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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태생포유류의 임신은 어떻게 진화했나 - 핵심은 면역반응 길들이기
생명과학 양병찬 (2018-01-11 09:38)
아르마딜로, 고슴도치, 토끼의 임신 초기 유전자발현 연구 결과, 처음 며칠 동안에는 염증이 태아를 완전히 에워싸지만, 그 공격을 약간 바꾸면 배아가 자궁에 착상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공적인 임신의 핵심은 면역반응을 길들이는 것이다. 주머니쥐가 미숙한 새끼를 낳는 이유는, 염증반응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 Science

인간과 개를 비롯한 약 4천 종의 태생포유류(placental mammal; 참고 1)는 태아를 오랜 기간 동안 체내에서 양육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러한 적응은 큰 뇌가 느리게 발달하도록 허용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제 임신 초기(배아가 자궁에 착상할 때)의 유전자발현 연구를 통해, 태생포유류는 배아에 대한 염증공격을 역이용하는 능력을 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착상은 염증에서 유래하기 때문에, 염증과 비슷하게 보인다"라고 예일 대학교의 아룬 차반 박사(진화생물학)는 말했다. 그는 지난 1월 5일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통합비교생물학회(Society for Integrative and Comparative Biology) 모임에서 이번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는 염증이 착상으로 변화한 과정을 알아보기 위해 이번 연구를 수행했다."

진화생물학자들은 - 오늘날의 오리너구리(platypus)가 그렇듯 - 원시 포유류들이 알을 낳았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주머니쥐(opossum)나 캥거루와 같은 유대류(marsupial)는 그 다음에 진화했는데, 그들의 태아는 엄마의 체내에서 알껍질을 깨고 나온 직후 체외로 배출된다.

그러나 그런 때 이른 부화가 면역계를 점화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작년 7월 《미국 학술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서(참고 2), 차반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회색짧은꼬리주머니쥐(Monodelphis domestica)의 태아가 알을 떠나 자궁내벽에 달라붙을 때, 한 무리의 염증유전자가 활성화된다"고 밝혔다. 태생포유류를 대상으로 한 선행연구에서도, 배아가 자궁에 달라붙을 때 면역반응의 징후를 발견한 바 있다.

그러나 태생포유류의 경우, 배아가 단순하게 자궁에 달라붙는 게 아니다. 그들의 배아는 조직에 침투하여 자궁내벽을 파괴하므로, 일련의 염증단백질 방출을 촉발한다. 이 염증단백질들은 통상적으로 감염이나 손상이 일어났을 때 침입자와 싸워 상처를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한 단백질 중 일부는 싹트고 있는 생명에게 치명적일 수 있지만, 과학자들은 염증이 배아에게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예컨대 임신 초기에 항염제를 복용하는 여성들은 유산의 위험이 높은데, 이는 배아가 자궁에 성공적으로 착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참고 3). 그리고 생식생물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염증의 특정 특면(예: 새로운 혈관의 증식)이 발생중인 배아로 하여금 필요한 산소와 영양소를 섭취하도록 도와준다고 한다.

염증반응 길들이기

태반포유류가 임신초기에 며칠 동안 염증단백질의 공격을 견뎌내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차반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토끼(Oryctolagus cuniculus), 아르마딜로(Dasypus novemcinctus), 고슴도치(Echinops telfairi)의 염증반응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주머니쥐에서 고수준으로 발견되는 염증단백질 중 하나인 인터루킨-17(IL-17)은 태생포유류에서 - 마치 스위치를 끈 것처럼 - 불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인 경우, IL-17은 백혈구를 불러들이고, 백혈구는 효소를 이용하여 침입자들을 소화하거나 파괴한다. 따라서 배아가 손상되기 전에 IL-17을 차단하는 게 매우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차반 박사는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태생포유류의 자궁벽을 이루는 세포들이 IL-17의 생성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염증반응의 다른 측면들은 임신 후기에 잠잠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유발요인은 분명하지 않다. 이유가 어찌됐든, 이는 태생포유류가 임신의 전(全)기간을 통해 염증을 미세조정함으로써, 염증이 영고성쇠를 거듭하게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포유류는 염증과정 중에서 태아에게 유리한 것만을 선별적으로 보존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다"라고 이번 논문의 선임저자인 예일 대학교의 군터 와그너 박사(진화생물학)는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매우 흥미롭다"라고 예일 대학교의 길 모어 박사(생식면역학)는 말했다. 그는 연구진이 후속연구를 통해,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는 여성들의 유산을 감소시키고(참고 4) 착상률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염증은 착상 중에 필요한 것처럼 보이지만, 임신 2기와 3기에는 유산과 조산의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염증촉진 상태'를 '염증억제 상태'로 전환시킴으로써 임신부들이 아기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모어 박사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http://www.nature.com/news/face-to-face-with-the-earliest-ancestor-of-all-placental-mammals-1.12398
2. Griffith, O. W. et al. Proc. Natl Acad. Sci. USA 114, E6566–E6575 (2017); http://dx.doi.org/10.1073%2Fpnas.1701129114
3. Li, D.-K., Liu, L. & Odouli, R. Br. Med. J. 327, 368 (2003); http://dx.doi.org/10.1136%2Fbmj.327.7411.368
4. http://www.nature.com/news/2004/040105/full/news040105-11.html

※ 출처: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8-00341-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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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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