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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한국의 과학자들, ‘임신 중 감염’과 ‘자녀의 자폐증 위험’ 간의 관련성을 밝혀
의학약학 양병찬 (2017-09-14 09:33)

이번 주 《Nature》에는 '면역반응과 특이한 신경배선(neural wiring) 간의 관계'를 밝힌 연구결과가 두 편 발표되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두 논문의 제1저자들이 모두 한국인이라는 것이다(참고 1).

엄마의 미생물이 아기에게 영향을 미친다
엄마의 미생물이 아기에게 영향을 미친다/ @ brainimmune.com (참고 2)

지금은 대체로 잊혔지만, 한 세기 전 거의 백만 명의 지구촌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갈 전염병이 위세를 떨치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 질병은 수면병(sleepy sickness)이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기면성뇌염(encephalitis lethargica)이라고 불러야 좀 더 적절할 것이다. 수면병은 수많은 엽기적 정신·신체 증상을 초래하고, 종종 환자들을 긴장상태(catatonic state)로 남겨뒀는데 그 지속기간이 때로는 수십 년이 될 수도 있었다. 올리버 색스는 『깨어남』에서 1969년 일부 수면병 환자들을 성공적으로 치료했다고 기술했다.) 수면병의 원인은 지금껏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장 흔히 제안되는 것은 "일부 감염성 병원체들이 자가면역 반응을 촉발하고, 그것이 뇌의 일부를 겨냥하여 염증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올리버 색스와 수면병 환자
올리버 색스와 수면병 환자 (참고 3)

「면역계가 정신장애의 발병과정에서 수행하는 역할」은 오늘날 매우 중요한 연구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울증과 정신병(psychosis)에서부터 강박장애(obssessive-compulsive disorder)에 이르기까지 많은 정신장애의 발단이, 특히 어린이의 신체가 감염에 반응할 때 나타나는 갑작스런 생물학적·생리학적 변화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되어 왔다. 그래서 일부 연구자들은 한 세대에 걸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추적하여, "임신부가 감염에 특정한 방식으로 반응할 수 있으며, 이것이 발육중인 아기에게 영향을 미쳐 인지능력과 신경발달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부 여성에게서 나타나는 이러한 모체면역활성화(MIA: maternal immune activation)의 결과 중 하나는, 아기의 자폐증 위험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주 《Nature》에는 이와 관련된 논문이 두 편 실렸는데, 하나는 S. Kim et al.의 논문(참고 4), 다른 하나는 Y. S. Yim et al.의 논문(참고 5)이다. 두 논문은 동물모델을 이용하여 MIA가 자폐증 위험을 상승시키는 메커니즘을 설명한 것은 물론, 자폐증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는 전략들을 제안했다.

1. 매사추세츠 의대의 김상두·김현주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첫 번째 논문에서, MIA가 마우스의 뇌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다. 그들은 "바이러스 감염과 유사한 환경에 노출된 암컷 마우스가 낳은 새끼들이 비정형행동(atypical behaviour)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와 관련된 세포적·분자적 메커니즘 중 일부를 규명했다. 연구진의 결과 중 일부는 과학자들이 이미 인지하고 있던 것으로, "임신이 인터루킨-17a(interleukin-17a)라는 단백질의 생성을 특이적으로 증가시켜, 암컷 마우스의 면역반응을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의 의의는, 저자들이 추가실험을 통해 그 메커니즘에 대한 단서를 찾아냈다는 데 있다.

이번 연구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마우스의 소화관에 서식하는 장내미생물의 유형이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연구진이 항생제를 이용하여 흔한 장내미생물인 절편섬유상세균(SFB: segmented filamentous bacteria)을 제거했더니, 새끼를 감염의 영향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었다. 즉, 항생제를 투여받은 마우스의 새끼들은 사회성 감소(reduced sociability)나 반복행동(repetitive action) 등의 이상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SFB는 세포를 자극하여 인터루킨-17a의 생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번 주 《Nature》의 에 실린 논평(“엄마의 세균이 아기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에서 C. M. 파월은 한 가지 뚜렷한 시사점을 지적했다(참고 6): "일부 임신부들은 식이요법이나 약물요법을 이용하여 장내미생물을 조작함으로써, 감염으로 인해 촉발된 면역반응이 아기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감소시킬 수 있다." 물론 파월이 제시한 방법이 임상에 적용되려면, 좀 더 많은 후속연구를 통해 이번 연구결과를 확인하고 내용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

2. MIT의 임영신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MIA를 보인 어미에게서 태어난 새끼의 발달중인 뇌를 분석했다. 그리하여 연구진은 새끼의 이상행동을 1차체성감각영역(S1DZ: primary somato-sensory cortex)의 이질과립(異質顆粒)구역(dysgranular zone)까지 추적했다. 연구진은 마우스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S1DZ의 뉴런이 빛을 통해 활성화되도록 한 다음, S1DZ의 활성화가 동일한 이상행동을 유도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심지어 MIA를 겪지 않은 어미에게서 태어난 새끼들도 S1DZ가 활성화되면 이상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정신장애에 대한 연구가 수도 없이 행해져, 특정 정신질환과 '과도하거나 과소하게 활성화된 뇌 영역'간의 관련성에 대한 강력한 이론적 근거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처럼, 특정 뇌영역의 활성화와 특이행동 간의 관련성이 증명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예컨대 수면병은 기저핵(basal ganglia)의 심부(深部)에서 일어난 변화와 관련이 있으며, 자폐증과 유사한 증상(판에 박은 행동, 반복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임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S1DZ 영역에서 뻗어 나온 뉴런이 기저핵의 심부 중 하나인 선조체(striatum)에 연결되었음을 확인했는데, 이 연결은 동물에서 반복행동을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러나 S1DZ는 대뇌피질의 독특한 지역에도 연결된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사회성 변화를 유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3. 이상의 두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일부 사람들의 자폐증 위험을 증가시키는 메커니즘을 도식화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동물실험 결과를 인간에게 적용할 때는 많은 변화가 뒤따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들은 뭔가 흥미로운 단서를 제공한 게 분명하다.


※ 참고문헌
1.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09/13/0200000000AKR20170913145500017.HTML?input=1195m
2. http://brainimmune.com/the-th17-il-17-il-17r-system-linked-to-altered-brain-development-and-autism-like-symptoms-in-mice/
3. http://knowingneurons.com/2013/01/16/bringing-statues-to-life/
4. S. Kim et al., “Maternal gut bacteria promote neurodevelopmental abnormalities in mouse offspring”, Nature (2017); http://dx.doi.org/10.1038/nature23910
5. Y. S. Yim et al., "Reversing behavioural abnormalities in mice exposed to maternal inflammation", Nature (2017); http://dx.doi.org/10.1038/nature23909
6. C. M. Powell, "Neuroscience: Mum's bacteria linked to baby's behaviour", Nature (2017); http://dx.doi.org/10.1038/nature24139

※ 출처: Nature 549, 131–132 (14 September 2017) http://www.nature.com/news/pregnant-mice-illuminate-risk-factors-that-could-lead-to-autism-1.22594



내속엔미생물들이너무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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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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