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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현생인류의 진화과정에서 이입(introgression)된 아프리카계 유전자. 그 범인은?
생명과학 양병찬 (2017-10-25 09:27)

오늘날 아시아인들은 고대 아프리카 유전자 중 일부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은 아프리카 조상들에게서 직접 물려받은 게 아니라,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에게서 간접적으로 돌려받은 것이다.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가 짝짓기 했을 때, 네안데르탈인이 공유한 것은 '은밀한 순간'과 '네안데르탈인 특유의 DNA'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덤으로, 유라시아인들이 오랫동안 상실하고 있었던 뭔가를 되돌려줬다. 그 '뭔가'란 6만~8만 년 전, 유라시아인들의 조상이 조금씩 무리지어 아프리카를 떠날 때 상실했던 고대 아프리카인들의 변이유전자 수천 개였다.

되찾은 유전자들 덕분에 회복한 다양성은 유라시아인의 조상들이 세계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유전적 선물(genetic gift )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 그 아프리카 변이유전자 중 일부는 현대인들에게 되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왜냐하면 니코틴 탐닉과 허리둘레 증가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주(2017. 10. 17 ~ 10. 21)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미국인간유전체학회 연례회의에서(참고 1), 연구자들은 "현생인류가 아프리카 외부에서 네안데르탈인에게 물려받은 변이유전자 중 일부는 네안데르탈인 특유의 유전자가 아니라,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공통조상이 보유했던 것이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나며 유전적 병목(genetic bottleneck)을 통과할 때 얼마나 많은 다양성을 잃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현생인류의 조상들은 아프리카를 떠날 때 '유익한 변이유전자'들을 많이 두고 나왔다"라고 이번 연구결과를 발표한 밴더빌트 대학교의 토니 카프라 박사(진화유전체학)는 말했다. "그 후 네안데르탈인과의 이종교배(Interbreeding)는, 아프리카 외부에서 그 변이체 중 일부를 되찾을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네안데르탈인의 대립유전자(allele) 중에는 잠재적으로 유해한 것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

카프라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1000 지놈 프로젝트」와 밴더빌트 대학교의 BioVU(전자건강기록  데이터뱅크)에 포함된 2만여 명의 유전체를 정밀 분석하던 중, 고대 아프리카인들의 변이체를 발견했다. 이윽고 그들은 이상한 패턴에 주목했다.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물려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염색체 구간에서 고대 아프리카인들의 대립유전자(또는 변이)가 발견된 것이다. [그들은 선행연구에서 요루바 족(Yoruba), 에산 족(Esan), 멘데 족(Mende) 등의 아프리카 원주민들을 연구한 적이 있는데, 고대 아프리카인들의 유전자는 여기서 발견된 것들이다.] "유럽인의 유전체에서는 47,261개, 아시아인의 유전체에서는 56,497개의 아프리카계 SNP가 발견되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유라시아아인들이 갖고 있는 아프리카계 유전자는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옆에서만 발견되었다. 이는 약 5만 년 전 유라시아인들의 조상이 네안데르탈인과 짝짓기할 때, 아프리카계 유전자와 네안데르탈계 유전자가 동시에 상속되었음을 시사한다."라고 카프라 박사는 말했다.

그게 당최 무슨 소릴까? 카프라 박사에 따르면, 가장 깐깐한 설명은 "문제의 아프리카계 유전자들이 인간의 태곳적 상태를 대변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 유전자는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조상들이 아프리카에 있을 때 공통조상에게서 물려받은 거라는 이야기다. 즉, 인류는 소그룹 단위로 아프리카를 떠난 탓에 병목현상에 직면했는데, 이는 아프리카의 대규모 개체군에 남아있던 유전자 중 상당수가 상실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러나 나중에 네안데르탈인이 유라시아인 조상들에게 (자기들만의 독특한 유전자들과 함께) 이 유전자들을 되돌려줬다.

고대 아프리카계 유전자 중에는 유익한 유전자(예: 면역력을 증강하는 유전자)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오늘날의 인류는 그중 일부를 포기하는 것을 선호했다. 카프라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현재 작동하고 있는 아프리카계 변이를 3개 발견했는데, 이것들은 각각 니코틴 탐닉, 긴 허리둘레, 피부색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이 제시한 데이터는 '네안데르탈인이 현생인류의 조상들에게 「잃어버린 조상의 변이」 중 상당수를 되돌려줬다'는 설을 강력하게 뒷받침한다"라고 이번 회의에 참석했던 에스토니아 바이오센터의 마이트 메츠발루 박사(유전학)는 말했다.

그밖에도, 모임에 참석했던 다른 유전학자들은 DNA 사막(DNA desert)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DNA 사막'이란 현대인의 유전체 중에서 '네안데르탈인이나 다른 고인류에게서 상속받지 않은 부분'을 말한다. 그들이 제시한 영역 중 하나는 언어유전자(FOXP2)인데, 이는 현생인류의 유전체 속에서 자연선택을 통해 네안데르탈인 버전이 배제되었음을 시사한다. 밴더빌트 대학원생 로라 콜브란은 "통계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유전자형에 근거한 유전자발현'을 평가한 결과, 네안데르탈인 버전은 현대인의 뇌 속에 발현된 것보다 훨씬 적은 양의 FOXP2 단백질을 생성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발표했다. 네덜란드 막스플랑크 심리언어학연구소의 사이먼 피셔 소장은 이렇게 논평했다. "오늘날 FOXP2 단백질을 절반만 생성하는 희귀변이를 가진 사람들은 심각한 언어장애를 경험하는 것으로 보아, FOXP2 단백질의 발현은 언어의 핵심인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피셔 소장은 FOXP2 유전자를 발견한 인물이다.

※ 참고문헌
1. J. Capra et al., “Neanderthal introgression reintroduced thousands of ancestral alleles lost in the out of Africa bottleneck”, ASHG 2017; https://ep70.eventpilotadmin.com/web/page.php?page=IntHtml&project=ASHG17&id=170122963

※ 출처: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17/10/modern-humans-lost-dna-when-they-left-africa-mating-neandertals-brought-some-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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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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