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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RIP) 토머스 스타이츠(1940-2018)
생명과학 양병찬 (2018-10-31 09:10)

리보솜의 구조 해명으로 노벨상을 공동 수상한 결정학자(crystallographer).

하나의 노벨상이 또 다른 노벨상을 낳곤 한다. 대학생 시절이던 1963년, 토머스 스타이즈는 막스 페루츠(케임브리지 소재 MRC 분자생물학 연구소)에게 미오글로빈(myoglobin)의 구조에 관한 강연을 들었다. 미오글로빈은 원자수준 해상도의 구조가 밝혀진 최초의 단백질로, 1962년 페루츠와 동료 존 캔드루에게 노벨화학상을 선사했다. 스타이츠는 나중에 이렇게 회고했다. "페루츠가 준비한 작은 입체 슬라이드 덕분에, 미오글로빈의 구조가 그의 머리 위에 3차원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저 기법이 생명의 분자적 기초(molecular basis)에 대한 의문을 풀어줄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한 스타이츠는 박사학위 연구를 위해 단백질결정술 연구소에 합류했다. 뛰어난 과학적 통찰과 '까다롭기로 악명 높은 실험'에서의 능숙한 손놀림 덕분에, 그는 결국 예일 대학교 분자생물학/생화학 스털링 교수 자리를 꿰차게 된다.

2009년 그는 리보솜의 무한히 복잡한 구조를 해명한 공로를 인정받아, 벤카트라만 라마크리슈난, 아다 E. 요나스와 함께 노벨화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했다. 리보솜이란 유전정보를 단백질로 번역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세포내 소기관이다.

스타이츠는 중요한 문제를 간파하는 안목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프랜시스 크릭이 일찍이 '생물학의 중심원리(central dogma)'라고 부른 유전자의 분자적 기초를 해명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DNA로 구성된 유전자는 RNA를 매개로 하여 단백질 생성을 지휘하는 역할을 한다. 그는 초기연구에서 '효소가 기질에 결합하여 DNA의 3D 형태를 바꿀 것'이라는 예측을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단백질과 핵산 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기에 이르렀다. 그가 이끄는 연구팀은 DNA에 결합하는 단백질(전사인자)의 구조를 최초로 해명하고, DNA 분자를 합성하는 효소 중 하나(DNA 폴리머레이스)의 구조도 최초로 규명했다.

위스콘신 주 밀워키에서 태어나 성장한 스타이츠는, 초등학생 시절 휴일마다 할아버지가 인근에서 운영하는 농장을 방문하여 무와 양파 재배를 도왔다. 고등학생 때는 학교 밴드부에서 색소폰을 불며 한때 전문 뮤지션이 될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는 애플톤에 있는 소규모 교양예술 학교인 로렌스 칼리지에 장학생으로 들어가, 화학을 전공하면서도 다양한 인문학 강의를 들었다. 덕분에 그는 성장과정에서 생겨난 편협한 믿음을 의심하고 실험실 연구를 경험하는 기회를 얻었다.

하버드 대학교와 MIT의 교수진이 지도한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의 여름학교에서, 그는 생물물리학(biophysics)이라는 분야를 처음으로 접하고 매력을 느껴 하버드 대학교 박사과정에 진학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1년차 강의실에서 '예수공현(epiphany)'을 경험하고 자신의 경로를 결정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윌리엄 립스콤의 연구실에 들어가 단백질 결정학자가 되어, 카르복시말단펩티드 가수분해효소 A(carboxypeptidase A)라는 다재다능한 효소의 구조해명에 기여했다.

스타이츠는 박사학위를 받은 직후 하버드 박사과정 학생 존 아겟싱어와 결혼했다. 그녀는 제임스 왓슨의 연구실에서 박테리오파지의 RNA를 연구하고 있었다. 또한 아겟싱어는 중서부 출신으로, 소규모 교양예술 칼리지를 졸업한 경력이 있었다. 두 사람의 경력은 각각 별도로 진행됐지만, 사실은 천생연분을 쌓아왔던 것이다. 두 사람은 함께 영국으로 떠나, MRC 분자생물학연구소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았다. 토머스는 데이비드 블로와 함께 키모트립신(chymotrypsin)과 기질 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했고, 존은 프랜시스 크릭, 시드니 브레너, 막스 브레처와 함께 전령 RNA(mRNA)를 연구했다.

토머스는 UC 버클리에서 조교수로 출발했지만 곧 사임했는데, 그 이유는 존이 (여자라는 이유로) 교수로 임용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예일이 얼씨구나 하고 두 사람을 동시에 채용하자, 그들은 1970년 이후 각각 자신의 연구그룹을 이끌어 왔다. 토머스는 도널드 엔젤먼, 피터 무어와 함께 예일 대학교 구조생물학 센터를 맡았다. 그는 효소와 기질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며, 점차 DNA 합성 및 RNA 전사에 관여하는 효소에 집중하게 되었다.

1995년 토머스는 무어와 손을 잡고, 리보솜의 구조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리보솜은 중심원리의 분자적 기초를 정리하는 데 있어서 마지막 전선(final frontier)이었다. 2000년 두 사람이 이끄는 연구팀은 세균 리보솜의 '50S 서브유닛(50S subunit)'의 구조를 해명했는데, 그것은 아미노산을 단백질로 조립하는 부분이었다.

그리하여 항생제의 작용 메커니즘이 즉시 밝혀졌다. 즉, 항생제는 세균의 세포 안에서 50S 서브유닛에 결합하여, 단백질을 합성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스타이츠가 이끄는 연구팀은 Rib-X Pharmaceuticals(現, 뉴욕 소재 Melinta Therapeutics )라는 업체를 설립하여, 동일한 결합부위(binding site)를 겨냥하는 항생제를 개발했다.

스타이츠는 상냥하고 관대하고 사교적이었으며, 많은 과학도들의 멘토였다. 그의 턱수염은 아미시 농부(Amish farmer)나 뉴잉글랜드의 고래잡이와 같은 인상을 풍긴다. 그는 음악뿐만 아니라 스포츠와 야외활동을 좋아했으며, 아들 존(그는 나중에 전문적인 야구선수가 되었다)과 야구를 하곤 했다. 아내로 하여금 '스타이츠 박사'로 변장하여 케임브리지 대학교 칼리지의 테니스코트에 입장하게 하여, 그녀를 '최초의 여성 멤버'로 인정받게 만들었다. 그리고 과학자 친구 및 그들의 가족과 함께 스키를 즐기기도 했다.

그는 10월 9일 췌장암으로 별세했다. 노벨상 수상도 췌장암 진단도, 그가 새로운 문제에 이끌리는 것을 막지 못했다. 그의 오랜 동료 피터 무어는 그를 가리켜 "우리 세대에서 가장 큰 업적을 남긴 구조생물학자"라고 했다.

※ 출처: Nature 563, 36 (2018)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8-07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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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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