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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유전자가 교정된 줄기세포를 이용한 희귀 피부질환 치료
의학약학 양병찬 (2017-11-10 09:26)

upload image
@ 워싱턴포스트(참고 1)

"희귀질환 때문에 대부분의 피부를 상실한 일곱 살짜리 소년이, 실험적인 유전자요법 시술을 받은 후 극적으로 회복되었다"는 사례보고서가 발표되었다. 이름하여 「유전자변형 줄기세포의 전신이식」이라는 이번 치료법은, 중증 수포성표피박리증(EB: epidermolysis bullosa)에 대한 사상 최고의 야망찬 시도였다. EB는 피부에 물집이 생기고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파열되며, 종종 환자의 목숨을 앗아가는 질환이다.

이번에 새로 시도된 접근방법은, EB를 초래하는 유전자변이 중 일부에만 적용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그 소년의 회복이 - 이제 학교로 돌아가 축구도 할 수 있을 정도로 - 인상적이라는 것은 연구자들에게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다른 유전적 피부질환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는) 통찰력을 제공한다.

"단 한 건의 사례를 다룬 보고서가 발표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는 경우가 좀 다르다"라고 미네소타 대학교 산하 메이슨 암센터(Masonic Cancer Center)에서 EB의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는 야쿱 톨라 박사(골수이식 외과의)는 말했다. "이것은 EB 분야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보고서들 중 하나다."

EB는 특정 단백질을 코딩하는 유전자들 중 하나 이상에 변이가 일어남으로써 발생한다. 여기서 '특정 단백질'이란 표피(epidermis)가 피하조직에 닻을 내리는 데 필수적인 단백질을 말하는데, 이 단백질이 결함이 있거나 행방불명되면 피부가 약간만 손상되어도 떨어져나가, 상습적으로 감염되는 만성손상을 초래한다. 일부 EB의 경우에는 유아기에 치명적이며, 어떤 경우에는 공격적이고 치명적인 피부암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현재 유일한 치료법은, 고통을 참아가며 손상 부위에 매일매일 붕대를 감고 또 감는 것이다(참고 1). "그들은 '걸어 다니는 화상환자'나 마찬가지다. 붕대 값만 해도 매년 10만 달러에 이른다"라고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EB 환자를 치료하는 피터 마린코비치 박사(피부과학)는 말했다.

사실, 이번에 시도된 접근방법은 기존의 중증 화상 치료방법과 비슷하다. 중증 화상의 경우, 환자 자신의 세포에서 배양된 건강한 피부를 환부에 이식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이탈리아 모데나 대학교의 미켈레 데 루카 박사(줄기세포생물학, 내과의)와 레조 에밀리아는 업그레이드된 방법을 연구해 왔는데, 그것은 '이식에 사용되는 세포에 새로운 유전자를 삽입함으로써, EB를 초래하는 변이에 맞대응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2006년의 첫 번째 시도에서 고무적인 결과를 얻어 《Nature Medicine》에 발표했는데(참고 2), 그 내용인즉 유전자가 교정된 작은 피부 패치를 환자의 다리에 이식한 것이었다.

그로부터 9년 후인 2015년, 데 루카 박사는 독일의 의사들에게서 다급한 요청을 받았다. 한 소년이 연접부 EB(junctional EB)라는 중증질환에 걸렸다는 것이었다. 연접부 EB는 표피 바로 아랫부분의 얇은 막을 구성하는 라미닌 332(laminin 332)라는 단백질의 일부를 코딩하는 유전자에 변이가 일어남으로서 발생하는 것이었다. 그 유전자는 데 루카 박사가 진행하고 있는 임상시험에서 겨냥하는 유전자와 동일했지만, 그 소년의 경우에는 특히 심각했다. 그 소년은 대부분의 피부를 상실하는 바람에 다중감염(multiple infections)과 치명적인 패혈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렇게 광범위하고 심각하게 손상된 피부에 유전자요법을 시도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데 루카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소년의 (물집이 없는) 사타구니에서 미국 우표보다 약간 큰 피부조각을 채취하여, 표피세포를 배양했다. (표피세포에는 주기적으로 피부를 재생하는 줄기세포가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그 표피세포들을 (건강한 LAMB3 유전자를 보유한) 레트로바이러스에 감염시킨 다음, 50~150cm²의 시트(sheet)로 배양했다. 마지막으로, 독일 루르 대학교의 연구팀은 두 번의 수술을 통해 소년의 팔, 다리, 허리, 그리고 가슴 일부에 새로운 피부를 이식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새로 이식된 피부는 대부분 재생되기 시작하여 전신의 80%를 단단하고 탄력 있는 표피로 뒤덮었다. 그리고 수술이 끝난 지 2년이 지났지만, 피부를 이식받은 부분에서는 물질이 전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연구진은 이상의 치료과정을 정리하여, 11월 8일 《Nature》에 발표했다(참고 3).

다른 연구자들은 오랫동안 "레트로바이러스를 이용하여 세포의 유전체에 무작위로 유전자를  삽입할 경우, 암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예컨대 2000년대 초반, 어린이 중증 복합면역결핍증 환자 다섯 명이 '레트로바이러스 기반 유전자요법' 임상시험에 참여했다가 백혈병이 발병한 사례가 보고되었다(참고 4).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레트로바이러스를 이용한 유전자 삽입이 암 유전자에 영향을 미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데 루카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이식된 세포들 중에서 어떤 것이 시간경과에 따라 재생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삽입된 유전자를 표지(marker)로 삼아 '이식된 세포'와 '그 자손들'의 위치를 추적했다. 그 결과, 이식된 세포들은 대부분 몇 달 만에 사라지고, 홀로클론(holoclone)이라는 소규모의 '수명 긴 세포(long-lived cell) 그룹‘이 군집을 형성하여 표피를 재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참고】 표피줄기세포의 종류와 기능

표피줄기세포에는 홀로클론(holoclone), 메로클론(meroclone), 파라클론(paraclone)이 있다. 이중에서 어린이 EB 환자에게 이식했을 때 피부를 재생한 것은 홀로클론 하나뿐이었고, 나머지는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사라졌다.

"유전자 교정 전략을 구상하는 연구자들은, 이 같은 원시 표피줄기세포들(홀로클론, 메로클론, 파라클론)을 유념해야 한다. 앞으로 유전적 피부질환을 치료할 때는, 홀로클론에게 영양소를 공급하는 배양조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심지어 유전자를 변형할 때도 홀로클론을 겨냥하는 것이 좋다"라고 톨라 박사는 말했다.

"이번에 시도된 치료법은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의 EB 환자들에게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절반 이상의 환자들은 단순성 EB(EB simplex)를 앓고 있는데, 이것은 '행방불명된 단백질'이 아니라 '활동적이지만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단백질'을 생성하는 변이 때문에 발생하는 질환이다"라고 마린코비치 박사는 말했다. "그러한 변이의 경우에는 CRISPR과 같은 유전자편집 도구를 이용한 교정이 좀 더 효과적이다"라고 데 루카 박사는 말했다.

"일부 EB 환자들의 경우에는 식도와 같은 내부표면이 손상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이식 방법은 내부표면의 손상을 치료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다행히도 그 소년에게는 그런 문제가 없었다. 따라서 이번에 사용된 치료법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지만, 완벽하지는 않다"라고 톨라 박사는 지적했다.

데 루카 박사팀과 마린코비치 박사팀은 이영양성 EB(dystrophic EB) 환자들을 대상으로 비슷한 유전자요법을 시도하려 노력하고 있는데, 이영양성 EB는 좀 더 커다란 단백질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이상 때문에 발생하는 질환이다. 두 연구팀은 각각 바이오업체들과 손을 잡고, 대규모 임상시험을 추진하고 있다.

《Nature》 사설에서는 이번 연구를 "통찰력이 돋보인 피부재생"이라고 평가하고, "한 줄기세포요법의 성공사례를 통해, 기초연구와 임상연구가 결합될 경우 희귀질환에 대한 생물학적 이해가 향상되고 치료법이 발달할 수 있음이 입증되었다"고 말했다(참고 5).

※ 참고문헌
1. http://www.washingtonpost.com/sf/style/2017/05/30/a-baby-girl-a-baffling-disease-and-the-only-way-to-help-her-is-to-hurt-her/
2. https://www.nature.com/articles/nm1504
3. http://nature.com/articles/doi:10.1038/nature24487
4. http://www.sciencemag.org/news/2002/10/gene-therapy-retroviruses-halted
5. http://www.nature.com/news/skin-regeneration-with-insights-1.22965

※ 출처: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17/11/boy-rare-disease-gets-new-skin-thanks-gene-corrected-stem-ce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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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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