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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후성유전학 시계(epigenetic clock)로 '나이 속이기' 관행 뿌리 뽑을 수 있을까?
생명과학 양병찬 (2018-09-05 09:29)
동안(童顔), 출생신고 늦추기 등으로 생물학적 나이를 속일 수 있을까? 법의학에서부터 스포츠 행사에 이르기까지, '정확한 나이'를 둘러싼 논란은 늘 긴장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이와 관련하여, 유럽의 과학자들은 후성유전학 시계를 이용하여 난민들의 연령을 측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Zymo Research(참고 1)

에바 페론은 정치적 이유 때문에 실제 나이보다 젊다고 주장했었다. 월트 디즈니는 전쟁에 나가려고 실제 나이보다 많은 척했었다. 모든 사람들은 각양각색의 이유로 나이를 속이는데, 사실 이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10년간 벌어진 온갖 '나이를 둘러싼 스캔들'은, 관계당국으로 하여금 당사자들의 거짓 주장에 단호히 대처하게 했다. 예컨대 세계적 경기단체인 FIFA는 '~세 이하' 경기에 참가하는 축구선수들의 진짜 나이를 체크하기 위해 손목뼈를 일상적으로 스캔하고 있는 실정이다.

손목 스캐닝은 '개인의 성숙도(maturity)를 결정할 수 있다'고 주장되는 여러 가지 해부학적 검사 중 하나다. 그러나 번거로운 데다 신뢰성이 떨어져, 좀 더 정확한 방법이 개발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손목 스캐닝이 시사 하는 바는 심오하므로, 많은 연구자, 정책입안자, 대중이 참고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연구자들이 연령측정 기법을 향상시키려고 하는 이유 중 하나는, 현재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난민의 나이'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국제연합(UN)에서는 "18세 미만의 난민들에게 특별한 보호와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어떤 성인(成人)들은 이런 혜택을 누릴 요량으로 '실제 나이보다 어리다'고 주장하며, 설상가상으로 이런 사례들에 대한 타블로이드판 신문들의 분노가 정치적·대중적 불관용(intolerance)에 기름을 부었다.

만약 신체적 특성(예: 키, 목소리, 안면특징)을 근거로 나이를 평가하는 공무원들이 '이 난민은 진짜 나이를 속이고 있구나'라고 생각한다면, 치아나 뼈의 성숙도를 평가하는 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성숙도 평가 방법의 신뢰도를 문제 삼으며, "자칫하면 취약한 청소년들에게 '국제법에 따라 제공받을 수 있는 도움'을 거절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들의 주장은 나름 타당하다. 신뢰성 높은 '증거 기반 검사법'이 개발된다면 어떨까? 물론 그런 검사법이 '유럽의 난민 위기'를 둘러싼 의문을 전부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즉, 2014년 이후 약 400만 명의 사람들이 망명을 신청하는 바람에, 사회 일각에서 외국인 혐오증(xenophobia)이 급증하고 있으며, '이민자들을 가장 잘 도와주는 방법'과 '최우선적으로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이민자'를 결정하는 데 난항을 초래하고 있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정확한 검사법이 개발된다면 이 같은 결정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9월 4일 《Nature》 뉴스에 보도된 바와 같이(참고 2), 어떤 과학자들은 "후성유전학 시계(epigenetic clock)라는 분자검사를 이용하여 나이를 좀 더 정확하게 결정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참고 3). 후성유전학 시계는 (DNA에 지속적으로 축적되는 것으로 알려진) 독특한 화학표지(chemical mark)를 탐색하며, 이론적으로 간단한 구강면봉(cheek swab)을 이용하여 수행될 수 있다.

이 방법을 개발하고 있는 연구자들은 "1~2년 미만의 오차로 나이를 예측할 수 있는 믿을 만한 방법"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1~2년 미만의 오차라면, 현재 사용되고 있는 해부학적 검사(3~4년 미만의 오차)보다 훨씬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계점도 있다. 그들에 따르면, 후성유전학 시계는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의 나이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의 나이가 '17살 11개월'인지, 아니면 '18살'인지를 확실히 판정할 수 있는 생물학적 검사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검사법은 다양한 인구집단에 걸친 광범위하고 엄격한 테스트를 통해 완성되어야 하며, 한계점도 확실히 명시되어야 한다. 또한 난민의 나이를 결정하기 위해 사용되기 전에, 윤리적 시사점도 완전히 짚어봐야 한다. 왜냐하면 한 사람의 삶을 완전히 바꾸는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검사법에는 늘 완전한 동의(full consent) 및 프라이버시 보호(privacy safeguard)와 수반되어야 한다.

후성유전학 시계는 다른 분야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좀 더 정확한 연령측정 방법은 법의학 분야에서 - 예를 들면 혈액이나 정액을 이용하여 용의자의 프로파일을 구축하는 데 -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참고 4). 그러나 성패 여부는 분석에 충분한 만큼의 샘플을 수집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또한 독일과 같은 나라의 경우, 현재 DNA 검사에서 그런 정보를 수집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나이 속이기'는 스포츠 분야에서 만연해 있다. 2010년 그런 기만행위가 들통 남으로써, 중국의 한 체조팀이 10년 전 시드니 올림픽에서 획득한 금메달을 박탈당한 바 있다. 한 선수의 당시 나이가 겨우 14살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기준연령보다 두 살 아래였던 것이다.

지난주에는 독일 동부의 켐니츠에서 폭력적인 반이민 시위(anti-immigrant demonstration)가 벌어졌다. 유럽에 도착한 난민의 수가 2016년 한 해 동안 130만 명이었던 데 반해, 올해 7월까지는 49,000명으로 급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민을 둘러싼 긴장의 수위는 여전히 높다.

이 모든 점들을 감안할 때, 연구자들은 연령을 결정하는 기법을 개발하기에 앞서서 극도의 주의를 기울이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검사의 '실시 방법'과 '실시 여부'에 대해 광범위한 사회여론을 수렴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며, 많은 것들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 참고문헌
1. https://www.zymoresearch.eu/blog/post/epigenetic-aging-clock-technology
2.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8-06121-w
3.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2Fs00194-018-0249-3
4. https://www.nature.com/news/forensics-germany-considers-wider-use-of-dna-evidence-in-criminal-cases-1.21713

※ 출처: Nature 561, 5 (2018)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8-06165-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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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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