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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이란성쌍둥이를 낳은 여성의 유전적 특징
생명과학 양병찬 (2016-05-02 11:02)


© Wikipedia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집안에 이란성쌍둥이(fraternal twins)가 있는 여성들은 그 자신도 이란성쌍둥이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차에, 마침내 그 이유를 밝히는 연구에 착수했다. 8개국의 과학자로 구성된 연구진은 이란성쌍둥이를 낳은 여성 약 2,000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란성쌍둥이를 낳을 확률을 높이는 유전자 두 개를 발견했다. 그중 하나는 호르몬 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이고, 다른 하나는 난소가 호르몬에 반응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다. 사실 첫 번째 유전자는 당연한 것이고, 두 번째 유전자는 일부 여성들이 시험관아기(IVF) 시술에 잘 반응하는 이유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DNA 차원에서 볼 때, 이란성쌍둥이들 간의 관련성은 - 유전적으로 동일한 일란성쌍둥이들(identical twins)과는 달리 - 일반적인 형제들 간의 관련성보다 더 높지 않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종종 일란성쌍둥이와 이란성쌍둥이를 비교하는데, 그 이유는 환경과 유전자가 각각 형질의 차이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를 알아내기 위해서다.

이러한 연유로, 과학계에는 쌍둥이들을 시간경과에 따라 추적하는 대규모 데이터들이 많이 존재한다. 1987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의 젊은 행동유전학자 도럿 봄스마는 네덜란드에서 쌍둥이등록(Netherlands Twin Register)을 시작했는데, 현재 이 데이터베이스에는 75,000쌍 이상의 쌍둥이, 세쌍둥이, 그밖의 다태아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봄스마에 의하면, 등록에 참가한 부모들은 하나같이 "우리가 왜 쌍둥이를 낳았을까?"라는 의문을 품고 있었다고 한다. ‘쌍둥이 탄생의 비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리라.

최근 서구사회에서 이란성쌍둥이 출생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봄스마와 같은 연구자들은 그 이유를 놓고 몇 가지 가능성을 검토하게 되었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1980~2011년 사이에 이란성쌍둥이 출생이 76%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었는데(참고 1), 이는 시험관아기(IVF) 시술이 급증한 것과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IVF의 경우 쌍둥이 출산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에는 산모의 연령이 증가하고 있는데, 노산(老産)의 경우 하나 이상의 난자를 방출함으로써 이란성쌍둥이를 출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란성쌍둥이에 얽힌 유전학적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의 함디 므바럭 박사(분자유전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네덜란드, 호주, 미네소타에서 입수한 데이터베이스에서 약 2,000건의 데이터를 추출하여 통합한 다음, 쌍둥이를 낳지 않은 여성이나 일란성쌍둥이를 낳은 여성들과 비교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연구진은 이란성쌍둥이를 낳은 여성들에게서 많이 나타나고 다른 여성들에게서는 나타나지 않는 DNA 염기, 즉 SNPs(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s)를 찾았다. 그리하여 몇 개의 SNP가 용의선상에 오르자, 아이슬란드에서 입수한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하여 동일한 분석을 수행함으로써 2개의 SNP로 범위를 좁혔다.

첫 번째 SNP는 FSHB 유전자 근처에 있는 rs11031006인데, FSHB는 난포자극호르몬(FSH: follicle-stimulating hormone)의 생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로 알려져 있다. FSH의 농도는 난소에서 난자가 성숙함에 따라 출렁이는데, 만약 오랫동안 너무 높은 상태를 유지하면 난소가 여러 개의 난자를 방출하게 된다. 이것은 이란성쌍둥이가 출생하기 위한 일련의 사건 중에서 첫 번째로 일어나는 사건이므로, FSHB 유전자가 이란성쌍둥이와 관련되어 있다는 건 그리 놀랍지 않다.

두 번째 SNP는 SMAD3 유전자에서 발견된 rs17293443인데, 첫 번째 SNP보다 놀랍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SMAD3는 - 최소한 마우스에서 - 분자 상호간의 신호전달을 변화시켜, 난소가 FSH에 반응하는 방법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SMAD3가 이란성쌍둥이의 출생과정에서 수행하는 역할은 확실치 않지만, '일부 여성이 IVF에 잘 반응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므바럭 박사는 말했다.

그렇다면 각각의 SNP는 이란성쌍둥이 출생 가능성을 각각 얼마나 증가시킬까? 아이슬란드의 산모들을 대상으로 한 사후분석에서, rs11031006-G 유전자는 하나당 18%씩, rs17293443-C 유전자는 하나당 9%씩 이란성쌍생아 출산율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The American Journal of Human Genetics》 4월 28일호에 발표했다(참고 2).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생물학의 새로운 영역을 다뤘다. 두 개의 유전자가 수행하는 기능은 흥미롭지만, 이번 연구는 어디까지나 시작일 뿐이다"라고 영국 엑세터 대학교의 애너 머리 박사(유전학)는 논평했다.

므바럭 박사의 다음 연구과제는 'SMAD3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 여성이 IVF에 더 잘 반응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란성쌍둥이의 유전학적 원인이 일부 밝혀졌다는 것만도 과학자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이번 연구의 의의는 이란성쌍둥이와 유전자 간의 관련성을 처음으로 입증했다는 데 있다"고 머리 박사는 말했다. 특히 봄스마 박사의 경우에는 이번 연구결과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녀는 네덜란드에서 쌍둥이등록을 처음 시작한 지 거의 30년 만에 이번 연구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 참고문헌
1. http://archpedi.jamanetwork.com/article.aspx?articleid=1903018
2. Hamdi Mbarek et al., "Identification of Common Genetic Variants Influencing Spontaneous Dizygotic Twinning and Female Fertility", The American Journal of Human Genetics (2016), DOI: http://dx.doi.org/10.1016/j.ajhg.2016.03.008

※ 출처: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16/04/having-fraternal-twins-your-genes-and-your-hormo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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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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