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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다발경화증 초래하는 자기항원의 정체 밝혀진 듯
의학약학 양병찬 (2018-10-11 09:28)

우리의 면역계는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과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게 상례다. 그러나 다발경화증(MS: multiple sclerosis)의 경우, 면역세포가 침입자 대신 신경계를 겨냥한다. 왜 그럴까? 그건 자기항원(self-antigen)이라는 분자가 면역계의 공격을 촉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지금껏 자기항원이라는 개념만 알 뿐, 그 정체는 밝혀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연구자들은 오랫동안 찾아왔던 자기항원의 정체를 알아냈다고 발표함으로써, MS 치료법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그 동안 우리를 애태워 왔던 문제를 해결한, 기념비적인 연구다"라고 독일 막스 플랑크 신경생물학연구소의 하르트무트 벨케리(신경면역학)는 논평했다.

연구자들은 오랫동안 자기항원(면역계가 위협으로 간주하는 '정상적인 분자')이 MS를 촉발한다고 생각해 왔다. MS 환자들의 경우, 수초(myelin)라는 신경절연체가 침식된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유력한 용의자는 수초 속에 존재하는 단백질일 거라고 추측되어 왔지만, 과학자들은 수년간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그 분자를 콕 집어내지는 못했다.

다른 용의자들을 물색하기 위해, 스위스 취리히 대학병원의 롤랜드 마틴과 미레이아 소스페드라(이상 면역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MS로 사망한 환자들에게서 채취한 T 세포를 분석했다. T 세포는 침입한 세균의 펩타이드(peptide: 아미노산을 포함한 단백질 조각)를 만났을 때 활성화 되는 게 정상이지만, MS 환자의 경우에도 활성화된다.

어떤 단백질 조각이 환자의 T 세포를 자극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200개의 펩타이드 혼합물(각각 3,000억 개의 변이체가 존재함)을 테스트했다. 그 결과 두 개의 펩타이드가 T 세포를 가장 강력하게 자극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정체는 GDP-L fucose 합성효소(guanosine diphosphate-L-fucose synthase)라는 효소의 일부로 밝혀졌다. (참고로, GDP-L fucose 합성효소는 - 기억처리에서부터 혈액형 결정에 이르기까지 - 모든 일에 관여하는 당(糖)의 리모델링을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즉, 31명의 MS 환자 중 12명에서 채취된 T 세포가 GDP-L fucose 합성효소에도 반응하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연구진은 이상의 연구과정 및 결과를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10월 10일호(온라인판)에 발표했다(참고 1).

또한, 8명의 환자에서 채취된 T 세포를 이용하여 테스트한 결과, 네 명의 환자에서 채취된 T 세포는 효소의 세균 버전에도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장내미생물이 MS의 발병에 기여한다'는 최근 학설(참고 2)을 뒷받침한다.


출처: 참고 1

"이번 연구는 전반적으로 매우 잘 수행되었으며, 매우 정교한 기법이 사용되었다"라고 브리검 여성병원의 하워드 웨이너(신경면역학)는 논평했다. 그러나 아이오와 대학교의 아슈토시 망갈람(면역학)에 따르면, MS와 마이크로바이옴을 관련시킨 것은 좀 지나치다고 한다. 왜냐하면 GDP-L fucose 합성효소를 만드는 세균은 MS 환자보다 건강한 사람들에게서 더 많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이번 발견은 매우 흥미로우며, MS 치료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독일 루트비히 말시밀리안스 대학교의 라인하르트 홀른펠트(신경면역학)는 말했다. "GDP-L fucose 합성효소는 뇌(腦) 안에 풍부하지만, 지금까지 MS의 발병원인으로 지목된 적이 없었다."

"만약 GDP-L fucose 합성효소가 MS를 초래하는 자기항원 중 하나인 것으로 확인된다면, 그것을 환자들에게 투여함으로써 무감각증이나 근육약화와 같은 증상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알레르기 주사(allergy shot)가 돼지풀 꽃가루(ragweed pollen) 등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치료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라고 소스페드라는 말했다. 그녀가 이끄는 연구진은 내년에 MS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 전략에 대한 테스트를 시작할 계획이다.

※ 참고문헌
1. https://dx.doi.org/10.1126/scitranslmed.aat4301
2. https://www.sciencemag.org/news/2017/09/gut-microbes-could-help-trigger-multiple-sclerosis (한글번역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86758&SOURCE=6)

※ 출처: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18/10/elusive-molecule-sparks-multiple-sclerosis-may-have-been-f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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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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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1
회원작성글 엘제이에이치  (2018-10-11 20:32)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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