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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무심코 석기를 만드는 원숭이
생명과학 양병찬 (2016-10-20 09:16)
브라질산 카푸친 원숭이가 '모서리가 날카로운 격지(stone flake)'를 만드는 것으로 밝혀지는 바람에, 인간의 고고학적 기록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유튜브 동영상 캡처
유튜브 동영상 캡처(https://youtu.be/j0jqJUF1nOs)

지난 1월, 고고학자 토모스 프로핏은 동료 마이클 하슬람이 가져온 일련의 돌조각들을 검토하고 있었다. 그중 일부는 약 200만~300만 년 전 동아프리카에 살았던 인류의 친척(호미닌)이 만든 날카로운 석기와 비슷해 보였다.

그러나 하슬람의 말이 걸작이었다. 그 인공물들은 2년 전 브라질의 카푸친 원숭이들이 만든 거라나? "나는 기절초풍을 했어요." 프로핏은 회고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호미닌의 석기를 들여다보며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그런 석기를 만드는 방법을 배웠죠. 그런데 하슬람이 가져온 인공물들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마치 인간이 만든 것처럼 보였어요."

10월 19일 《Nature》에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 재직 중인 프로핏과 하슬람이 공동으로 작성한 논문이 실렸다(참고 1). 그들은 이 논문에서, 카푸친 원숭이가 만든 인공물들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 원숭이들은 바위를 후려쳐 가루로 만들던 중, 무심코 그 돌조각들을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자 일부 과학자들은 이런 의문을 제기했다. "혹시 원숭이들이 만든 석기 중 일부가, 지금껏 호미닌의 것으로 잘못 분류된 것 아닐까?" 과학자들이 문제를 제기한 석기 중에는 최근 케냐에서 발견된 330만 년 전 것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은 현재 인류 역사상 최고(最古)의 석기로 기록되어 있다.

"이건 기념비적인 논문이다. 사실, 이 카푸친 원숭이들은 아무런 의도 없이, 석기(라고 불러야 마땅한 뭔가)를 만들었다"라고 옥스퍼드 대학교의 영장류 고고학자 수사나 카르발로는 말했다.

석기에 대한 고민

지금까지 여러 영장류들이 조악한 도구를 만드는 장면이 관찰되었다. 영장류학자 제인 구달이 '막대기를 이용하여 흰개미를 모으는 침팬지'에 대해 이야기하자, 케냐 출신의 영국 고고학자이자 인류학자 루이스 리키는 이런 반응을 보인 것으로 유명하다(참고 2). "이제 우리는 도구를 재정의(再定義)하고 인간도 재정의하거나, 아니면 차라리 침팬지를 인간으로 분류해야 한다."

그리고 카푸친 원숭이는 동물계에서 '가장 상습적인 도구 사용자' 중 하나로 손꼽힌다. 브라질의 세라다카피바라 국립공원에서는, 터프한 수염달린 카푸친 원숭이(Sapajus libidinosus)가 바위를 이용하여 견과류를 깨고, 구멍을 파며(참고 5), 심지어 성적 과시행위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 동영상】 원숭이도 도구를 만든다

브라질의 세라다카피바라 국립공원에 사는 카푸친 원숭이들은 바위를 깨고, 그 결과 뭉게뭉게 피어나오는 먼지를 핥는 습성이 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그들은 (고대 호미닌이 만들었던) 절단용 도구와 비슷한 격지를 만든다.

▶ 카푸친 원숭이들은 돌을 사용하여 열매껍질을 깬다. 그리고 땅을 파헤져 거미를 꺼낸다. 어떤 원숭이들은 돌을 맞부딪치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먼지를 핥기도 한다. 그들이 왜 그러는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이끼를 먹거나 광물질을 섭취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과학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건, 먼지가 아니라 격지(flake)다. 격지란 돌끼리 후려칠 때 부서져나오는 조각을 말한다. 이런 거 말이다.

그런데, 모서리가 날카로운 격지는 초기인류가 만든 석기와 모양이 똑같다. 좌우의 격지들을 비교해보라, 왼쪽은 원숭이의 것이고, 오른쪽은 인간의 것이다.

종전에, 과학자들은 이런 격지를 만들 수 있는 건 인간뿐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제 원숭이들도 그걸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니 앞으로 고고학자들이 '모서리가 날카로운 격지'를 발견하거들랑,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가능성을 꼭 따져봐야 한다.

1. 원숭이가 무심코 만든 거다.
2. 인간이 의도적으로 만든 거다.

그리고 하나 더. 절단용 도구를 만드는 데는 '인간의 큰 머리'가 필요 없다. 왜냐고? 원숭이 머리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2005년에 세계 최초로, 국립공원에 사는 카푸친 원숭이들이 바위를 특이한 방식으로 휘두르는 광경을 목격했다. 원숭이들은 침식된 절벽 옆에서 석영암(quartz rock)을 골라낸 다음, 그것을 다른 바위에 대고 여러 차례 후려쳤다. 그리고는 맨 마지막에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미세한 가루를 죄다 핥아먹었는데, 프로핏은 이 같은 행위를 다음과 같이 추론한다. "그들이 왜 돌가루를 핥아먹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석영이 광물질을 보급하여 위장관의 건강을 증진시키거나, 아니면 단지 혓바닥에 좋은 느낌을 주는지도 모르겠다."

'석영 가루를 핥아먹는 카푸친'에 관한 선행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커다란 돌조각의 크기와 형태를 분석했다(참고 3). 그러나 프로핏에 의하면, 하슬람이 최근에 더 작은 돌들을 수집할 때까지 작은 돌조각을 수집한 연구자들은 없었다고 한다.

프로핏이 보기에, 이번에 발견된 작은 돌조각들은 1930년대에 리키와 그의 아내 메리가 탄자니아의 올두바이조지 계곡에서 처음으로 발견한 날카로운 격지(flake)와 비슷하다고 한다. 이 올도완 석기(Oldowan stone tool)들은 250만~170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며, 돌망치로 모루(an anvil)를 비스듬히 두들기는 과정에서 부서져나온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리고 근처에서 발견된 뼈의 절단흔적으로 보건대, 호미닌들이 격지를 이용하여 동물을 도살한 것으로 추정된다.

무슨 의도가 있었을까?

"카푸친 원숭이들이 만든 격지 중 절반 가량은, 소위 찍개(chopper)라고 불리는 올도완 석기의 전형적 특징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일련의 격자들은 동일한 돌망치에서 연속적으로 부서져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금껏 인간과 관련된 것으로만 여겨졌던 것들이다"라고 프로핏은 말한다. 그러나 그는 원숭이들이 격지를 무심코 만들었을 거라고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아무리 봐도 그들이 격지를 의도적으로 사용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들은 그저 바위를 맞부딪칠 뿐이다."

프로핏은 올도완 석기가 호미닌의 것으로 잘못 분류되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 인공물들은 호미닌의 유해와 함께 발견되었으며, 다른 증거물들도 그것이 호미닌과 관련되어 있음을 입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당부하는 게 하나 있다. 그것은 "앞으로 고고학자들이 아프리카에서 더 오래된 석기를 발견했을 때는, 추가적인 증거 없이 함부로 호미닌의 것으로 단정하는 우(愚)를 범하지 말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카푸친처럼 행동하는) 고대의 유인원이나 원숭이들이 석기를 만들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근 케냐의 로메크위라는 곳에서 발견된, 330만 년 전의 인공물은 어떨까(참고 4)? 그것은 호미닌이 만든 것으로 생각되며, 가장 오래된 도구사용의 사례로 간주되고 있다. 프로핏도 이에 동의한다. 그러나 카르발로의 생각은 좀 다르다. "로메크위에서 발견된 것들이 비호미닌종(non-hominin species)의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기술적으로 말해서, 카푸친에게서 나온 데이터로 미루어볼 때,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파리-낭테르 대학교의 고고학자로서, 로메크위 도구를 발견한 연구팀의 일원인 엘렌 로쉬는 이렇게 반박한다. "15킬로그램에 달하는 무게를 감안할 때, 로메크위 도구를 카푸친 원숭이가 만든 조그만 도구와 혼동할 가능성은 없다. 프로핏과 카르발로의 연구결과는 매우 훌륭하고 중요하지만, 그건 카푸친 원숭이를 이해하는 데라면 모를까, 초기 인류를 이해하는 데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조지 워싱턴 대학교의 고인류학자인 버나드 우드도 '원숭이의 도구가 호미닌의 인공물 중 일부와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는 그게 고인류학에 무슨 시사점을 주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고민하는 문제는 '그게 도대체 인류에게 뭘 의미하는가?'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Proffitt, T. et al., “Wild monkeys flake stone tools”, Nature (2016). http://www.nature.com/nature/journal/vaop/ncurrent/full/nature20112.html
2. Goodall, J. Science 282, 2184–2185 (1998).
3. Falótico, T. & Ottoni, E. B. Behaviour 153, 421–442 (2016).
4. Harmand, S. et al. Nature 521, 310–315 (2015); http://www.nature.com/news/oldest-stone-tools-raise-questions-about-their-creators-1.17369
5. http://www.nature.com/news/2004/041206/full/news041206-12.html

※ 출처: Nature http://www.nature.com/news/monkey-tools-raise-questions-over-human-archaeological-record-1.20816

  추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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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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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1
회원작성글 부끄부끄  (2016-10-20 19:39)
신기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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