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10월 31일호에 발표했다(참고 2).

"충수절제술의 보호효과는 괄목할 만하다"라고 조지타운 대학교 메디컬센터의 마이클 자슬로프(면역학)는 논평했다. 자슬로프는 엔테린(Enterin)이라는 업체의 CEO를 겸임하고 있는데, 이 회사는 창자신경세포(intestinal nerve cell)에 축적되는 αS를 억제하는 파킨슨병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팀이 스웨덴 국민들을 '도시 거주자'와 '농촌 거주자'로 나눠 다시 분석해본 결과, 충수절제술의 혜택은 '농촌 거주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그럴까? "그것은 충수절제술이 '일부 환경요인'과 관련된 파킨슨병에 대해 가장 큰 보호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를테면 살충제 노출이 그 요인일 수 있다"라고 라브리는 말했다.

충수절제술의 보호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800명의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국제적 연구의 질병기록을 보다 면밀히 분석했다. 그 결과, 파킨슨병 진단을 받기 20년(또는 그 이상) 전에 충수절제술을 받은 사람들은 파킨슨병 발병이 평균 3.6년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다. "충수를 제거하면 몇 년 동안 안전하다. 그러나 그 후 소화관의 어딘가 다른 곳에서 파킨슨병이 시작된다"라고 보르그하메르는 말했다. 그러나 만년(晩年)에 파킨슨병 진단에 임박하여 충수절제술을 받은 경우, 발병이 지연되는 기간은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충수절제술은 (파킨슨병과 관련된) 유전적 변이 중 하나를 보유한 사람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충수 샘플에 존재하는 다양한 형태의 αS를 분석했다. 그 결과, 건강한 사람의 샘플 48개 중, 두 개를 제외한 모든 샘플이 파킨슨병 환자에게서 발견되는 αS와 유사한 형태의 αS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매우 놀랍다. 누구나 잘못 접힌 αS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게 뇌에 잠입할 때만 말썽을 부리는 것 같다"고 라브리는 말했다.

그리고 충수는 '덩어리를 형성하기 쉬운 αS'의 중요한 온상(breeding ground)인 것 같다. 연구진이 정상적인 αS를 건강한 충수조직의 내용물에 노출시켜 본 결과, αS가 절단되어 짧은 형태로 전환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짧은 αS는 응집되기 쉬우며, 뇌로 전파되는 데도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

▶ 그렇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충수 속에 αS 덩어리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킨슨병에 걸리지 않는 이유는 뭘까? 연구팀은 그저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들은 파킨슨병 환자의 충수에서 독특한 특징을 하나 발견했다. 그 내용인즉, 건강한 사람의 충수보다 네 배나 많은 '짧고 응집되기 쉬운 αS'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차이가 파킨슨병 발병에 기여하는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어떤 사람들은 응집된 αS를 선천적으로 잘 관리하고 뇌에서 먼 곳에 격리하는 능력을 보유한 것 같다. 또는 모종의 자극(감염이나 장내미생물총의 변화)이 충수로 하여금 -  면역세포를 더 많이 동원하여 소화관을 보호하기 위해(참고 3) - 더 많은 αS를 만들게 하는지도 모른다"라고 연구진은 말했다.

라브리는 모든 불확실성을 감안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파킨슨병을 회피하기 위해 충수를 잘라내라'고 제안하지는 않고 있다. "예방적 수술(preventive surgery)은 너무 앞서 나간 생각이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러나 향후 파킨슨병 치료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αS가 체내에서 절단·처리·축적되는 과정'을 조절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를 바라고 있다. 한편 연구진은 '건강한 사람의 충수'와 '파킨슨병 환자의 충수'를 비교분석하여, 어떤 차이가 상주하는 단백질을 언제·어떻게 미쳐 날뛰게 하는지를 알아낼 계획이다.

※ 참고문헌
1. https://www.sciencemag.org/news/2018/09/your-gut-directly-connected-your-brain-newly-discovered-neuron-circuit (한글번역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97953&SOURCE=6)
2. http://stm.sciencemag.org/lookup/doi/10.1126/scitranslmed.aar5280
3. https://www.sciencemag.org/news/2017/06/rogue-protein-behind-parkinson-s-disease-may-also-protect-your-gut (한글번역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84508&SOURCE=6)

※ 출처: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18/10/seeds-parkinson-s-disease-may-hide-append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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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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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2
회원작성글 Hour  (2018-11-02 03:39)
상당히 번역을 잘 하셨습니다. 좋은 기사 감사!
회원작성글 준이1  (2018-11-02 09:52)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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