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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통신원   
[암(癌)에게서 배우다] <18회> 암 예방 ; 직관 vs 이성
오피니언 바이오휴머니스트 (2017-09-12 09:40)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에서 만든 Make Healthy Choices 포스터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에서 만든 ‘Make Healthy Choices’ 포스터1)>

암에 걸린 후 치료하는 것보다 암에 걸리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바람직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또한 암으로 인한 사망의 30% 이상은 담배, 비만, 불균형적인 식단, 운동안하기(Physical inactivity), 술, 감염, 발암성물질 등 외부 환경적 위험요인을 피함으로써 막을 수 있다고 한다.2) 이와 같이 중요한 암 예방 요인 연구를 위해 많은 연구자들이 노력하고 있는데, 가끔 미디어를 통해 발표되는 암 예방 관련 연구결과들은 다소 혼돈스럽다. 채소와 과일이 암 예방과 관련이 있는지 확실치는 않다고 했다가도2), 대장암 예방에 녹색과 흰색 채소가 좋단다.3) 운동이 암 위험도를 낮추긴 하는데, 유산소운동이 근력운동보다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4)도 있다(근력운동을 중점적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커피, 술, 비타민을 포함한 수많은 건강보조식품들의 암 예방 효과 유무에 대한 소식들을 접하고 나면, 객관적 근거만을 알려줄 것이라 믿고 있는 과학이 어떻게 이런 상반되는 결론들을 도출할 수 있는지 회의가 들 정도다.

정부는 이런 어지러운 정보의 바다 속에서 중심을 잡고자 ‘국민 암 예방 수칙’이라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홍보하고 있는데5) 보다 상세한 근거기반의 지침이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누구나 다 아는 일도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 위 그림처럼 암 예방을 위해서는 정제된 탄수화물(Refined carbohydrates)인 머핀 대신 딸기와 사과를 집어 드는 건강한 선택을 해야겠지만, 막상 먹음직스럽고 향긋한 냄새까지 나는 머핀을 제치고 야채나 과일을 선택하기까지는 일종의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달콤함이라는 일시적인 쾌락을 맛보려는 순간의 ‘직관’을 잘 달래놓고, 야채와 과일을 통해 암 예방과 건강을 챙겨 장기적인 만족을 추구하겠다는 ‘이성적 추론’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살다보면 이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얼마 전 지인들과의 부부동반 모임이 있었는데, 어느 맞벌이 부부가 들려준 이야기다. 아내가 직장 일에, 아들 둘(6살, 9살) 육아에, 요리하고 집안일까지 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어느 날 남편에게 하소연 끝에 당분간 가사도우미를 쓰자고 말했단다. 이 말을 들은 남편이 정색을 하고 대뜸 한다는 말이 “여보, 그러면 그동안 쌓은 요리 실력이 너무 아깝잖아. 요즘 한참 음식 맛이 좋았는데, 이제 요리 안 하게 되면 다시 실력이 줄어들 것 아냐” 하더란다. 물론 아내는 너무 기가 막혀 말도 제대로 못 했다고... “여보 요즘 많이 힘들었지...” 하며 관계지향적인 여자의 감정을 먼저 다독여주는 직관 능력 발휘가 우선 필요 했건만, 목표지향적이고 이성적인 남자들은 그 비상한 머리로 가사도우미 비용에, 아내 요리실력 걱정을 먼저 해버린 것이다.

톨스토이도 이런 남자들의 특성에 주목했는데, 그의 소설에 이렇게 묘사한 대목이 있다.

“오빠, (공작영애 마리야가 들어와서 말했다) 니콜루시카는 오늘은 산책 나가면 안돼요. 날이 너무 추워요.” “그야 따뜻하다면 (안드레이 공작은 누이에게 유달리 차갑게 대꾸했다.) “루바시카만 입고도 나가겠지만, 추우면 따뜻하게 입히면 되지, 옷은 그러라고 있는 거니까. 춥다는 사실에서 나오는 결론은 이것뿐이고, 바깥공기가 필요한 아이를 집안에만 잡아두는 건 틀린 결론이야.”... 공작영애 마리야는 이런 정신 활동이 남자를 무미건조하게 만든다고 생각했다.6)

무미건조한 이성적 추론을 먼저 가동해서는 세상사 문제 해결이 어렵다. 많은 상황에서 감정과 직관의 코끼리가 먼저 움직여 판단하고, 이성의 기수는 나중에 그 판단의 움직임을 합리화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성에 앞서 우선 코끼리 같은 감정과 직관을 잘 다스리는 일에 좀 더 집중해야한다고 어느 심리학자는 두꺼운 책을 써가며 강조했다.7)

판단에 있어 직관이 먼저이고 이성이 나중인 것과 같이, 암에 대해서도 암 예방이 먼저이고 암 치료는 나중이다. 매순간 건강한 선택을 하며 귀찮더라도 효과적인 암 예방법을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는 것이 사전에 암을 방지하는 길인 것이다.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일생을 바친 어느 평화주의 사회운동가도 사전 ‘예방’의 중요성을 이렇게 피력했다.

“마음에 이는 커다란 의문이 있었다. 왜 우리는 이미 발생한 사회악의 교정에는 그토록 많은 자원을 쏟아 부으면서 그것을 사전에 방지할 생각은 안 하는가? 노예들을 도와줄 것이 아니라 노예제도 자체를 없애버리는, 그렇게 해서 사회질서를 뒤바꾸려고 노력하는 성인들은 어디에 있는가?”8) -도로시 데이


p.s.)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성보다 직관을 먼저 사용하여 여자의 마음을 잘 아는 남자가 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이 1분짜리 광고 동영상이 살짝 비틀어 제대로 짚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bixivHuVPw
 


※ 참고문헌
1)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thumb/3/3d/Make_healthy_choices_poster.jpg/1280px-Make_healthy_choices_poster.jpg
2) https://en.wikipedia.org/wiki/Cancer_prevention
3) http://www.mo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1305
4) http://www.huffingtonpost.kr/aftertherain/story_b_11871074.html
5) http://www.cancer.go.kr/mbs/cancer/subview.jsp?id=cancer_010101030000
6) ‘전쟁과 평화’(레프 톨스토이, 2권 p254, 문학동네)
7) ‘바른 마음’(조너선 하이트, 웅진지식하우스)
8) ‘고백’(도로시 데이, p82~83, 복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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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휴머니스트(필명)
과학자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주어진 삶의 현장에서 어설픈 휴머니스트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 바이오분야 전공 대학졸업후, 제약사를 거쳐, 현재는 십수년째 암연구소 행정직원으로 근무중. 평소 보고 들은 암연구나 암환자 이야기로부터 나름 진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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