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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생명체의 어휘력 증가: 외계의 DNA, 살아있는 세포 안에서 단백질을 만들어
생명과학 양병찬 (2017-12-04 09:59)

외계코드(X, Y) 추가가 생물계에 미치는 영향: 코돈 가짓수가 64개(4^3)에서 216개(6^3)로 늘어나, 최대 172가지 아미노산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 @ Wired(참고 1)

요약

지구상의 모든 생명형태는 A, T, C, G라는 동일한 유전자 알파벳(염기)을 사용한다. A, T, C, G는 질소를 포함하는 화합물로, DNA의 빌딩블록을 구성하며 단백질 생성에 관한 지시사항을 수록하고 있다. 이제 과학자들은 특이한 문자(즉, 非천연 염기)를 이용하여 단백질을 만드는 세균을 최초로 개발했다.


2014년 과학자들은 대장균을 조작하여 X와 Y라는 추가 염기쌍을 그들의 DNA에 포함시키도록 만들었다. 그 세균은 추가된 비천연 염기를 저장하고 딸세포에 전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염기들이 유용하려면, RNA 분자로 전사(transcription)된 다음 단백질로 번역(translation)되어야 했다.

이번에 새로 발표된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외계의 염기쌍'을 세균의 통상적인 유전자에 삽입했다. 그랬더니 세균은 비천연 염기가 포함된 DNA를 성공적으로 읽어낸 다음 RNA 분자로 전사하는 게 아닌가! 더욱이, 그 세균은 그 RNA 분자를 이용하여, 비천연 아미노산을 포함하는  녹색형광단백질의 변이체를 생성했다.

연구진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11월 29일 《Nature》에 발표했다. "기존의 4가지 염기는 20개의 아미노산을 코딩하지만, X와 Y가 추가되면 최대 152개의 아미노산을 만듦으로서 신약과 신물질을 위한 빌딩블록을 제공할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말했다.

※ 출처: Science(참고 2)


지구상의 생명체는 지난 수십억 년 동안 협소한 어휘를 구사하며 살아왔다. 이제 연구자들은 생명활동의 제한된 어휘에 특별한 문자를 추가함으로써 그 규칙을 깼다.

미국 스크립스연구소의 플로이드 롬스버그 박사(화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대장균의 세포를 조작하여, 그들의 DNA에 두 개의 외계문자, 즉 화학염기를 도입했다. 그리고는 그 정보를 이용하여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아미노산을 형광단백질에 추가하는 데 성공했다(참고 3).

생명체는 자연계에서 단 네 개의 문자 - 아데닌(A), 티민(T), 시토신(C), 구아닌(G)을 이용하여 상속 가능한 정보(heritable information)를 코딩한다. 네 개의 문자들은 짝을 이루어 DNA 이중나선을 형성하며, 상이한 3문자배열(three-letter sequence)들은 살아있는 세포의 단백질을 구성하는 20개 아미노산들을 각각 코딩한다.

이번 연구는 합성생물학(생명체에 새로운 형질을 도입하는 데 집중하는 분야)이 생명의 가장 기초적인 측면을 바꿈으로써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로젠버그 박사가 설명하는 이번 연구의 성과는 이렇다. "생체내 시스템 중에서 '정보의 저장과 인출'만큼 우리의 생김새에 기본적이며 매우 밀접하게 관련된 것은 없다. 우리가 새로 설계한 시스템은 기존의 시스템과 나란히 작동하며, 기존의 시스템이 수행하는 것을 뭐든지 수행할 수 있다."

알파벳 확장

많은 연구팀들이 유전자코드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참고 4). 자연계에 존재하는 네 개의 DNA 염기는 64개의 상이한 조합(4^3 = 64)을 만들어 아미노산을 명시할 수 있는데, 이것을 코돈(codon)이라고 한다. 그러나 코드의 중복(예컨대 아르기닌을 의미하는 CGC, CGA, CGG, CGT)을 감안할 때, 거의 모든 생체 단백질들은 불과 20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하버드 의대의 조지 처치 박사(유전학)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중복된 코돈을 전용(轉用)함으로써 새로운 아미노산을 명시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롬스버그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다른 전략을 채택했는데, 그것은 '완전히 새로운 염기쌍을 DNA에 첨가하는 것'이다. 그렇게 할 경우 가능한 코돈의 수가 엄청나게 증가하여, 세포로 하여금 이론적으로 100개 이상의 새로운 아미노산을 이용하게 할 수 있다.

처치 박사는 아직도 '대부분의 경우, 내 접근방법이 좀 더 실용적이다'라고 믿고 있지만, 이번 연구를 일컬어 "생명의 근본적인 빌딩블록을 탐구하는 이정표"라고 한다.

연구자들이 유전자 알파벳의 확장을 꿈꾸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초반이었다. 최초의 큰 성공은 1989년, 당시 스위스 연방공대에 재직 중이던 스티븐 베너 박사(화학)가 '변형된 시토신과 구아닌을 포함하는 DNA 분자들'을 만든 것이었다(참고 5). 베너 박사는 그 DNA들을 "웃기는 DNA"라고 불렀는데, 그것들은 실험관 반응에서 복제, 전사(RNA 만들기), 번역(단백질 만들기)을 할 수 있었다.

더 웃기는 DNA

롬스버그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지난 20년 동안, 수백 가지의 '훨씬 더 웃기는 DNA'들을 만들었다. 전통적인 염기쌍이나 베너 박사가 만들었던 염기쌍들이 공유된 수소원자를 통해 결합하는 것과 달리, 그들이 만든 외계염기들은 불용성(insolubility) 때문에 결합한다. 이는 대체로 기름방울들이 물속에서 엉겨붙는 것을 모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살아있는 세포 내에서 기능을 발휘하려면, 외계염기쌍들은 DNA의 형태를 교란하거나 필수적인 과업들(예: 복제와 전사)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천연염기와 나란히 존재해야 한다. 2014년 롬스버그 박사의 연구실에서는 획기적인 결과를 보고했다(참고 6).'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단일 염기쌍을 포함하는 DNA 고리'를 가진 대장균을 만든 것이다(참고 7). 그 '외계의 DNA'는 dNaM과 d5SICS(각각 X와 Y라는 별명으로 불림)라는 화합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대장균들은 느릿느릿 분열하고,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외계 DNA를 상실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올해 초 발표한 논문에서(참고 8) 롬스버그 연구팀은 '좀 더 건강한' 반합성 대장균(semi-synthetic E. coli)을 만들었다고 보고했는데, 그것들은 외계 DNA를 그리 쉽사리 거부하지 않았다. (이 버전의 경우, d5SICS를 화학구조가 비슷한 dTPT3로 교체했다.) 그러나 이 버전도 2014년 버전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코돈을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마침내 11월 29일 《Nature》에 발표한 논문에서, 롬스버그 연구팀은 '외계 DNA를 이용할 수 있는 건강한 세포'를 만들었다고 보고했다. 몇 건의 독립적인 실험에서, 세포들은 두 개의 비(非)천연 아미노산(PrK과 pAzF)을 형광단백질에 통합함으로서 연한 녹색 빛을 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외계의 염기와 아미노산을 외부에서 넣었으므로, 만에 하나 실험실을 탈출하는 생명체들은 그것들을 생산할 수 없었다. 연구팀은 세포들로 하여금 새로운 요소들을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 변형된 tRNA 버전을 만들었는데, 이것들은 코돈을 읽은 다음 적절한 아미노산을 단백질 생산공장인 리보솜에 배달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참고】 ‘외국어’를 해석하여 단백질을 만드는 대장균

연구자들은 합성염기(X와 Y라는 별명으로 불림)를 세포의 DNA에 추가하여 새로운 아미노산을 코딩하도록 만들었고, 그 세포는 새로운 아미노산을 형광단백질에 통합했다.


새로운 아미노산들은 녹색형광단백질의 형태나 기능을 변화시키지는 않았다. 그러나 롬스버그 박사에 따르면, "정보의 저장과 인출이 가능하게 되었으므로, 이제 그걸 갖고서 뭔가를 해볼 차례다"라고 한다. 연구팀은 미발표 연구에서, 외계 염기를 항생제내성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핵심위치에 삽입했는데, 외계 DNA가 장착된 대장균들은 페니실린계 약물에 감수성을 보였다고 한다.

과자가게

롬스버그는 라호야에 신톡스(Synthorx)라는 바이오텍 업체를 설립하여, 비천연 아미노산을 단백질기반 약물(protein-based drug)에 통합시키려고 노력해 왔는데, 그중 하나는 적혈구의 수를 조절하는 IL-2라는 단백질이다. 이 접근방법은 세포에게 좀 더 쉽게 흡수되거나, 독성이 적거나, 신속히 분해되는 약물을 설계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또한 전통적인 아미노산에 부족한 속성(예: 전자를 강력히 끌어당기는 힘)을 가진 단백질을 설계할 수도 있다. "우리는 마치 과자가게에 들어선 어린이와 같다. 과거 20년 동안에는 과자가게에 들어가는 장면을 상상해 왔지만, 이제 갑자기 무슨 과자를 먹어야하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라고 롬스버그 박사는 말했다.

베너 박사는 싱가포르 소재 생명과학/나노공학 연구소의 이치로 히라오 박사(생화학)와 함께, 이미 외계 DNA를 이용하여 비천연 아미노산을 코딩하는 실험관시스템을 개발했지만, 히라오 박사는 살아있는 세포로 이동하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세균의 세포를 이용하는 경우, 비천연 아미노산을 포함하는 단백질을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다. 우리의 기술을 진핵세포에 적용하면, 새로운 항체약물(antibody drug)을 개발할 수도 있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현재 게인스빌 근처에 있는 응용분자진화재단(Foundation for Applied Molecular Evolution)에서 활동하고 있는 베너 박사는 이렇게 제안한다. "롬스버그 박사가 개발한 시스템은 비교적 약한 소수결합력(hydrophobic force)에 의존하여 외계염기를 결합하므로, 산업에 응용할 수 있는 잠재력이 제한될 수 있다. 또한 세포들은 희귀한 외계염기에 관용을 베풀 수는 있지만, 그것으로부터 완벽한 유전계(genetic system)를 구축하지 못할 수도 있다."

로메오 박사와 동료들은 현재 유전자 알파벳을 더욱 확장하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X와 Y를 포함한 기능성 코돈을 12개 이상 확인했다. 그러나 아직 할 일이 많다"라고 그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https://www.wired.com/2014/05/synthetic-dna-cells/
2. www.sciencemag.org/news/2017/11/scientists-just-added-two-functional-letters-genetic-code
3. Zhang, Y. et al. Nature (2017) http://dx.doi.org/10.1038/nature24659
4. http://www.nature.com/doifinder/10.1038/491516a
5. Switzer, C., Moroney, S. E. & Benner, S. A. J. Am. Chem. Soc. 111, 8322–8323 (1989); http://dx.doi.org/10.1021/ja00203a067
6. https://www.nature.com/doifinder/10.1038/nature.2014.15179
7. Malyshev, D. A. et al. Nature 509, 385–388 (2014); http://dx.doi.org/10.1038/nature13314
8. Zhang, Y. et al. Proc. Natl Acad. Sci. USA 114, 1317–1322 (2017); http://dx.doi.org/10.1073/pnas.1616443114

※ 출처: Nature 551, 550–551 (30 November 2017) www.nature.com/news/alien-dna-makes-proteins-in-living-cells-for-the-first-time-1.2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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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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