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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거의 모든 콜레라의 발상지는 아시아였다
의학약학 양병찬 (2017-11-14 09:50)


Vibrio cholerae @ Wikipedia

현장역학(shoe-leather epidemiology)의 가장 유명한 사례는 "영국의 내과의사 존 스노가 1854년 런던에서 콜레라 발병사례 지도를 작성함으로써, 브로드스트리트의 물펌프를 치명적 발병의 가능한 원천으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스노는 그 펌프의 손잡이를 제거함으로써 콜레라의 전파를 중단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이건 거짓이다 스노가 런던의 콜레라 발생지역을 지도에 표시함으로써 오염된 공공펌프를 주범으로 지목한 것은 팩트다. 그러나 그는 펌프의 손잡이를 제거하여 콜레라 창궐을 종식시키지는 않았다. 런던의 공공펌프 손잡이들을 제거한 것은 한 위원회이며, 그 시기 역시 콜레라가 한풀 꺾인 후였다; 참고 1).

이제 과학자들은 21세기 첨단기법을 이용하여, 그와 비슷한 탐정수사를 글로벌 스케일로 진행했다. 즉, 그들은 수백 가지 세균의 유전체를 시퀀싱하고 비교분석함으로써, “지난 반세기 동안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대륙에서 폭발적으로 유행했던 콜레라가 모두 '아시아에서 진화한 균주의 도착' 이후에 발생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이번주 《Science》에 실린 두 편의 논문(참고 2, 참고 3)을 통해 발표된 연구들은 '콜레라가 전 세계적 부담으로 대두되는 데 있어서 환경요인이 수행하는 역할'에 대한 해묵은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것은 콜레라와의 전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보건 당국자들은 이번 연구를 계기로 하여 '가장 위험한 수입 균주(imported strain)'에 집중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연구는 아프리카나 아메리카에 대규모 콜레라 유행을 초래할 만한 지역 저장소(local reservoir)가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아프리카와 아메리카에서 콜레라를 완전히 뿌리 뽑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건 나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라고 세계보건기구(WHO)의 콜레라 전문가인 도미니크 레그로스는 말했다.

연구의 배경

콜레라는 비브리오 콜레라이(Vibrio cholerae)라는 세균에 의해 초래되며, 이 세균은 대변으로 오염된 물을 통해 전파된다. 지난 몇 세기 동안, 위험한 콜레라 균주는 여러 차례에 걸쳐 아시아에서 세계의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간 것처럼 보였다. 그중에서 가장 최근의 것은 7차 대유행(seventh pandemic)으로, 1961년에 시작되어 아직도 계속되면서 매년 약 300만 건의 발병사례를 초래하고 있다.

그러나 1970년대에 메릴랜드 대학교의 리타 콜웰 박사는 "콜레라 발병이 지역 환경에서 비롯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녀는 V. cholerae가 많은 강과 연안수역(coastal waters)에 서식할 수 있으며, 그중에는 미국 동해안의 거대한 하구(estuary)인 체서피크(Chesapeake)도 포함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콜레라균은 스스로 플랑크톤에 달라붙으며, 엘니뇨와 같은 기후적 사건이 일어나 플랑크톤이 활짝 꽃필 경우 위생상태가 불량한 곳에서 콜레라가 분출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녀는 기후변화도 콜레라의 빈번한 발발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 이후 전문가들은 "대규모 콜레라 창궐 중 '여행자'가 아닌 '지역적 사건'에 의해 일어난 것이 몇 건이나 되는가"라는 문제를 놓고 논쟁을 벌여왔다. "지역사회는 그 문제 때문에 완전히 분열되었다"라고 웰컴트러스트생어연구소의 니콜라스 톰슨 박사는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두 가지 시나리오의 통합을 제안하기도 했다. 예컨대 아프리카에서는 지난 50년 동안 10여 건의 콜레라가 창궐했는데, 한 이론에 따르면 "아시아 출신의 콜레라균이 한 번 도입된 후 지역 환경 속에 뿌리를 내리며, 수입된 균주가 지역의 균주들과 유전자를 교환함으로써 새로운 균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한다. 톰슨 박사는 이를 두고, "만약 의학 문헌들을 모두 살펴본다면, 당신은 헷갈려서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번 연구의 내용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톰슨 박사와 다국적 연구팀은 지난 반세기 동안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에서 분리된 균주 714개를 수집했다. 그리고는 모든 유전체를 시퀀싱하여, 종전에 출판된 수백 가지 균주까지 포함하여 염기서열을 종합적으로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밝혀진 사실은 매우 뚜렷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지난 반세기 동안 두 번의 커다란 콜레라가 발생했다. 한 번은 페루에서 시작되어 1991~1993에 남아메리카 전역에 퍼졌고, 다른 한 번은 아이티에서 2010년 시작되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① "아이티에서 발생한 콜레라는 네팔에서 온 UN 평화유지군이 부주의로 들여온 것"이라는 선행연구 결과를 확인했고, ② 1990년대에 두 번 발생한 콜레라는 아시아의 균주들에 의해 초래된 것이며 두 번 모두 1991년에 도입된 것임을 밝혔다.

②의 경우를 자세히 살펴보면, 한번은 아프리카를 경유하여 페루에 도착했고 다른 한 번은 멕시코에 상륙했는데, 멕시코의 경우 남아시아에서 출발하여 - 아마도 동유럽을 거쳐 - 상륙한 것이다. 아프리카의 경우, 아시아에서 11개의 콜레라균이 개별적으로 들어와 대규모 전염사태를 초래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공히 지역의 균주들이 간혹 콜레라를 초래하기는 했지만, 그중 폭발적인 사태를 야기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참고】 최근 50년간 콜레라의 전파경로

평가와 전망

"이번에 발표된 두 편의 논문들은 환경가설(environmental hypothesis)을 완전히 무력화시켰다. 나는 이로써 환경이론이 종식되기를 바란다"라고 하버드 의대의 존 메칼라노스 박사(미생물학)는 말했다. "나는 이번 연구결과, 특히 아프리카에 관한 연구결과에 놀랐다. 아프리카에서 좀 더 많은 지역적 발병사례가 발견되기를 기대했는데, 완전히 물거품이 되었다. 연구진이 행한 연구과 그들이 제시한 데이터는 매우 명확해서, 반박할 여지가 없다"라고 플로리다 대학교의 마크로 살레미 박사(분자역학)는 말했다.

그 동안 '콜레라 연구'와 '깨끗한 물 옹호'로 국립과학훈장(National Medal of Science)을 받는 등 찬사를 받았던 콜웰 박사는 《Science》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에 대해 공개적인 언급을 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그녀는 오랫동안 지속된 논쟁에서 반대파들에게 호되게 당했다고 치를 떨며, "지난 30년 동안 짓밟혀 왔으므로, 더 이상 짓밟히기를 원치 않는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WHO는 '안전한 식수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2013년에 비축된 콜레라 구강백신을 보급함으로써 2030년까지 콜레라로 인한 사망을 90% 감소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연구는 그러한 노력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레그로스는 말했다. "이제부터 새로운 콜레라 발병사례가 나타나면, 연구자들은 세균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하여 아시아의 범유행성 계열에 속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진정으로 위험한 균주를 확인함으로써, 비축량이 부족한 백신의 사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라고 톰슨 박사는 말했다. "위험한 균주와 다른 균주를 분간할 수 있다는 것은 뭔가를 할 기회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또한 "아시아에서 범유행성 콜레라균의 천연저장소를 제거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에 대해 톰슨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만약 콜레라를 글로벌 수준에서 통제하고 싶다면, 아시아에서 콜레라를 통제해야 한다. 아시아에는 새로운 콜레라 균주가 진화하여 전 세계에 퍼져나가게 하는 요인이 존재하는 게 분명해 보이지만, 과학자들은 그게 뭔지 확실히 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건 마치 콜레라의 원천인 물펌프를 찾았지만, 제거해야 할 손잡이를 아직 찾지 못한 것과 같다."

※ 참고문헌
1.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33925
2.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358/6364/785
3.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358/6364/789

※ 출처: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17/11/asia-cradle-almost-every-cholera-epidemic-genome-studies-s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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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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