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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Wave  Vol. 7 No. 3 등록 2005.02.01 
대학원 과정에 관해
 
정보출처 : BioJob 소리마당 게시판
본 글은 소리마당 사용자가 KAIST 생명과학과 최길주 교수님의 글을 올린 내용입니다.

대학원 과정은 사이언티스트가 되고자 하는 한 사람의 인생항로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시간도 많이 들고 힘든 과정이지만, 한편으로는 세상과 우주를 보는 눈을 갖게 만들어 주는 보낼 가치가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학원 과정이 학부 과정이나 기타 과정들과 어떻게 다른지에 관한 일단의 생각을 써 보았다. 주로 내 실험실 아가들에게 해주는 말이지만, 어찌 생각해보면 모든 학생들이 내 아가들이라는 생각도 들고해서 공유해봄이 어떨까 한다.

먼저 대학원은 학부과정과 같은 하부 학교들과 어떻게 다른가를 생각해 보는데서 대학원 생활을 어떻게 할것인지를 유추해 볼수 있다. 대학원은 기타 학교들과는 크게 3가지 면에서 차이가 난다.

첫째, 대학원은 능동적 학습 (active learning)이 일어나는 곳이다. 학부나 고등학교등은 주로 기존의 알려진 지식을 교수님이나 선생님이 요약정리해주고 학생들은 그것을 읽고 이해하고 또 일부 암기하는 수동적 학습 (passive learning)이 일어나는 곳이다. 그에 반해 대학원은, 물론 일부 코스워크를 통해 수동적 학습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대학원 교육의 주는 기존의 알려져 있지 않은 지식을 스스로 찾아가는 능동적 학습이다. 그 와중에 학생들이 배우는 것은 ‘어떻게 새로운 지식을 찾을 것인가’에 관한 방법, ‘내가 새롭게 찾은 지식이 옳다라는 것을 나는 어떻게 알 것인가’에 관한, 또는 ‘나는 내가 안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에 관한 철학적 사유, 그리고 ‘내가 옳다라고 믿는 새롭게 찾은 지식을 어떻게 세상과 공유할 것인가’등에 배우고 익히고 실행하게 된다. 교수는 이 과정에서 도움을 주는 가이드 역할을 할수는 있지만, 하부 학교에서와 같이 절대적 지도자는 아니다. 오히려 미지의 길을 학생들과 같이 걸어가고 탐험하는 동반자가 대학원 과정에서 교수의 역할이 아닐까 한다.

둘째, 대학원 과정의 다른 차이는 시간의 질적 차이이다. 하부 학교를 지배하는 시간은 물리적 시간 (physical time)으로, 초등학교 6년, 중고등학교 6년, 대학교 4년 등과 같이 물리적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초등학생이 중학생이 되고, 중학생이 고등학생, 그리고 대학생이 된다. 하지만 대학원을 지배하는 시간은 물리적 시간이 아니고 주관적 시간, 또는 평가적 시간이다. 대학원은 능동학습이 일어나는 곳이기에 고등학교 1학년 교재와 같이 1년동안 배울 정형화된 교재가 없다. 따라서 대학원생에게는 물리적 시간이란 의미가 없고, 오직 대학원생에게 요구되는 능동학습을 얼마나 잘 수행했는가에 대한 평가, 즉, 대학원생이 새로운 지식을 찾는 방법을 얼마나 익혔으며, 아는 것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얼마나 깊어졌는가, 그리고 외부와 어떻게 소통을 잘 하는가에 대한 주관적 평가만이 의미를 갖게 된다. 냉혹하고, 그리고 일부 문제가 있지만, 대학원생에 대한 주관적 시간의 흐름 또는 평가적 시간의 흐름을 측정하는 도구는 대학원생이 낸 논문과 그 논문의 중요도이다. 논문의 중요도는 대학원생이 낸 논문의 Impact Factor (IF) 또는 인용지수 (Citation Index)이다. A라는 대학원생이 물리적 시간으로는 이제 1 year를 지났지만, 그 학생이 Nature에 논문을 냈다면, 그 학생이 보낸 시간은 30 IF 라는 평가적 시간이다. 하지만, 물리적 시간으로 5 year를 지낸 대학원생이라도 논문을 하나도 내지 않았다면, B학생이 보낸 시간은 0 IF라는 평가적 시간뿐이다. 당연히 물리적 시간과는 하등의 상관없이 A라는 학생이 B라는 학생보다 능동학습을 30배 많이 한 셈이고 졸업도 빨리 하게 된다. 우리 카이스트 생명과학과의 경우 대학원생에게 요구하는 능동학습의 수준은 대개 10~20 IF 로 정확한 기준은 실험실별로 따로 공지되어 있다.

셋째, 대학원과 하부 학교를 구분짓는 또다른 중요한 것은 ‘벼락치기’의 불가능성에 있다. 하부 학교의 경우, 수동학습의 특성상, 평상시 학습을 하지 않다가도 시험기간 전에 벼락치기가 가능하고, 벼락치기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둘수 있다. 하지만, 대학원의 능동학습의 경우는 필기시험이라는 것 자체가 없고 모든 평가가 논문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벼락치기가 불가능하다. 원리상 벼락치기가 불가능한 것은 하부 학교의 경우 교재라는 배워야할 정해진 것이 주어져 있지만, 대학원때의 능동학습은 무엇을 배워야 할지 자체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무엇을 알아내고 싶다고 정해져 있더라도, 마음이 급하다고 실험용 생쥐가 하루만에 후대를 낳지 않고, 어제 뿌린 애기장대 씨가 오늘 꽃이 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대학원때 요구되는 학습 태도는 무엇보다도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학습태도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성공적인 대학원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성공적인 대학원 생활이란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여러 정의가 있을 수 있지만, 나는 한 학생이 대학원 과정을 통해 세상과 우주를 보는 눈을 갖게 된다면 성공적인 대학원 생활을 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성공적인 대학원 생활을 위해서는, 좋은 연구의 수행과 지식 확충이라는 두가지 목적은 최소한 충족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중에서 어떻게 하면 좋은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인가가 좀더 중요한데, 이 부분은 나 자신이 정말로 좋은 연구를 하고 있는지 가끔 의심되기 때문에 뭐라고 쓰기가 난감하다. 개인적인 생각에는, 좋은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공부하고 있는 각 분야의 핵심 문제를 발견하고, 그를 풀기 위한 좋은 연구주제를 선택하여,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된다고 생각한다. 좋은 연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한 좀더 자세한 이야기는 실재로 좋은 연구를 하고 계신 다른 분들께 청해 들어야 할 것 같고, 여기서는 대학원 과정때 지식확충을 어떻게 할것인가에 관해서만 쓰겠다.

대학원 기간은 머리속에 든 지식을 반드시 확충해야 하는 시기이다. 학부때까지의 교육을 통해 기초지식을 습득했다면, 대학원과정때는 좀더 전문화되고, 다양한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 시기이다. 머리속에 든 방대한 지식이 왜 훌륭한 사이언티스트가 되는데 필수 불가결한 요소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고, 여기서는 방대한 지식 확충을 위한 두가지 정도의 실천적 방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째, 대학원생들은 학과내에서 열리는 모든 세미나는 무조건 참석하여 적극적으로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세미나는 대부분 연사가 많은 산고 끝에 얻어진 지식이나 그 지식을 얻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 그리고 그 철학에 관해 이야기함으로 압축해서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가만히 앉아서 집중만 하면 됨으로 가장 육체적 노력을 덜 들이고 지식 데이터베이스를 확충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둘째, 지식을 확충하는 또 다른 중요한 방법으로는 각 연구 분야의 좋은 학술지 하나를 택해서 그 학술지에 나오는 모든 논문을 빼지 않고 세심하게 읽는 방법이다. 식물학 분야를 공부한다면 Plant Cell이라는 학술지에 나오는 모든 논문을 읽을 것을 추천하고, 신경생물학 분야라면, Neuron, 발생학은 Cell, Genes & Development, 또는 Development라는 학술지, 그리고 면역학 분야라면 Immunity 등과 같은 학술지에 나오는 논문을 모두 읽을 것을 추천한다. 물론 일반적으로 좋은 학술지인 Nature나 Science 등도 읽기에 좋은 학술지이지만, 대학원생 학습용으로 반드시 좋은 학술지인지는 조금 이견의 소지가 있다. 한가지 대학원생이 지식 데이터베이스 확충을 위해 논문을 읽을 때 명심해야 하는 것은 method section까지 반드시 읽어서 지식을 찾기 위해 어떤 방법들이 사용됐고, 그 방법이 적정한 방법이었는가를 고민해야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학원과정때 모든 세미나에 참석하고, 한 학술지 논문들을 모두 정독하는 것만으로도 지식을 확충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물론 이 방법만으로는 뭔가 2% 부족할텐데, 그 부족한 2%는 각자가 처지에 맞게 방법을 개발하고 보충하여야 된다.

이상 대학원 과정에 관해 두서없이 생각의 편린을 써 보았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성공적인 대학원 생활은 각자의 부단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지도교수나 주변 선후배동료들이 성공적인 대학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일부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궁극적인 것은 결국 자신의 노력뿐이라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실험실에서는 아가들이 뭐가 그리 궁금한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볼펜으로 무슨 내용에 열심히 줄을 긋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지금까지 이룬 꿈보다 앞으로 이룰 수 있는 꿈이 훨씬 많은 우리 실험실 아가들의 미래를 한없이 부러워하며 글을 마친다.

KAIST 생명과학과 최길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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